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내각 지지율 추이한은희
고이즈미 전 총리의 높은 인기를 이어받아 취임 초기 6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아베 정권이 불과 10개월 만에 이렇게까지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그가 전임 총리와의 차별성을 엉뚱한 데서 찾으려 했다는 데 있다. 전임자와 차별성을 보여야 하는 것은 권력자의 숙명이다. 그러나 현명한 지도자라면 '계승'할 점과 '극복'할 점을 정확히 구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아베 총리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과 한국을 선택, 고이즈미 총리 시대에 꼬진 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시도까지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내정에서는 차별화를 시도하는 사안마다 패착이었다.
고이즈미 정권 시절 우정민영화에 반대, '반 개혁세력'으로 몰려 자민당에서 쫓겨났던 국회의원들을 복당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을 변화시키고, 정부를 변화시키고, 일본을 변화시킨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구 정치질서와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런 자세를 '계승'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구태의연한 본래의 자민당 정치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연금기록 관리 문제의 경우 사실 지금 불거졌을 뿐이지 부실한 행정은 역대 정권에서 누적돼왔던 일이다. 그럼에도 아베 정권이 정부 개혁에 대한 명확한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큰 문제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아베 정권 퇴진하면 '단명 정권' 이어질 가능성도
두 번째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아베 정권이 국민의 관심과 요구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민의 관심은 연금문제와 세제개혁, 양극화 해소와 같은 생활과 밀접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아베 정권은 그 동안 헌법개정과, 교육기본법 제정 같은 이데올로기적 사안에 주로 힘을 쏟아왔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 선거유세에서 개헌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 등 전략을 바꿨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떠난 뒤였다.
마지막으로 인사의 잘못을 들 수 있다. 정치자금의 부정한 사용이 문제가 되자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쓰오카 도시카쓰 전 농림수산상을 비롯, 이달 초 이른바 '원폭투하 정당화 발언'으로 물러난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까지, 아베 총리가 요직에 등용한 인사들의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잡음은 단지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유난히 친소관계를 중시하는 아베 총리의 스타일 때문에 자신과 가까운 우익 성향의 인사들을 대거 요직에 등용하다 보니 일어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약 자민당이 충격적인 패배를 해 아베 정권이 퇴진하게 된다면 향후 일본 정치는 90년대 초와 같이 '단명 정권'이 이어지는 혼란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고이즈미와 아베처럼 높은 지지를 받는 지도자는 현재로선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29일 참의원 선거는 그런 의미에서 2000년대 후반 일본 정치의 진로를 결정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그 기준은 일단 자민당이 얻을 의석 수에 달려있다.
| | 참의원 선거 어떻게 치러지나? | | | 일본 국회 구성과 선거제도 | | | |
| | | ▲ 일본 참의원 의석분포 | ⓒ한은희 | 일본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의원이 의원정원 480명에 임기 4년. 참의원은 242명 정원에 임기 6년으로 구성된다.
법률안이나 각종 안건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중의원과 참의원의 일치된 결의가 필요하다. 특히 법률안의 경우에는 참의원 동의가 없으면 국회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총리 지명과 예산안 처리, 조약 비준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중의원 우위'를 인정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법률안의 경우 중의원에서 먼저 심의해 가결되면 참의원으로 보내진다. 참의원이 이를 가결하면 법률로써 성립하지만, 만약 내용을 수정할 경우에는 중의원으로 되돌려진다.
여기서 중의원이 수정안에 동의하면 법률로써 성립하지만, 양원의 결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양원협의회'를 열어 조정을 거치게 된다.
끝내 양원의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중의원에서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방법도 있으나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총리 지명과 예산안, 조약의 경우에는 양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참의원이 일정 기간 내에 의결을 하지 않을 경우 중의원 결의가 곧바로 국회 전체 결의로 인정된다.
총리가 해산하면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중의원과 달리 참의원 의원들은 6년 임기가 보장된다. 중의원 해산 기간에도 국정운영이 누수 없이 이뤄지도록 한 장치이다. 참의원은 3년마다 절반씩 새로 뽑기 때문에 오는 29일 선거에서 선출할 의원은 총 121명이다.
이중 73명을 선거구별로 선출하고, 48명은 전국을 단일선거구로 한 정당별 비례대표로 선출한다. 선거구는 47개 광역자치행정구(都道府縣)로 나눠져, 각 선거구마다 1~5명씩 선출한다. 도쿄도에서는 가장 많은 5명을 선출하며, 29개 현은 1명씩 선출하는 소선거구다.
중ㆍ대선거구에서는 대게 주요 정당들이 의석을 고루 나눠 갖기 때문에 승패는 29개 소선거구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좀 복잡하다. 정당별로 많게는 35명까지 공인후보 명단을 내놓는데,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 후보자명을 기입할 수도 있고, 정당명만 기입할 수도 있다.
후보자명 투표와 정당명 투표 수를 합친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당선자 수가 배분되며, 정당 내에서는 다득표 순으로 당선자가 결정된다. 물론 한 유권자가 선거구와 비례대표를 각기 다른 정당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중의원 선거는 완전 소선구제다. 전국을 300개 선거구로 나눠 1명씩 선출한다. 비례대표는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당선자를 결정한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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