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골짝따라 자전거를 달려라

[여름 자전거 휴가②] 자전거 타고 가기 좋은 경북 나들이 코스

등록 2007.07.29 14:46수정 2008.04.0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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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상주 경천대 모습. <font color=a77a2>(사진을 클릭하면 파노라마 형태의 원본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상주 경천대 모습. (사진을 클릭하면 파노라마 형태의 원본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손현희

여러분은 올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셨나요? 그렇다면, 어디로 가려고 하시나요?해마다 여름이면, 산과 바다로 시원한 곳을 찾아 떠나지요. 힘들고 지쳤던 삶에 찌든 짐을 훌훌 벗어버리고, 여행을 떠나는 건 참 좋은 일이지요.보통 '여름휴가'라고 하면 시원한 바다가 있는 동해안·서해안에 가는 사람이 많아요. 올 여름에는 조금 남다른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바로 경북 나들이랍니다. 웬 경북이라고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경북은 여름 휴가지로 제격입니다.

 

웬 경북이냐고? 오지가 얼마나 많은데요

 

a 경상북도 지도

경상북도 지도 ⓒ 경북도청

예를 들어볼까요. 1980년 316만이던 경상북도 인구는 1999년 280만, 2005년 271만으로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2006년 말 272만여명으로 약간 늘어났지만, 최근 <매일신문>과 계명대 조기경보시스템연구소는 2030년 경북 인구가 190만1000명에 불과하리라고 내다본 바 있습니다. 통계청 예측으로도 2030년 경북 인구는 207만3천명에 불과합니다.

 

경북 입장에선 우울한 예측이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사람들 관심에서 벗어난 청정지역이라는 뜻이지요. 언젠가 한 잡지가 소개한 국내 오지여행 23선에 경북은 6개로 강원도(12개)에 두번째로 많은 오지마을이 소개된 바 있습니다. 올 여름 정말 조용하고 공기 맑은 곳을 원하신다면 경북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이 때 되도록이면 승용차는 두고 버스나 기차를 타고 떠나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요즘은 너나할 것 없이 승용차를 타는 사람이 많아서 어디를 가든지 차에 시달리는 일이 매우 많을 거예요. 자칫 즐거운 휴가를 망칠 수 있을 만큼 힘겹기도 하지요. 자, 그렇다면 이참에 차는 두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 한 번 떠나보자구요. 그럼 요령을 알려드리겠습니다.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먼저 자전거 가방을 준비하는 게 좋아요. 가까운 곳이라면, 처음부터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겠지만, 조금 멀리 있다면 가방에 넣어서 가는 게 좋답니다.

 

자전거를 즐겨타는 사람이라면 잘 알 텐데요. 기차나 버스를 탈 때, 자전거 바퀴를 빼서(아주 짧은 시간에 뺄 수 있는 바퀴가 있답니다.) 잘 묶은 뒤에 가방에 넣고 차에 실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답니다.그리고 여행을 하다가 자전거가 고장이 나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예비 튜브와 손쉽게 고칠 수 있는 간단한 공구, 지도는 잘 챙겨서 떠나는 것을 잊지 마세요. 또 하나, 떠나기에 앞서 자전거를 잘 손봐두는 것도 잊으면 안 되겠죠.

 

a 기차나 버스를 타려면, 자전거를 가방에 넣어서 가는 게 좋아요. 간단한 공구와 지도도 챙기고요.

기차나 버스를 타려면, 자전거를 가방에 넣어서 가는 게 좋아요. 간단한 공구와 지도도 챙기고요. ⓒ 손현희

[구미] 의로운 개의 무덤 '의구총', 절벽 앞에 세운 절집 '문수사'

 

자, 그럼 이젠 어디로 가야할까요? 경북 나들이를 추천했으니, 제가 사는 구미에서 가까운 곳을 중심으로 소개할게요. 인구 38만으로 경북 제2의 도시인 구미시 둘레에도 볼거리가 많이 있습니다. 이 곳엔 크고 작은 문화재가 많이 있어 숨은 얘깃거리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무엇보다 시골풍경이 어우러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때때로 살가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을 사람들을 여럿 만납니다. 이럴 땐 머뭇거리지 말고 먼저 정답게 인사하고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물어보세요. 생각보다 재미난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답니다.

 

구미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오면 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볼거리가 있어요.

