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감각으로 풀어헤친 팝아트, 누보팝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9월 30일까지

등록 2007.07.26 10:54수정 2007.07.2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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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건축양식이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럽다. 빛과 물의 효과를 최대로 살려 실내 채광이 아름답다 ⓒ 김형순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이 있다. 여기선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작가의 야외조각도 감상할 수 있다. 백제초기 몽촌토성 산책로와 호수가 있어 퍽 낭만적이다. 이곳 도심 속에서도 소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면 최고의 여름휴양지가 된다.

미국 팝아트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식 감각과 관점으로 재해석한 '누보 팝(Les Nouveaux Pop)' 전이 소마미술관에서는 9월 30일까지 열리다.

이번 전은 7개국이 참가했고 이탈리아의 아트그룹 크래킹을 포함 총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고, 같은 타이틀로 2006년 봄에 파리 빌라 타마리스(Villa Tamaris)에서 전시회를 열어 호평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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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데 펠리페 작. '보그 암소'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89cm 2005 ⓒ 김형순

누보 팝이란 마치 표현주의와 신표현주의가 있고, 인상주의도 전기와 후기가 있듯 팝아트와도 그런 관계다. 이는 미국팝아트에 대한 유럽만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밝힌 셈이다.

이번 전은 '팝'이라는 코드를 맞추고 있으나 워낙 다국적 작가들이라 개성도 다르고 발상법도 별나다. 위 안토니오 데 펠리페의 '보그 암소'에서 보듯 여성패션전문지 <보그>의 모델로 땡땡이 스카프를 한 암소를 등장시켜 패션의 과도한 상업주의를 희화한 것 같다.

팝아트는 하찮은 일상에서 듣고,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재미와 재치, 유머와 풍자로 옷 입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대중정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고 소통능력도 속달우편처럼 빠르다. 국내에선 조영남, 낸시 랭 등이 이 분야로 분류되기도 한다.

감자칩나 애완용개밥 봉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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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노티오 데 파스칼레 작. '리얼 타임(프링글스 감자칩)' 캔버스에 아크릴릭 155×65cm 2006. 아래 리얼 타임(맥시봉) 162×85cm 2006 ⓒ 김형순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우선 이탈리아 작가 안노티오 데 파스칼레(A. de Pascale, 1953)의 작품이 한눈에 들어온다. 워홀의 수프 캔 그림을 이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팝아트에서는 길에 버려진 과자류, 빙과류 봉지가 흔한 소재가 된다. 파스칼레도 바로 감자칩과 애완용개밥 봉지를 소재로 썼다.

이는 미국팝아트의 전통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이 감자칩 봉지 한가운데 차가 화염에 휩싸였다. 왜 이런 그림을 덧붙였을까. 서구인의 최고발명품이라고 할 차가 불탄다면 뭔가 심상치가 않다. 서구의 물질문명이나 기계문명에 대한 회의, 환경파괴 등 그 폐해에 대한 전반적 비판이 깔려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렇게 하찮은 것을 그림의 소재로 삼는 팝아트의 전환적 발상이 이젠 전 세계를 풍미하고 있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보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것도 미술이냐! 원 세상에, 저런 것을 가지고 그림이라고! 말도 안 돼! 미친놈이 별짓을 다 하는군!"

엘리트 주의에 찬물 끼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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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데 펠리페 작. '코카콜라 소녀' 캔버스에 아크릴릭 120×120cm 2006. 아래 벨라스케스 '흰 옷의 어린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 105×88cm 1656년경 ⓒ 김형순

이번 전에서 조명을 많이 받는 작가는 스페인 출신의 안토니오 데 펠리페(A. de Felipe, 1959)다. 그는 스페인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벨라스케스의 '흰 옷의 어린 왕녀 테레사'를 패러디해, 한 손엔 코카콜라를 다른 손엔 병따개를 쥔 어린 왕녀로 바꿔놓았다. 엘리트주의에 찬물을 끼얹는 이런 통쾌한 작품은 팝아트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

펠리페 작품에서 보듯 팝아트는 '생활 따로, 예술 따로'가 아니라 생활자체를 미술과 밀접하게 관련 짓는다. 이는 기존 미술이 가진 편견과 장벽을 깨는 것으로 미술을 보다 포괄적이고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팝아트는 이렇게 예술에서 순수니 대중이니, 고급이니 저급이니 하는 경계를 없앤다. 우리가 매일 보는 거리의 상품광고나 교통표지판 그리고 패션잡지, 영화, 텔레비전 속 스타들, 유명상품 로고, 만화캐릭터가 다 미술이 된다. 하긴 이 세상에 미술 아닌 것이 무엇이랴! 모든 사물과 사람이 그만의 형태와 색채를 가진 독자적 미술 아닌가.

