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법서예 맥을 잇는 이 시대의 큰 스승

한불문화원장 정동영 선생

등록 2007.07.22 17:41수정 2007.07.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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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지자불기망(정동영 2007년 작품, 35×131cm) 큰 뜻을 품은 사람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대지자불기망(정동영 2007년 작품, 35×131cm) 큰 뜻을 품은 사람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 양태석


나의 스승이신 정동영 선생님은 평생을 서예계에 몸담고, 올바른 서법전수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신 분이다. 스승님의 문하생 중엔 이미 2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은 물론 중국 등에서 치르는 각종 서예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훌륭하신 분의 성함 석 자를 대한민국 서예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긴 쉽지 않다.

그 원인인즉, 각종 서예협회와 공모전에 적(籍)을 두고 활동하거나 호응함이 없이, 오로지 대한민국의 서예발전을 위해 서법연구에 몰두하며, 서예계 전반의 문제점과 기성 서예작가들의 글씨(五體 및 秋史體)에 나타난 오류를 지적 비평하기 때문이다.


정동영 선생님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소치(小癡) 허유(許維) 그리고 소전(素荃) 손재형(孫在馨)으로 이어지는 서법서예의 정통 맥을 잇는 이 시대의 마지막 보루(堡壘)이시다.

소치 허유는 서화를 김정희(金正喜)에게 사사하고 벼슬은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에 이르렀다. 글, 그림, 글씨를 모두 잘하여 삼절(三絶)로 불렸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묵죽(墨竹)을 잘 그렸다. 글씨는 김정희의 글씨를 따라 화제에 흔히 추사체(秋史體)를 썼다. 작품으로 ‘하경산수도(夏景山水圖)’ ‘추강만교도(秋江晩橋圖)’ ‘만산묘옥도(晩山택屋圖)’ ‘산교청망도(山橋淸望圖)’ ‘동파입리도(東坡笠履圖)’ ‘산수병풍(山水屛風)’ ‘산수도’ ‘노송도병풍(老松圖屛風)’ ‘묵해도(墨海圖)’ ‘괴석도쌍폭(怪石圖雙幅)’ ‘포도도(葡萄圖)’ 등이 있다.

소전 손재형은 추사 이래 우리나라 서예계의 대가로 추앙을 받고 있는 분으로 청말(淸末) 금석학(金石學)으로 왕국유(王國維)와 양대산맥을 이룬 나진옥(羅振玉) 선생님의 제자이시며, 앞으로 1세기안에 나타나기 어려운 대 서법서예가라고 한다.
소전선생은 해방 후 일본에서 쓰는 서도라는 말 대신 한국에선 서예란 용어를 쓰자고 처음 주창하고 실천하신 분이다. 그리고 일본인 후지즈카가 소장하고 있던 완당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국보 제180호, 1844년 작품)를 돌려받아 한국으로 가져온 인물이다.

소전선생은 오체에 모두 능란했으며, 특히 예서와 전서를 바탕으로 한 한글서체인 '소전체(素筌體)’ 를 창안하였다. 서화골동의 감식안도 뛰어났으며 기교적인 개성이 드러나는 문인화도 80여점 남기셨다. 1946년 진도고등학교를 설립하였고, 1954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1958년 제4대 민의원에 당선되었고, 1965년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 회장, 1966년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 등을 지냈다. 금석문으로 한글예서체의 ‘이충무공동상명’과 육체의 ‘사육신묘비문’ ‘충무공벽파진전첩비문’ 등이 있다.

이렇듯 나의 스승님은 서법서예의 정통혈맥을 잇는 분이시니 그에 따른 자부심도 대단하고, 정도의 길로 서예계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신념 하에 외로운 길을 걷고 계신 것이다.


서예라는 것은 튼튼한 이론을 바탕으로 삼아야지, 근본도 모른 채 형임(形臨)만을 하려는 자체는 어리석고 우습기도 하거니와 좋은 글씨가 될 수도 없다는 것이 스승님의 지론이시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 서예의 현주소는 어떤가? 놀랍게도 서예의 이론을 거론하면 서예를 다년간 한 사람들도 서예에 이론이 어디 있냐며 의아해한다. 왕희지나 구양순의 글씨를 비슷하게 흉내 내면 된다고 하나 지금, 자칭 서예대가 누구도 법첩(法帖)을 40%이상 묘사하는 사람이 없다. 즉, 서학이론 보다는 시각적인 자형(字形)에 충실한 서예만 생각하고 정의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선각자 누구 한 사람 그런 잘못된 점을 들춰내 상처를 도려내고 치유하여 서예계를 바른길로 인도하려 들지 않는다.

엔진이 고장 난 배가 바람결에 떠밀려 간다고 해서 배가 항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파도에 휩쓸려 난파선이 되면 우리나라 서예계가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되는데, 폭풍전야의 심각한 상황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부정하고 싶지만 이것이 대한민국 서예계의 현실이다.

서법이 없는 서예 그것은 뿌리 없는 나무와 무엇이 다를까? 그러니 스승님이 대한민국 서예계의 현주소를 부정하면서도 뿌리가 썩어가는 것을 막고자 벌 벗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에도 스승님께서는 정통서법 전수를 위해 서예에 관한 논문 “현대서예의 병폐 외 29편” 과 서법서예학 도서 “해서법정요 외 5편” 을 펴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자료를 발굴 새로운 논문과 도서를 출간 후진양성의 길잡이로 쓰겠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이렇듯 훌륭하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서예계에서는 그들만의 잔치에 끼어들지 않았다고 해서 나의 스승을 제도권 밖에 있는 재야(在野) 서법가라 폄하해 칭한다.

어느 곳에서나 비평가는 외롭다. 원치 않는 적도 많이 생겨 입지가 좁아진다. 인간은 더불어 사는 사회적 동물인데 적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원치 않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화살받이 일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서예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불문화원(원장: 정동영, 서울시 동작구 소재)에선 오늘도 좋은 작품을 내놓기 위해 절차탁마(切磋琢磨)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바쁘고 또한, 새로운 학문을 끊임없이 발굴해 논문으로 집필하느라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정동영 #추사 김정희 #소치 허유 #소전 손재형 #한불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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