 

구미시의 자랑인 '금오산 도립공원'에서 시원한 골짜기를 따라 산행도 할 수 있고, 자연환경연수원에 들러 토속식물원과 수생식물원을 구경할 수도 있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도 여러 군데 있으니 아주 좋지요. 또 야영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시원한 골짜기에 발 담그며 하루쯤 묵어가도 좋을 듯 합니다.

 

a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아도화상'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리사'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아도화상'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리사' ⓒ 손현희

a 안동 임하댐을 세울 때, 고향집을 옮겨와 터잡은 구미시 '일선리문화재마을'.

안동 임하댐을 세울 때, 고향집을 옮겨와 터잡은 구미시 '일선리문화재마을'. ⓒ 손현희

구미시 해평면에 가면, 신라에 불교를 가장 먼저 전했던 아도화상의 역사가 남아있는 '송곡리 도리사'와 안동 임하댐을 세울 때 고향집을 옮겨와 살게 된 '일선리 문화재마을'이 아주 볼 만 하지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해요. 어릴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주인을 살리고 죽은 의로운 개의 무덤이 있는 '의구총'도 바로 곁에 있습니다.

 

해평면을 벗어나면 도개면이 이어지는데, 이 곳에도 볼거리가 많이 있습니다. 작은 마을마다 들어가서 구석구석 살펴보면 작은 문화재가 여럿 있고, 어릴 때 고향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어 차분하고 가슴 짠한 추억을 더듬을 수도 있지요.

 

도개면 신곡리 마을에는 얼마 앞서 저도 처음 찾아가 본 곳인데, 깎아지른 절벽을 등 뒤로 하고 반집을 세운 '문수사'에는 꼭 한 번 가보세요. 마지막 절 앞에 가는 길은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길이 짧기 때문에 자전거로 너끈히 갈 수 있답니다. 산 위 대웅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매우 아름답고, 무엇보다 절벽 앞에 세운 절집이 무척 남다르지요.

 

a 깎아지른 절벽을 등 뒤로 반집을 지어 세운 구미시 도개면 문수사.

깎아지른 절벽을 등 뒤로 반집을 지어 세운 구미시 도개면 문수사. ⓒ 손현희

[의성] 빙계계곡, 얼음 '빙'자가 이름에 괜히 붙나요?

 

의성은 삼국시대 작은 부족국가였던 '조문국'의 역사가 있는, 매우 남다른 곳이랍니다. 신라 경덕왕과는 또다른 경덕왕의 '경덕왕릉', 옛집 모양 그대로 한 마을을 이루며 마을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는 '점곡면 사촌마을'과 '금성면 산운마을'이 있어요.

 

이 전통마을은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에 아주 좋은 곳이랍니다. 어릴 적 시골마을과 똑같은 풍경이 참 평화로운 곳이기도 해요.금성면 제오리에 있는 300개가 넘는 공룡발자국 화석도 구경해보시고요. 탑리리에 들러 지금은 자꾸만 사라지고 있는 장터 풍경과 '탑리오층석탑', 마치 성처럼 생긴 '탑리역'도 구경거리에서 빠지지 않아요. 조금 멀리 떨어진 단촌면 구계리에는 의상대사가 세운 천년고찰 '고운사'가 있어요. 여기 들머리에는 소나무 숲길이 매우 멋스럽지요.

 

의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춘산면 빙계계곡'은 여름휴가 때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이랍니다. 이 곳은 반드시 찾아가 보세요. 한 여름에도 영하 4℃인 얼음구멍과 바람구멍이 있어 골짜기 곳곳에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부는 곳이랍니다. 무엇보다 바위틈을 놓치지 말고 눈여겨보세요. 바위틈마다 시원한 바람이 나오니까요.빙계계곡 골짜기에는 따로 야영을 할 수 있도록 야영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시원하게 쉬었다가 가도 아주 좋답니다.(7~8월에는 입장료를 따로 받음, 어른 1000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300원)

 

a 전통 옛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는 의성 점곡면 사촌마을.

