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는 삶짓기다

[서평]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하우스>

등록 2007.07.26 20:44수정 2007.07.2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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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 표지 ⓒ 시골생활

어릴 적 누구나 그림 같은 집을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으로 시작한 집에 대한 환상은 날이 갈수록 점점 커져서 모든 장점들이 추가되고 추가된 완벽한 집이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갖춘'이라고 표현되는 그 집은 과연 사람살기 좋은 집일까?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잘도 뜨는 수영장이 있고, 넓은 정원이 있는 부자들의 집은 정말 좋은 집일까? 우리는 정말 그런 집을 원할까? 이런 요즘, 물질만능 완벽주의 집에 반기를 들고 컨츄리틱한 집 하나가 튀어나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바로, 스트로베일하우스다.


버릴 것을 버릴 줄 알고 지은 알짜배기 집. 스트로베일하우스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하우스>이라는 책으로 보다 친근하게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스트로베일하우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볏짚으로 집을 짓는다. 볏짚으로 만든 집하면 우리는 흔히 아기돼지 삼형제의 부실한 집을 떠올리고는 하는데, 실제 이 집은 그렇게 부실하지 않다.

이 책은 스트로베일하우스에 대한 각종 정보들을 소개하며, 실제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388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한손으로 들고 있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중요한 집짓기 '비법'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에 마음부터 흐뭇해지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속물근성이 있는 이들에게 책 표지 앞머리에 적힌 '국내최초공개'라는 말은 더없이 꿀맛 같은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이웅희와 홍순천은 2002년 봄 춘천에 소재한 농촌 컨설팅회사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다 '괜찮은 집'을 짓자고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2004년 겨울, 국내 최초로 스트로베일하우스를 짓기로 결심하고 동강가에 집을 짓게 된다.

책 앞머리에도 나왔듯이 이 책은 홍순천이 그간의 경험과 살아온 이력을 산문으로 풀고, 이웅희가 기술적인 문제와 시공방법 등을 이야기 한다.

책의 서문 뒤에 나오는 홍순천의 글은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집에 대한 철학을 느끼게 해주는데, '온전한 집짓기는 온전한 삶짓기'라는 그의 말이 은근한 향을 내고 가슴속에 들어온다. 그의 집, 거실 창에 걸린 산골 겨울의 풍경은 비경은 아니지만 저자 말대로 차 한 잔 마시면 훈훈해질 여느 시골 정경을 담고 있었다.


짚으로 지은 집, 스트로베일하우스는 냄새가 배지 않고 늘 신선한 공기를 유지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집이 숨을 쉬기 때문이다. 통기성이 우수한 이 집은 직접 지으면 평당 100~150만원이면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저렴한 건축비와 함께 생태 건축이라는 장점은 정말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책은 준비하기, 골조방식의 기초만들기, 골조와 지붕 올리기 등등 집을 짓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실제적인 내용들을 순서에 맞게 꼭지별로 잘 정리해놓았는데, 풍부한 그림과 사진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다 쉽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집에 대한 '삶짓기'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욕심버리기, 욕심 끌어안기'의 내용이 그러하다.


"최근 건축 설계도를 보면 기능적인 측면을 최대한 살려 아기자기한 것이 많다. 그러나 제한된 공간 안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넣으려다보니 친절하지만 작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 ... 근본적인 욕심은 절대 버리면 안 된다. 살아 숨 쉬는 집일 것, 연료를 덜 쓰는 집일 것, 보기에 아름다운 집일 것, 편안한 집일 것. 이 정도의 욕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사실 다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아흔아홉 개의 문은 이미 단속을 잘한 셈이다. 나머지 한개의 문은 바로 공간의 융통성을 방해하는 구획짓기다. ... 생태주택을 짓는 다는 것은 관계의 회복도 포함된다. 남아 있는 문 하나는 과감하게 열어두자."

위 글을 보면 현대인들의 구미에 맞는 기능주의 건축이 실상 더 편하기는 하지만, 개인공간의 구획짓기가 사람의 마음도 구획짓기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흔아홉 개의 문을 이미 단속했다면 나머지 한 개의 문을 열어두고 땅에 막걸리 한잔 먼저 부어주는 여유를 갖자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된다.

스스로 짓고, 더불어 짓고, 건강하게 짓는 집 스트로베일 하우스. '한국 스트로베일 연구회'(http://cafe.naver.com/strawbalehouse.cafe)에 가면 실물적인 정보들이 많으니, 볏집 맛을 한 번 보시고 인생을 바꿀 이들은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한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 하우스 - 볏짚으로 짓는 생태주택

이웅희.홍순천 지음,
시골생활(도솔), 2007


#스트로베일하우스 #이웅희 #홍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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