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노조-매장 업주들 '충돌'

홈에버 월드컵몰점서...노조측 1명 부상

등록 2007.07.25 14:26수정 2007.07.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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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상영업'이란 구호가 어색하기만 한 홈에버 월드컵몰점

'정상영업'이란 구호가 어색하기만 한 홈에버 월드컵몰점 ⓒ 김미정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싸고 시작된 이랜드 사태가 정부의 공권력 개입 이후 더욱 복잡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그동안 매장 앞에서 간간히 마찰을 빚어왔던 이랜드 노조원과 매장 업주들 사이에 결국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노조측 VS 사측, 업주들의 '얽히고 섥힌 갈등' 표출

24일 홈에버 월드컵몰점 입구 앞 주차장. 이랜드 매장에 '타격투쟁'을 시행하고 있는 이랜드 노조가 매장 진입을 시도하자 회사와 매장 업주 측이 이를 막으며 양쪽이 5시간 가량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날 현장에는 노조측 200여명과 홈에버 매장 업주 50여명, 이랜드 본사 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오전 11시. 매장 업주 측이 노조의 마이크 시설을 뽑아버리자 노조원과 업주 측간에 싸움이 붙어 노조원 한 명이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노조측은 사측의 사주를 받은 용역 깡패가 이번 폭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확성기를 통해 "어제는 깡패, 오늘은 업주냐"며 경찰에게 용역 깡패를 잡아갈 것을 요구했다. 이에 매장 업주 측은 "우리 중엔 용역 깡패 없다"며 노조측을 향해 소리 질렀다. 감정이 격해진 양측은 경찰을 사이에 두고 물병을 집어 던지며 욕설을 주고 받기도 했다.

a 이남신 이랜드 노조 수석 부위원장이 조합원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

이남신 이랜드 노조 수석 부위원장이 조합원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 ⓒ 차예지


a 의류매장업주 박경옥씨. 입점 업체 중 장사가 안돼 종업원을 감축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의류매장업주 박경옥씨. 입점 업체 중 장사가 안돼 종업원을 감축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 김미정


매장 업주의 움직임에 '노조 VS 업주' 측 입장 차 보여

승합차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은 이남신 이랜드 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업주님들은 파업기간 동안의 손실액 때문에 우리보다 더 가슴이 아플 것"이라며 "업주님들을 비난하지 말자"고 조합원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이 부위원장은 "제가 업주들이라면 박성수 회장을 쫓아다닐 것"이라며 업주들이 손해를 본 것에 대해 이랜드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랜드에 타격을 주기 위한 운동은 불가피하며 지속될 것임을 밝혔다.

한편 매장 업주측이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하며 노조와 대립하는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사측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노조측 쟁의법규국장 박성권씨는 "매장 업주측이 사측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홈에버 목동 지점의 한 매장 업주에 따르면 "모든 업주가 노조측과 대치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며 회사측이 한 점포 당 직원 한 명씩 이번 움직임에 합류할 것을 요구"했는데 계약 문제 등이 걸려있는 점주들은 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매장 업주 측은 이러한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이랜드 보다는 노조측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숙녀 의류 매장 업주인 박경옥 씨는 "점거 투쟁으로 매출이 1/5수준으로 떨어져 큰 손해를 봤다"며 "정상영업이 시작돼 한숨 돌렸는데 다시 불매운동에 들어가면 우린 밥을 굶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박씨는 "천만원을 밑지고라도 매장을 빼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매장 업주측과 사측이 함께 노조측과 함께 대립하고 있는 것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냐는 질문에 박씨는 "숙녀의류 브랜드의 본사에는 도와달라고 연락했지만 이랜드 측에 직접 도움을 요청한 적은 없고 다른 업주들이 그랬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수 매장 업주인 조만희씨는 "매장에 진입해 정상영업을 방해하는 노조측을 막아주기 때문"에 "이랜드 직원들과 친해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 사태가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며 "사측과 노조측만 대화했으면 해결되었을 문제를 민주노총이 개입해 이 지경까지 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랜드 본사 직원도 투입 ... 노조 강력 비판

한편 이랜드 직원들은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맞춰 입고 목에는 사원증을 걸고 나왔다. 이랜드의 한 직원은 "노조측이 매장을 점거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라며 "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정상영업이 되지 않으면 매출이 떨어지고 회사로서 큰 손실이므로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랜드 통합구매본부에 근무한다는 한 직원은 "이랜드는 까르푸 때 양산된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한다는 노조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랜드는 23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국민 호소문'을 보내 "주변 사람 100명에게 인터넷 이메일과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전달해 줄 것"을 독려하며 노조측에 대항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 매장 앞을 막고 있는 이랜드 직원들

매장 앞을 막고 있는 이랜드 직원들 ⓒ 김미정


a 노조측이 매장진입을 시도하자 이랜드 직원과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노조측이 매장진입을 시도하자 이랜드 직원과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 김미정


노조 매장진입 시도하다 후퇴... "계속 투쟁 진행할 것"

노조측은 오전에 이어 오후 2시 40분 경 두 번째로 매장진입을 시도했다. 그러자 이랜드 직원과 매장 업주측은 매장입구에서 이를 막았고 다음으로 경찰이 'ㄷ'자 모양으로 노조측을 에워싸며 약 1시간 가량 대립이 계속되었다.

홈에버에서 가족과 함께 쇼핑을 마치고 나온 망원동의 한 주부는 "쇼핑을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했다"며 "당분간 이 곳으로 오지 않을 것이고 노조원들이 힘들게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잠시 후 이랜드와 매장업주측은 노조측에게 "매장 진입시 가만있지 않겠다"며 방송을 시작했다. 이어 노조측의 외주용역 비판에 대해 "계산업무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을 편법으로 아웃소싱을 맡긴 것이라는 노조측의 주장은 잘못”이라며 "아웃소싱이 뭔 줄이나 아느냐"고 반문했다. "아웃소싱이란 이랜드에서 주는 월급을 이랜드의 하청업체에서 대신 주는 것인데 그렇게 싫어하는 이랜드의 소속이 되고 싶은 것"이냐고 노조측을 성토했다.

노조측에서도 이에 질세라 이랜드와 매장 업주측이 방송을 하는 동시에 "대량해고 중단하라, 비정규직 완전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4시경 노조측의 자진철수로 마무리 되었다. 이에 대해 홈에버 노조의 한 관계자는 "본래 오늘 집회의 목적은 평화적으로 우리의 의견을 알리려고 했던 것일 뿐"이라며 7시에 열리는 문화행사를 위해 청계광장으로 향했다.

a 경찰을 사이에 두고 노조측과 사측, 매점 업주측이 대치하고 있다

경찰을 사이에 두고 노조측과 사측, 매점 업주측이 대치하고 있다 ⓒ 선대식


a 노조의 자진해산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랜드 본사 직원과 매점 업주들이 아직 홈에버에 남아 있다.

노조의 자진해산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랜드 본사 직원과 매점 업주들이 아직 홈에버에 남아 있다. ⓒ 김미정

덧붙이는 글 | 김미정·차예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미정·차예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기자입니다.
#홈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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