팝아트의 다양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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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위아르 작. '하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캔버스에 유채 120×120cm 1996 ⓒ 김형순

이번 전에서 또한 돋보이는 작가는 프랑스 출신의 필립 위아르(P. Huart, 1953). 그는 '하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에서 보여주듯 사회적 요구나 편견으로 발생하고 있는 성형 등의 현상을 다룬다. 또한 목마른 입과 마실수록 갈증을 날 것 같은 청량음료를 화폭에 담아 상한가 없는 인간욕망이 낳는 허망함과 쓸쓸함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사회구조적으로 현대인들이 과잉소비와 약물남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취약성과 물질적 풍요 속에서 오히려 정신적 황폐함을 맛보고 있음을 꼬집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사회병리현상을 노출시키되 심각한 방식이 아닌 어디까지나 팝아트적으로 가볍고 코믹하게 이야기하듯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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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 판 작. '백송이 꽃' 캔버스에 유채 60×60cm 100점 2005. 아래 리우 밍 작. '파도' PVC에 유채 80×100cm 2006 ⓒ 김형순

자오 판(Xiao Fan, 1954)의 작품은 꽃 수술을 모티브 차용하여 작가가 나름의 상상화 백 송이를 창조해냈다. 마치 발기된 남근처럼 보여 에로틱한 이미지도 풍긴다. 작가 나름의 재치 넘치는 발상과 상상력, 그 속에는 역시 팝아트 냄새가 난다.

또한 같은 중국작가 리우 밍(Liu Ming, 1957)은 '파도'에서 중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높아진 소비생활을 후기인상주의 쇠라와 유사한 점묘의 붓질로 경쾌하게 그렸다. 동시에 그런 생활이 주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풍요 속 빈곤'도 맛보며 씁쓸히 웃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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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마누엘라 작. '작약꽃' 캔버스에 비닐 195×125cm 2001 ⓒ 김형순

한편 스웨덴 작가 마리아 마누엘라(M. Manuela, 1959)는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서양인에게는 낯선, 그래서 관심을 끌 만한 일본풍을 그의 작품 전반에 도입하였다. '작약꽃'은 그런 풍을 팝아트식 복제를 차용해 만든 작품이다. 섬세한 꽃문양은 불교의 윤회를 연상시키고 인물묘사는 일본대중만화를 빼닮았다.

기존 미술 희화, 자연 파괴 경고

아래 이탈리아 그림그룹 그래킹 아트(Cracking Art)는 컬러풀한 색채로 복제된 펭귄과 곰이 서 있는데 마치 사람을 향해 더 이상 자연파괴, 동물학살을 하지 말라고 무언의 시위를 하는 듯하다. 이 그룹의 의도는 "예술과 삶은 자연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남기기 위해서 작품을 한다"는 선언에서 더 확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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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킹 아트그룹. '펭귄' '곰' 합성수지 42×42×120cm 2006. 아래 실비 파프로우스카 작. 'UR-EL' 캔버스에 비닐과 밀랍 200×200cm 2004 ⓒ 김형순

또한 얼굴에 표정을 제거하고 마네킹 같이 몰개성적인 인물을 만든 프랑스의 파프로우스카(S. Fajfrowska, 1953)는 동물캐릭터를 익살맞게 도용했다. 그밖에도 한국작가 최정화를 연상시키는 벨기에 작가 스위트러브(W. Sweetlove, 1949)는 촌스런 빨간색 싸구려 합성수지로 만든 수호견을 모나리자 앞에 세워 기존미술의 권위를 조롱한다.

그런데 끝으로 한 가지 질문이 생기는 건 왜 30년 전 미국에서 유행한 팝아트가 유럽에서 다시 부활한 걸까? 그건 아마도 미술사에서 여전히 고급과 저급, 순수와 대중의 경계가 높다는 뜻은 아닐까. 기존미학을 거부하고 미술의 편견을 없애려 쿠데타적 발상을 한 팝아트에 대한 외면과 거부반응이 여전한가 보다.

덧붙이는 글 | 관람시간: 오전10:00~오후6시. 단, 목요일 야간개관(오후 9시) 월요일 휴관 
그림설명: 매일 오전11시, 오후3시 관람요금: 성인 6,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홈페이지: www.somamuseum.org 전화: 02)425-1077 송파구 방이동 88-2
방학특집: 어린이 '소마 팝콘 공장' 아이디어 팝!팝!Pop! 톡!톡!Talk!'(홈페이지 참고)
교통정보: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출구 자동차 올림픽공원 남3문 주차장

덧붙이는 글 관람시간: 오전10:00~오후6시. 단, 목요일 야간개관(오후 9시) 월요일 휴관 
그림설명: 매일 오전11시, 오후3시 관람요금: 성인 6,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홈페이지: www.somamuseum.org 전화: 02)425-1077 송파구 방이동 88-2
방학특집: 어린이 '소마 팝콘 공장' 아이디어 팝!팝!Pop! 톡!톡!Talk!'(홈페이지 참고)
교통정보: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출구 자동차 올림픽공원 남3문 주차장
#팝아트 #누보팝 #소마미술관 #워홀 #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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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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