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 굿네이버스 국제협력본부 과장.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번 사고는 아프간 현지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security(안전)규정을 따르지 않아 발생한 것 같다. 아프간 현지 NGO인 ANSO 레터에 따르면 거의 1년간 칸다하르 지역은 위험한 곳으로 분류, 가지 말라고 권고했었다."
이병희 굿네이버스 국제협력본부 과장은 4년 4개월간 아프간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전개했다. 한국 NGO 1호로 아프간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벌인 이병희 과장은 지난 24일 오후 분당샘물교회 관계자 23명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인터뷰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26일 새벽 5시 55분 분당샘물교회 배형규 목사가 피랍됐다 살해당했다고 공식 밝혔다.
이병희 과장은 지난 2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전화인터뷰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칸다하르까지 꼭 가야 한다면 대부분 비행기를 이용하라고 권고한다"며 "현지인들이 보기에 낯선 차량을 타고 육로를 이용해서 목적지까지 가려고 했던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분당 샘물교회 관계자들이 타고 이동했던 차량은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파키스탄 이름으로 돼 있는 차량은 아프간 현지에서 많이 다니지 않는다"고 전했다.
"봉사단원 치안 오리엔테이션에 좀더 신경썼어야"
위험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차량을 타서 얼핏 보아도 외국인들이 탔을 것이라는 느낌을 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에게 표적이 됐던 게 아니겠냐는 해석인 것이다.
이병희 과장은 "ANSO를 비롯한 현지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는 NGO들이 매주 치안회의를 통해 전하는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무리하게 그곳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기본규정을 무시하고 칸다하르까지 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과장은 "한민족복지재단이 '선교'이든 '봉사'이든 간에 봉사단원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에 좀더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겠냐"며 "굿네이버스의 경우에는 한국인들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현지고용을 통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이슬람원리주의세력과 맞붙지 않으면서 활동을 자유롭게 벌일 수 있는 방법은 한국인 같은 외국인이 직접 나서서 일하는 것보다는 현지인들을 통해 다가가는 것이 훨씬 친밀감도 있고 활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어나 문화, 관습 등 차이가 많은 한국인이 한국식으로 활동을 펴기보다는 국제NGO의 기본 성격상 가급적 개별국가에 대해서는 드러내지 않고 현지인들의 활동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태극기 걸고 긴급구호?
이병희 과장은 "아프간 현지에서 활동을 벌일 때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탈레반은 외국인 자체를 매우 싫어한다"며 "NGO라 할지라도 모두 내정간섭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프간 긴급구호 현장에서 태극기를 내걸고 활동하는 등 단박에 한국에서 왔다는 티를 내 간혹 이슬람무장세력의 표적이 되는 NGO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한민족복지재단 자체가 탈레반의 표적이 됐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외국인이라면 모두 탈레반의 납치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아프간 지방군벌들이 아편을 재배해 짭짤한 수입을 올려 굳이 외국인을 납치해 금전협상을 벌일 이유가 없었으나 최근에는 아편재배 자체가 금지돼 있어 이 같은 납치극을 벌일 때가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장은 "전례로 볼 때 탈레반은 외국인을 납치하더라도 돈을 내걸고 맞교환하자는 경우는 없었다"며 "분당 샘물교회 사람들을 납치한 세력이 정통 탈레반인지 다소 의심되는 면도 있다"고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정확한 현지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10만달러 요구설, 포로맞교환 등 수미일관한 탈레반 정통세력들의 행동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