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여성차별 철폐, 한국이 주도국 참여 뿌듯"

신혜수 위원에게 들어본 'UN여성차별철폐위'의 성과

등록 2007.07.25 11:24수정 2007.07.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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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7월 23일 유엔에서 특별한 파티가 열린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설립 25주년 행사가 그것이다. 2001년부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혜수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은 이번 행사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루이즈 아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국제 인사들을 초대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데 총 1만1000달러 정도가 든다면서 사무국에서 저한테 전화를 했어요.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요. 우리나라에 지원 요청을 하면서도 조금 뿌듯했답니다. 유엔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이런 작은 일에도 반영된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한국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1981년 9월 3일 정식 발효된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에 의거해 이듬해 출범한 여성문제 전문기구로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이했다. 한국은 1984년 90번째로 UN여성차별철폐협약 가입국이 됐다.

협약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1967년 발표된 ‘여성에 대한 차별철폐 선언’은 있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에 걸쳐 자리 잡은 가부장적 중심의 인습과 생활양식은 ‘선언’만으로 실효를 거두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협약이 제정됐고 1982년에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2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위원회는 매년 두 차례 개최되는 회의에서 각국 정부의 이행보고서를 심의, 권고해 유엔총회에 보고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영정 전 정무장관이 1997년부터 위원으로 활동했고, 신혜수 위원이 2001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신 위원은 그동안의 성과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협약 가입국이 되면서 우리나라 여성정책이 제도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1983년 협약 비준국이 되기 위해 여성문제와 정책을 담당할 한국여성정책연구원(구 여성개발원)을 설립했어요. 당시 우리나라 보고서를 심의한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들은 고용차별과 불평등한 가족법에 대해 신랄한 지적과 시정 촉구를 했죠. 이후 우리나라 여성정책은 빠르게 제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여성운동 진영은 1985년 조기정년 철폐 요구 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했으며, 이어 86년 여성 결혼퇴직제 철폐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노동권 보장을 위한 모성보호와 보육시설 설치 요구 등이 여성운동의 주요 과제로 제기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 위원이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지난해 10월 18일 채택한 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가 올해 1월 발효된 점이다. 이에 따라 여성이 인권을 침해당하고도 국내에서 법적으로 구제받지 못할 경우 국제 독립기구에 직접 진정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에서 여성 관련 차별 사건을 다루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여성차별철폐협약과 선택의정서를 포함한 국제인권조약들은 법적 강제력을 갖고 있어 보다 강력한 대처가 가능하다. 선택의정서가 발효된 이후 지금까지 진정된 사건은 총 11건이라고 한다.

"국가기구에 요청한 후 구제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 유엔에 직접 진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죠. 아직 한국에서 들어온 진정은 없어요. 그동안 11건의 진정이 들어왔는데 그중 6건은 협약 위반으로 결정을 내리고 해당국에 의견을 전달했어요."

신 위원의 기억에 남아 있는 사안은 헝가리의 두 여성에 관한 진정 건이다. 한 여성이 바람을 피우고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경찰에 거듭 신고했지만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자 긴급구제 신청을 했다. 조사 결과 가정폭력방지법이 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고, 헝가리 정부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과 피해 아동을 위한 쉼터를 확충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또 한 사람은 집시 여인이었어요. 임신 상태에서 긴급한 상황이 생겨 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의사가 수술을 하면서 불임수술을 같이 해버린 거죠. 의사는 환자에게 라틴어로 설명했다고 했지만 그 여성은 글을 읽을 수 없었어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환자의 동의 의사를 무시한 이 진정 건은 협약 위반으로 판정이 났습니다. 위원회는 권고안을 보냈고, 지금 헝가리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어요."

한국 여성계의 국제창구라 불리며 분주하게 세계 곳곳을 다니는 신혜수 위원.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협약과 선택의정서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홍보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 #우먼 #UN #신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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