전통 옛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는 의성 점곡면 사촌마을. ⓒ 손현희

a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에 있는 빙계계곡, 여름에도 영하℃도로 떨어지는 바람구멍과 얼음구멍이 있는 아주 시원한 곳이에요.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에 있는 빙계계곡, 여름에도 영하℃도로 떨어지는 바람구멍과 얼음구멍이 있는 아주 시원한 곳이에요. ⓒ 손현희

[성주] 조선시대 옛 마을 들어서니 어느새 나도 선비

 

경북 성주에는 3800만 톤이나 되는 물을 가두어 둔 성주댐을 비롯하여 이 둘레로 33번 국도를 따라 고령·무주 쪽으로 '포천구곡', '무흘구곡'이 이어 있습니다. 봉비암·한강대·배바위·선바위·사인암…. 굽이굽이 골짜기를 따라 아주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랍니다. 물이 많아서 야영하는 사람도 꽤 많이 있어요. 시원한 골짜기를 따라가며 자전거를 타는 재미는 굉장히 남다르지요.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에 '세종대왕자태실'이 있는데, 여긴 조선 왕실에서 왕자나 공주가 태어나면 태를 따로 넣어두던 곳인데, 모두 19기나 되는 태실이 있습니다. 14개는 모두 조선 때 모습으로 그대로 보존되었는데, 왕권을 반대했던 다섯 왕자의 태실은 부서져서 제 모습이 남아있지 않는 아픈 역사도 볼 수 있지요.

 

이 곳 태실이 있는 곳까지 자전거 타고 달리는 기분은 무척 좋아요. 마지막에 끈끈한 오르막이 짧게 있는데, 거기 올라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가슴까지 뻥 뚫리는 듯 시원하답니다.

 

성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하나 있는데, 바로 조선시대 옛집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전통마을인 '한개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이 재미날 듯해요. 마을 전체가 집집이 돌담으로 쌓여있어 매우 아름다워요. 돌담길을 따라 구경하노라면 나도 모르게 이 마을 어느 집 선비가 된 듯 하지요. 가까운 군위군에도 이와 비슷한 '대율리 한밤마을'이 있는데, 돌담길과 어우러진 풍경으로는 손꼽히는 곳이기도 해요. 시간이 된다면 여기도 꼭 한 번 가보기를 권합니다. '성주 한개마을'과 '군위 한밤마을'을 서로 견주어 보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상주] '자전거박물관'도 있는 꿈의 자전거 도시

 

a 성주 한개마을과 군위 한밤마을은 돌담길이 아주 멋스런 곳이에요. 두 곳을 견주어보며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지요.

성주 한개마을과 군위 한밤마을은 돌담길이 아주 멋스런 곳이에요. 두 곳을 견주어보며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지요. ⓒ 손현희

a 낙동강을 내려다보며 우뚝 서있는 경천대, 정기룡 장군이 하늘에서 내린 멋진 말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답니다.

낙동강을 내려다보며 우뚝 서있는 경천대, 정기룡 장군이 하늘에서 내린 멋진 말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답니다. ⓒ 손현희

이밖에도 자전거 타는 사람한테는 '꿈의 도시'인 상주에도 볼만한 구경거리가 매우 많지요. 상주는 자전거 도시답게 다른 지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사람 중심인 길'을 다닐 수 있어요. '자전거길'이 매우 잘 만들어져 있답니다.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 위에 우뚝 솟아있는 '경천대'는 꼭 한 번 구경해볼만 한 곳이랍니다. 이 곳에는 따로 '산악자전거길'이 마련되어 있어 싱그러운 숲 속을 자전거 타고 다니며 구경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기도 해요. 이 둘레에 있는 '전 사벌왕릉'과 머리가 없는 불상을 함께 세워놓은 '화달리삼층석탑'도 구경해보세요.또 남장동에 있는 '자전거박물관'에서는 시대별 자전거를 전시하고 있어 오랜 자전거 역사를 한눈에 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여름휴가를 보내기에 좋은 곳, 그것도 경상북도에 있는 곳을 몇 군데 소개했습니다.여름이면 발 디딜 틈조차 없는 해수욕장이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서 시원하게 즐기고 오는 것도 좋지만, 이번에는 자전거로 나들이계획을 짜보기를 권합니다.기차나 버스를 타고 위에 소개한 곳 가운데 몇 군데를 골라서 목적지에 닿으면 가까운 곳에 볼거리가 많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구경한다면 매우 뜻 깊고 보람찬 휴가를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승용차는 과감히 버려두고 자전거를 타고서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007.07.29 14:4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자전거 #여름휴가 #경북나들이 #나들이 #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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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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