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 전경유정
한달여 전부터 미루어두었던 델라웨어 서왕진 전 환경정의 사무처장 집을 찾았다. 서 처장은 델라웨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위 논문을 중비 중이다.
지난 번 우리 집을 찾았을 때 함께 만났던 뉴스쿨의 신희영씨, 방학에 맞추어 찾아 온 희영씨와 함께 살고 있는 정연씨, 곧 시민행동에서 일하게 될 유정과 함께 가게 되었다. 삼겹살 파티와 축구 한 판 접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밀려 있는 원고를 뒤로 하고 나섰다.
델라웨어 대학의 유학생 몇 사람과 어울려 밤새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날 기다렸던 축구 한 판은 무산되었다. 갑자기 경기 장소가 너무 먼 곳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미국에서 산 축구화의 시험 가동은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갑자기 비어버린 시간 때문에 서 처장은 분주해졌다. 인터넷에서 지도 한 장을 내려 받더니 미술관 한 곳을 구경시켜 줄 곳이 있다며 사람들을 몰고 나섰다.
뭐 미술관이야 뉴욕의 모마나 메트로폴리탄만한 곳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과 미국 촌구석(?)의 미술관에 뭐 그렇게 볼만한 것이 있으랴 싶기는 했다. 하지만 미술관 주변의 경치가 좋고 미술관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강에서 보트도 탄다길래 좋은 경치 구경하는 셈 치고 가보기로 했다.
촌구석의 미술관, 뭐 볼 게 있겠어?
우리가 찾은 곳은 델라웨어 서 처장 집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펜실베니아 채즈포드의 브랜디와인 리버 미술관(Brandywine river Museum).
어차피 그림에는 문외한이고 본다고 해도 늘 그야말로 그냥 보고 마는 것이긴 하지만 혹시 교양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 미술관 들어설 때 늘 하게 되는 생각이다. 여러 번 봐도 여전히 그림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그림보다 다른 모습들이 늘 기억에 더 남곤 한다.
그리 크지 않은 강에서 보트도 타고 튜브 위에 몸을 싣고 먹을 거 먹어가며 강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이야기를 나누길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강 옆에 서 있는 미술관은 외형이 여느 미술관과 달라 보였다. 입구에 들어서 보니 두 개의 건물을 붙여 하나로 만들었는데, 앞의 건물은 옛 건물이고 뒤에 있는 것이 새로 지어진 것으로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의 앞부분은 말하자면 방앗간이었던 곳이다. 좀 큰 건물이었으니까 제분소라고 하면 좀 더 정확할라나. 하여간 재밌는 사람들이야, 옛 것을 보존하는 거나 이용하는 데 정말 많은 정성을 쏟는 것을 이 곳 저 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 곳도 예외는 아니다.
3층 건물인 미술관에 걸린 작품을 그린 사람들은 세 사람. 이 곳이 고향이면서 3대가 화가인 와이이스(Wyeths)가 사람들의 작품이다. 이런 3대가 화가인 것도 독특하지만 그 세 사람의 고향에 이런 미술관을 짓다니…. 특히 아버지인 앤드류 와이이스의 그림들은 한 눈에도 대부분의 그림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의 사람들과 풍경이 무대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에 나온 풍경, 바로 여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