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세대 함께 하는 웃음 볼 수 있으려나?

[예능프로그램 추억의 마케팅-①] < 일요일이 좋다- 옛날 TV >

등록 2007.07.23 10:30수정 2007.07.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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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옛날 TV >는 유재석이란 개인기에 너무나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옛날 TV >는 유재석이란 개인기에 너무나 초점이 맞춰져 있다. ⓒ SBS

추억의 마케팅을 내세우며 대놓고 ‘옛날 TV의 재미’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 일요일이 좋다 - 옛날 TV >다.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과거 인기 프로그램들의 포맷을 다시 차용해 추억마케팅이 한창인데, 이 프로그램은 아예 과거의 인기프로그램들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과거의 옛날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젊은층에게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떠올려 상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꺾어보겠다는 굳은 의지이기도 하다.

사실, <일요일이 좋다>가 일요일 예능프로그램을 장악했었던 때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고전하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대대적인 개편과 더불어 과거 90년대를 풍미했던 <몰래카메라>를 다시금 차용해 <돌아온 몰래카메라>를 방송하고 나서부터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러한 전례가 있던 <일요일이 좋다>가 과거 인기프로그램으로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고자해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옛날 TV 과거 인기프로그램 재현

이러한 과거의 인기프로그램을 재현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방송계에 연륜이 쌓였음을 의미한다. 또 동시에 상대적으로 방송 역사가 짧은 SBS가 어떻게 추억의 마케팅에 동참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SBS는 과거 인기프로그램 포맷의 차용보다 좀 더 확실한 방법으로 과거 인기프로그램 재현에 나섰다. 사실 차용은 과거의 인기프로그램 포맷만 유지할 뿐 새로운 내용과 소재 개발이 중요하다. 소재가 이미 고갈된 상태에서 시작했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발이 힘에 부칠뿐더러 잘못하다가 옛 명성에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방송 역사가 짧은 점이 < 일요일이 좋다- 옛날 TV >에게는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대놓고 KBS나 MBC의 과거 인기프로그램을 재현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게임으로 풀어냈다.


우선 재현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옛 명성에 우를 범하지도 않으면서 쉽고 편하게 방송을 촬영할 수 있다. 동시에 신선함과 추억의 감성을 건드려 좋은 반응을 얻어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물론 아직까지는 상대 방송사 프로그램을 압도하는 시청률을 보여주는지 못하지만 적어도 <돌아온 몰래카메라>가 끊임없이 비난에 시달리는 것에 비하면 < 옛날 TV >는 보다 쉽고 안전하게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게임에 명분이나 이유 부재

a < 옛날 TV >는 과거 인기프로그램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추억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 옛날 TV >는 과거 인기프로그램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추억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 SBS

하지만 문제는 있다. < 옛날 TV >에는 왜 재현게임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가 없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과 호흡하기 힘들다. 프로그램 첫 회에서 영일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는 뉴스, ‘형님먼저, 아우먼저’하던 라면 CF, 당시 최고 인기 드라마 <아씨> 등의 장면들을 어느 팀이 NG 없이 먼저 재현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린다. 그리고 진 팀은 하나마나 한 벌칙을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재현하는 이들이 재현에 임하면서 그것을 재현하는 명분과 이유가 없어 캐릭터에 몰입하기 보다는 게임에 치중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게임에 치중한다고 해서 진 팀이 받아야할 벌칙이 대단치도 않으며 말 그대로 웃음을 유발하고자 하는 것이기에 하나마나 한 벌칙들이다.

게임을 통해 웃음을 주기보다, 옛날 TV 재현을 하면서 신선함에 웃거나, 과거의 추억이 되살아나면서 빙그레 웃음을 주는 정도다. 따라서 웃음을 주는 것에는 안정적이지만 그 이상을 주지 못해 채널을 고정시키기엔 아직은 역부족이다.

그래서 포맷을 차용하지 않아 얻어지는 반사이익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자칫 잘못하면 게임에 함몰되어 그들이 벌이는 재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시청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까지도 < 옛날 TV >는 해결해야 한다.

유재석 개인에게 의존, 신구세대 불협화음

프로그램이 더 이상 진보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재석’이라는 개인에게 너무 치중했기 때문. 방송이 계속 되면서 조금씩 MC와 패널들의 역할이 자리 잡혀가고 있지만 아직은 ‘유재석’ 개인기에 너무나 의존해 다른 출연진들의 출연이 무색할 정도다.

사실 요즘은 말 그대로 ‘유재석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편안한 웃음을 주며, 안티가 없는 유재석은 예전부터 KBS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이나 SBS <진실게임>, 더 생각해 보면 <동고동락>에서도 늘 게임의 진행자로 나섰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웃음을 유발하고 인기를 끌어왔다.

이번에도 SBS <일요일이 좋다>는 유재석이란 사람을 끌어들여 이러한 것들을 노린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전 프로그램들은 재현과 게임을 혼합하지 않았다. 대신 게임의 소재나 방식들을 변화시키면서 시청자들에게 매회 새로움을 선사해 주었다.

그것은 역으로 말하면 이들에게 게임을 하는 특별한 이유와 명분이 주어졌고, 그 사이 콩트 혹은 토크쇼가 중간 중간 삽입되어 절묘한 조화를 이뤄냈다. 또 출연하는 출연진들에 각각의 역할이 주어졌고, 그것을 제대로 수행해냈다.

하지만 < 옛날 TV >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지속적으로 게임과 함께 콩트와 토크쇼 분량을 늘리고는 있지만 이들이 벌이는 게임에 명분과 이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또 유재석이란 인물에게 너무나 의존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동 MC 김주희 아나운서는 여전히 출연진들의 ‘꽃’의 역할에 불과하고 MC로서의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

a 아직까지 구세대가 과거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설명자 역할에 한정지어졌다.

아직까지 구세대가 과거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설명자 역할에 한정지어졌다. ⓒ SBS

가장 큰 문제점은 여전히 구세대들의 출연진들이 과거 인기 프로그램을 설명해주는 역할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신구세대가 조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구세대들이 함께 웃고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현재 지속적으로 단점을 보완해 유재석이 MC와 게스트의 두 영역을 자연스럽게 넘나들기 시작했고, 구세대도 더는 설명자가 아닌, 신세대들의 재현에 꾸지람을 주는 역할도 주어지고는 있다.

그럼에도 무언가 2%로 부족한 것은 그들이 벌이는 재현과 게임에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신구세대가 안방극장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편안하게 웃으면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신세대들이 재현하면서 본인 스스로 웃고 떠드는데 너무나 치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재현과 게임은 본인들만 재미있을 뿐 시청자들이 함께 호흡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 왜 웃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는 <슈퍼선데이- 불후의 명곡>에 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기사에는 <슈퍼선데이- 불후의 명곡>에 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옛날TV #유재석 #일요일이 좋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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