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의 등장은 단순한 시선끌기용?

주말드라마 상투적인 전개 <황금신부>

등록 2007.07.27 10:30수정 2007.07.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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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부의 갈등도 주인공 준우가 진주를 사랑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것일뿐 문화적 차이 때문이 아니다

부부의 갈등도 주인공 준우가 진주를 사랑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것일뿐 문화적 차이 때문이 아니다 ⓒ SBS

SBS 주말드라마가 <푸른물고기>이후 심한 정체기를 가졌다. 그리고 방송된 드라마 <황금신부>가 2회 만에 시청률 20%를 올리며 대박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모두가 이제 주말드라마도 SBS가 섭렵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만 해도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이후 <강남엄마 따라잡기>가 승승장구 하고 있었고,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이 시청률 1위를 독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황금신부>의 시청률이 오락가락하더니, 이제 10%대로 내려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초 베트남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다는 파격적인 소재가 있었고, 그것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었다.

이제껏 여주인공이 착하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풍파를 겪어야만 했던 캐릭터에서 벗어나 베트남여인이 한국으로 시집오는 흔치 않은 소재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상 농촌에 가면 그것은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여성이 아닌 촌사람?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드라마는 현실을 외면했다. 그것이 바로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베트남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왔다’는 자체다.

아직까지 인종차별이 심한 국내에서 주말드라마에 이러한 소재를 넣었다는 자체는 획기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예전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 드라마 짜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베트남 여성의 사회적 편견을 이야기할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남 여성으로 등장하는 진주(이영아)와 준우(송창의)의 결혼 과정과 이유가 모든 것을 배제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베트남 여성 진주와 만나기 전 준우는 지영(최여진)과 결혼을 하려했다. 하지만 그녀의 배신으로 실의에 빠졌고, 그것도 자신의 어머니 한숙(김미숙)의 연적인 옥경(견미리) 집으로 시집을 갔다는 사실에 공황장애를 앓게 된다.


그 상황에서 진주를 만났고, 진주 또한 한국에서 아버지를 찾는다는 이유로 준우와의 결혼을 감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병을 앓고 있는 준우를 극진하게 보살핀다는 이유 하나로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떠한 편견과 색안경 낀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준우와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만 반복될 뿐이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에서 살면서 부딪힐 수 있는 편견을 차치하더라도 문화적 차이, 경제적 차이를 느끼는 장면은 전혀 없다.


다만 그저 베트남에서 온 여성을 시골에서 올라온 촌사람정도로 묘사할 뿐이다. 전자레인지를 작동하는 방법을 몰라 당황하고, 거리에 차들이 많은 것을 보고 적잖이 신기해하는 그런 사람처럼 그리고 있다.

결국 진주와 준오의 갈등이 재차 반복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은 문화적 차이라 하기보다는 사랑하지 않은 사람과 결혼한 뒤에 오는 갈등에 불과하다.

드라마는 베트남 여인이 한국이란 사회 안에 살면서 겪는 일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진주를 그저 준우를 간호하는 사람쯤으로, 혹은 집에 붙박이 정도로 그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아버지를 찾는 과정의 이야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여전히 베트남 여성은 시선끌기용 소재로 전락할 것이며 주변부 인물로밖에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들의 갈등과 지영의 고군분투

a 극의 흐름과 주요 내용은 주인공 어머니들의 갈등이야기다.

극의 흐름과 주요 내용은 주인공 어머니들의 갈등이야기다. ⓒ SBS

극을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들은 주인공들의 어머니와 준우를 배신한 지영뿐이다. 분명 타이틀은 ‘황금신부’지만 제목을 ‘어머니’로 바꿔도 무방할 정도로 극의 주요한 전개와 흐름의 키를 어머니들이 쥐고 있다.

우선 한숙은 베트남 여성인 진주를 연적인 옥경에게 말하지 않는다. 또 지영의 어머니(김청)은 지영에게 돈을 요구하며, 괴롭힌다. 지영의 남편인 영민(송종호)이 여자의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한숙을 사랑했던 아버지 성일(임채무) 때문에 자신의 어머니 옥경이 상처를 받은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으로 묘사되어지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갈등의 주요 원인은 한숙과 옥경, 지영의 어머니다. 주인공들의 어머니로 인해 모든 사건이 벌어지고 갈등이 생기며 내용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주인공으로 나서야 할 사람은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 여성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여기에 지영의 고군분투도 진주를 주변부 인물로 전락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영은 준우를 배신하고 자신의 과거를 남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편 자신을 괴롭히는 어머니와도 치열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고군분투 속에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은 진주이다. 결국 진주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버지를 찾는 것 이외에는 없다. 따라서 이 드라마는 사회적인 문제를 이끌어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물론 중장년층이 시청한다고는 하지만 늘 식상한 주제와 내용으로 일관하며 전형적인 주말드라마로 변해가는 <황금신부>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불쾌할지도 모른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하지 않고 도리어 베트남 여성인 진주를 주변부 인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 자체가 ‘차별’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황금신부 #베트남여성 #이영아 #송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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