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법인법제정추진시민연대는 조헌정 목사(왼쪽)를 비롯한 목회자와 고은광순(왼쪽에서 두 번째) 같은 사회운동가, 홍세화 씨를 비롯한 언론인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들은 종교법인법을 제정해 부패한 종교법인을 정화하려 한다.뉴스앤조이 주재일
"국가보다 더 무서운 건 하나님 아닌가"
- 재정 공개를 정부의 종교 감시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국가보다 더 무서운 건 하나님이 아닌가. 교회들이 재정을 하나님과 예수님께 공개했는지 의문이다. 신자들에게 거둬들이는 돈은 하나님에게 내는 돈이었고, 하나님께 드리는 돈 중에서 몇 %나 구제비로 썼나. 교회개혁실천연대가 비교적 투명하게 재정을 관리하는 교회 50곳을 조사한 결과, 그 교회들은 3~4%를 구제비로 썼다고 나왔다. 부끄러운 결과 아닌가.
만약 교회가 하나님 앞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하나님보다 낮은 권력을 가진 국가에는 왜 재정을 공개하지 못하겠는가. 목회자들이 종교법인법으로 재정이 공개되는 것을 불안을 느끼는 게 이상하다. 구린 구석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공개를 꺼릴수록, 법 제정을 반대할수록 교회 밖에서 품는 의혹은 더 커지지 않겠나."
- 종교법인법 제정 과정에서 여성에게 안수를 주지 않거나 여성 장로를 두지 않는 보수 교단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클 것 같은데.
"시대정신을 못 쫓아가는 종교는 죽는다. 초기 개신교는 반상의 신분제를 철폐하고 남녀차별을 극복했으며 교육의 기회를 넓혔다. 초기 개신교가 사회의 약자를 보살피며 우리 민족을 선도하니 부흥했다. 지금 세상은 양성평등이 상식이고, 여성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세상이 되었는데, 아직도 여성 목사는 안 된다고 하면 성장하겠나.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졌다. 종교법인법으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건강함을 되찾으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계기가 될 텐데…."
고은광순 공동대표는 목회자들의 세습이 김일성 부자의 세습과 다를 게 없다며, 한국교회의 세습 열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은 대표는 한국교회가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사고에 찌든 사례를 자세히 열거하면서, 교인들도 큰 조직에 속하면 '영빨'도 세질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교회가 커지면 어떤 잘못을 해도 덮는다고 지적했다. 교회의 타락을 막아야 하는 교인들이 '명품 허위의식'에 찌들어 부패를 부추긴다는 말이다.
또 사회는 인간 냄새가 나고 자연과도 친화적인 자본주의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권력의 정점에 있는 목사들은 굉장히 천박한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TV 토론에서 성경이 십일조를 내라고 한 적 없다는 도발적인 발언을 했는데, 무슨 뜻으로 한 말인가.
"구약에서 십일조는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걷었다. 구약에서는 국가 행정이 종교와 분리되지 않아, 성직자가 교육·의료·행정·사법 등을 맡았다. 십일조는 이런 일에 쓰였기에 일종의 세금이었다. 사회가 분화하면서 세금을 종교 기관이 걷는 것에 대해 반발이 일어났다.
영국은 1600년대, 프랑스는 혁명 이후, 독일은 1800년대 십일조가 사라졌다. 국가 통치 능력이 정교해지면서 그동안 교회가 담당했던 복지를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다. 21세기에 교회가 세금의 의미가 강한 십일조를 걷는 건 웃기는 일이다. 게다가 교회는 십일조를 걷어서 부를 축적하는데, 목사는 가난해야 하지 않을까. 배부른 사람이 어떻게 남을 돕겠나."
- 사회 개혁을 가로막는 건 꼭 개신교만은 아닐 텐데.
"이화여중·고를 나와 이화여대에 들어갔다. 중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미션스쿨에 다녔지만 억압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학생운동할 때도 '뜻 없이 무릎 꿇는'(찬송가 515장) 같은 찬송을 즐겨 불렀다. 정의와 사랑, 약자를 보살핌 등은 예수의 가르침 아닌가. (고은 대표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퇴학 조치를 받았다가 복적되었지만, 이대를 그만두고 한의대에 입학했다.)
오히려 학교 밖으로 나오니 이상한 목사들이 많더라. 전광훈·임태득 목사는 여성을 비하하는 설교를 하고, 김홍도 목사 같은 이는 법정에서 교회 공금을 횡령한 죄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75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감리교에서는 면죄부를 주었다. 서울YMCA 사태는 기독교 어느 곳에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활동하면서 기독교인들의 반대와 비판을 많이 받을텐데.
"기독교 조직에 속해있지 않기에 압력을 넣는 사람이 없다. 전도사님이나 수녀님이 성직자의 비리를 고발하면 상부의 압력을 받는다. 그것을 보면서 처지가 딱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나는 누구 눈치 볼 이유가 없으니 양심껏 이야기할 수 있다. 비리 사학을 견제하려고 사학법을 만들면 반대하고, 남북 관계가 잘되는 꼴을 못보고 개입하는 등 보수 개신교인들의 주장은 정의롭지 않다. 그런 자들이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개신교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 청소 않으면 미래 어두워"
- 교회 밖에 있으면서 한국 개신교 부패와 개혁에 앞장서는 이유는.
"종교법인법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나서 한국 개신교의 역사를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교회가 어떻게 타락의 타락을 거듭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왜 교회에서 세습 문제가 터지고, 재정장부를 소각하고, 대형 교회 목사들 중심으로 정치세력화해서 사학법 개정과 남북 협력 등 개혁을 사사건건 발목 잡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성역과 금기였던 개신교라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쓰레기 더미와 영합하는 정치인들은 대선과 총선에서 걸러내야 한다."
고은광순 공동대표는 한국교회의 주류 지도자들이 신사참배의 반역을 회개하지 않고 반공의 우산 속에 숨었으며, 군사독재 정권에 야합하면서 성장한 사실을 길고 자세하게 열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기총의 출범을 주도한 한경직 목사를 들었다. 고은 대표는 주기철 목사를 해직하고 독재 권력에 야합했다며, 한 목사가 탬플던상을 수상하면서 신사참배를 회개한 것은 철저하지 못한 회개이며 그가 저지른 죄에 비하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 종교계 내부에서도 개혁운동이 지치기 마련인데, 상당히 긴 기간 애정을 갖고 개신교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데.
"예수님과 부처님 같은 성자들은 인류의 의식을 높이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좌절과 분노·슬픔을 용기와 관용·사랑으로 승화하려는 성자들의 노력 위에 인류를 진보하고 있다. 그런데 성자들의 가르침을 중간에서 전달하는 이들이 자기 욕심을 채우고 권세를 누리면, 종교는 오히려 성자의 존재를 가리게 된다. 요즘 불교 공부를 하고 있는데, 부처의 가르침을 묵상하면 예수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불교에서 수행하는 것과 운동하는 것, 생활인으로 세상을 맑게 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원래 낙천적인 사람 같다. 개신교에도 희망이 있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호주제도 폐지되지 않았나. 민주화운동을 하니 독재정권이 무너졌다. 혼탁하던 선거도 투명해졌다. 개혁하면서 사는 이들 덕분에 세상은 더 새로워지고 있다. 개신교도 새롭게 고쳐서 맑고 밝고 투명하게 만들어, 불쾌감 없이 사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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