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진짜, 하운드 경위>.극단 파크
<진짜, 하운드 경위>는 관객들에게 게임을 제안합니다. "이거 추리극 이라며? 뻔하겠네. 근데 왜 시작을 안 하지?" 객석에서 속삭이는 말이 아녜요. 무대 위 방경호가 옆자리에 앉은 문명주에게 말하고 있군요. 관객들은 연극평론가 두 사람이 '본다'고 설정돼 있는 추리극을 보는 동시에, '극중극'을 보면서 두 사람의 변화하는 심리극에 맞닥뜨리게 된답니다.
1막까지는 두 연극이 구분됩니다. 바깥세상과 단절돼 있는 멀둔 저택에서 시체가 발견돼요. 누구의 소행일까요? 극중 인물들이 우왕좌왕 하는 가운데, 애초 범인을 의심받았던 사이먼 개스코인이 총을 맞게 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습니다. 사이먼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왜? 이렇게 진행되는 1막은 의도적인 작위성을 보여줍니다.
'극중극' 바깥에서 진행되는 두 평론가의 리얼한 연기는 논외로 하더라도, '나 연극하고 있다'고 온 몸으로 소리치는 듯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는 그래서 약간 지루함을 안겨줄 수도 있겠네요.
허나 2막에서부터 관객들은 놀라합니다. '극중극' 무대에 울리는 전화를 무대 밖 '관전자'인 방경호가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요. 두 평론가는 본격적으로 연극에 참여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이 주고받는 말들은 1막 '극중극'의 대사와 딱딱 맞아 떨어지고, '극중극'을 보면서 두 평론가가 독백했던 자신들의 상황과도 연결됩니다. 연극에 뛰어드는 방경호는 사이먼과 똑같이 총을 맞아 살해당하고, 이제 나머지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죠.
연극은 무겁지 않게, 유쾌하게 끝나요. 마지막 범인이 밝혀질 때 관객들은 계속 깔깔대고 웃으니까요. 그러나 발랄한 폭소 가운데에서도 현명한 관객들은 곱씹게 되겠죠? 진실과 거짓, 실재와 환상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하고요.
덧붙이는 글 | 미디어다음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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