▲극단 원형무대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는 매순간 사랑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녀의 삶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제3자가 보기에 올렌카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녀 자신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귀여운 여인은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 여자의 일생인 것처럼 왜곡하긴 하지만 그것이 올렌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에 이해가 간다.
또 다른 여인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여인 싸리타>는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와는 전적으로 다르다.
싸리타(서경화)는 미혼모가 된 펠라(이원희) 밑에서 자라다가 본인도 자신의 엄마처럼 미혼모가 된다. 펠라는 딸이 미혼모가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 집에 살던 나이 많은 페르난도(이상구)와 결혼을 시키려 한다.
그러나 펠라의 계획과는 반대로 싸리타는 육체적인 또는 본능에 충실한 남자 줄리오(김원기)와 떠난다. 싸리타는 떠나면서 성숙한 여성으로 성장하지만 줄리오에 의해 버림받아도 본능에 충실한, 사랑에 미친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러다가 그녀가 과감히 줄리오를 버리고 빌딩 옥상에 올라가 떨어져 죽을 결심을 하려는데 미국인 마크(박경찬)를 만나게 된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삼바 음악이 흘러 나온다. 삼바 음악은 무대전환이 되는 순간마다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배우들은 중간에 쿠바에서나 볼 수 있는 춤들을 보여주면서 박수를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싸리타의 인생을 제한된 시간에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다.
세상에서 ‘사람’만큼 재미있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묘미를 살려내지 못했다. 클리셰, 즉 뻔한 행동이나 말을 하면서 공연을 지루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싸리타가 빌딩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하는데 마크가 올라온다. 그러자 싸리타는 눈물을 흘리며 통곡한다. 마크가 손수건을 건네고 싸리타는 보란 듯이 코를 심하게 푼다. 코를 심하게 푸는 동작은 개그프로그램에서 흔히 사용되는 웃음을 유발시키는 코드다. 그런데 싸리타는 그런 뻔한 행동을 한다. 그녀가 코를 심하게 풀면 관객이 웃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관객의 기대감은 조금씩 사라진다.
그리고 싸리타는 계속 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틈을 메우기 위해서 페르난도 역의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고 시간을 끄는 불필요한 행동을 반복한다.
더불어 뮤지컬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가 대사를 노래로 부르고 피아노 반주가 깔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배우의 노래와 피아노의 음색이 전혀 화음을 이루지 못한다. 그들은 음악도 사용하고, 피아노를 이용해 즉흥 연주를 하며, 배우가 연습이 부족한 느낌을 주는 노래를 왜 하는지 이유가 불분명한 것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가 귀여운 이유는 그녀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마다 상대방에 맞추어 변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름다운 여인 싸리타>는 왜 그녀가 아름다운지 확실히 집어내는 것이 힘들다. 싸리타는 원시적이고 비합리적인 문화와 종교를 간직하고 있는 쿠바의 소수 이민족 출신이다. 그래서 오히려 싸리타는 미국남자 마크를 만나면서 미국우월주의에 희생되기 때문에 그녀의 일생보다는 미국에 의해서 소수민족 여성이 받는 차별을 이야기해야 되지 않았을까.
싸리타는 배우 서경화에 의해 무대 위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름답기는 했다. 하지만 너무 뻔한 것들로 아름다운 여인 싸리타는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이야기 흐름대로 미쳐버린 그녀와 지나치게 볼륨이 높았던 삼바음악만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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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사람. 프로젝트 하루5문장쓰기 5,6기 진행자. 공동육아어린이집 2년차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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