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프레시안>에 실린 손호철 교수의 시론 "멍청아, 문제는 '평화'가 아니라 '경제'야"는 매우 재미있는 글이었다. 그러나 평화의 담론은 다음 대선에서 아직도 유효하다고 보아야한다. 필자는 “멍청아, 문제는 ‘경제’지만 ‘평화’는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예비후보가 여론조사에서 40%에 육박하는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어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어디로 쏠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가뜩이나 지리멸렬한 소위 범여권이 경제정책 면에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대선에서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신자유주의에 따른 양극화해소문제에 어느 정도 그럴듯한 대안을 내놓는 일이 지극히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평화의 담론이 손호철 교수의 말대로 다음 대선에서 ‘시대적 성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상황판단은 잘못이다. 반북수구세력의 대표자 격이었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6자회담의 선순환이라는 새로운 사태에 대응하여, 어찌 보면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이른바 햇볕정책을 능가하는 매우 적극적인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입안하여 발표한 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정형근 대북정책 수정방안에 대해 하나라당 수구세력은 맹렬히 반발하면서 정 위원을 ‘빨갱이’로 매도하고 계란세례를 퍼부었다. 이런 ‘희극’은 한나라당 안의 수구세력들이 얼마나 큰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로 보아 정형근위원의 새 대북정책안이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햇볕정책을 계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이런 전망도 북을 지금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한나라당 주류의 강력한 반발에 비추어 올바른 상황판단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의 변신을 위한 시도는 대선용의 포장에 불과하며, 당론으로 채택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손호철 교수는 “한나라당조차 대선을 의식해서 이같이 포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바로 햇볕정책의 기조가 시대적 대세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썼지만, 이는 한나라당의 고등전술에 말려든 견해가 아닐지?
햇볕정책이 시대적 대세이기 때문에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습성으로 해 온 한나라당 안의 ‘마타도어’세력들은 햇볕정책에 역행하는 대북정책으로는 표를 모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종전의 햇볕정책보다 한걸음 앞으로 나간 대북화해협력정책을 생각해냈지만, 한나라당의 체질로 보아 ‘김정일정권 타도’라는 대북적대시 정책 이외의 것이 설 자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판국에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을 햇볕정책 수용의 방향으로 대폭 수정했으니, 이제는 경제문제를 쟁점으로 삼아야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성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가오는 연말 대선에서 경제문제가 표심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일본과 중국의 협공 속에서 방향을 잃고 비틀거리는 한국경제의 활로가 남북의 협력 속에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것 말고는 좀처럼 찾아지질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견제문제의 활로를 남북간의 평화정착과 교류협력에서 찾는 것이 정답이다.
이런 점에서 다음 대선의 가장 중요한 담론은 경제와 평화의 결합 속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평화담론은 이제 약발이 다했다는 손호철 교수의 주장엔 그래서 선 듯 동의하지 못한다.
덧붙이는 글 | 주종환 기자는 동국대 명예교수, 민족화합운동연합 이사장입니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프레시안, 평화만들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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