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도덕적인가

조갑제 칼럼을 읽고

등록 2007.07.17 09:45수정 2007.07.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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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는 대체로 가난한 사람보다 도덕적이라는 조갑제씨의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주장을 간단히 살펴보면, 부자는 성실하고, 신뢰성이 강하기 때문에(도덕적이기 때문에) 부자가 되었고, 부자는 돈을 이용하여 남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선을 행한다고 말한다. 또 그는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고 무책임하기 때문에(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난하다고, 가난한 사람은 남을 도울 수 없기 때문에 도덕적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과연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정말 도덕적인가?

세상에 부자는 많다. 하지만 존경받는 부자는 드물다. 우리 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키워드로 떠오른 것은 존경받는 부자가 없는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부자들에 대한 일종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보통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자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 이는 부자의 행동이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에 존경받는 부자가 드물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옛말에 '개 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다. 돈의 사용법에 대해 강조한 이 속담은 시대가 달라졌으니, 시대와 함께 달라져야 할 것이다. 자본이 중시되지 않던 시대의 돈에 대한 관념과 자본 중심 사회에서의 돈에 대한 관념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빌게이츠 같은 세계적인 갑부가 재단을 만들어 그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회 환원의 행동만으로 그를 도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재물에 대한 도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물을 사용하는 것에만 가치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벌어들이는 과정에 대한 가치 판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빌게이츠 개인적 차원에서는 도덕적인 가치관, 경제관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그의 회사가 독과점과 같은 상거래 시장에서의 횡포를 통해 성장해오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환원 행위만으로 그를 도덕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사회가 무한 경쟁사회로 변화하면서 개인의 능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지위와 부가 결정되고,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평가하는 것은 정당하며, 그것을 성취한 사람은 인정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개인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자본주의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놓인 빈부격차라는 구조적인 병폐는 개인의 노력 여하와는 상관없는 사회적 계층을 만들어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경제적 성공 여부에 따라 개인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많은 돈을 벌어 그것을 통해 사람을 고용하고 부를 배분하는 것이 비도덕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분배하는 과정에서 배분하는 사람과 배분받는 사람의 부의 비율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비도덕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노동력에 대한 고찰이 들어간다면 부를 배분하는 과정을 꼭 도덕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나눔이라는 행동을 통해 도덕적 행위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꼭 재물을 통해서가 아니라도 물리적 행동을 통해서 도덕적 행위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다. 부의 많고 적음을 판단하는 것 만큼, 부자가 대체적으로 도덕적이라는 판단은 기준이 불명확한 명제다.

부자도 비도덕적일 수 있고, 빈자도 충분히 도덕적일 수 있다.
#조갑제 #도덕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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