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중이던 고 배형규 목사 빈소에 피랍자 석방을 기원하는 글이 붙어져 있었다이경태
고 배형규 목사의 형 배신규(45)씨는 28일 오후 1시께 아프가니스탄에서 희생된 동생의 빈소 설치와 관련해 "22명의 피랍자들이 석방된 뒤에 설치하겠다"며 '무기한' 연기를 밝혔다.
배씨는 이날 오후 1시께 분당 피랍가족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고 배 목사의 빈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분당 서울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었다.
배씨는 "가족들은 하루 빨리 배 목사의 시신이라도 만져보고 싶지만, 피랍자들과 함께 떠났기에 같이 돌아오기를 더 간절히 바란다"며 빈소 설치를 연기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배씨는 "피랍자들이 같이 비행기를 탈 때 제일 마지막으로 배 목사의 유해가 운구되기를 희망한다"며 "지금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피랍자 석방을 위해 집중되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유가족의 뜻을 존중, 시신 운구를 일단 유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는 유가족의 뜻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은 현재 카불의 바그람 기지에 안치돼 있다.
분당 샘물교회 방영균 부목사는 "유가족의 뜻을 정부쪽에 전달했고, 정부는 시신을 당분간 현지에 보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영락교회에 마련된 분향소도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해당 교회쪽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배 목사의 빈소에는 오후 2시 전부터 조문객들이 일찌감치 모여들었지만, 유가족의 뜻이 전해지면서 조문객 20여명은 자리를 떴다. 빈소 역시 손님을 맞기 전 철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장례위원회 안내팀의 김연출 장로는 "방금 연락을 받았다"며 "빈소는 유해가 도착하는대로 가족과 협의해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랍 10일째... 가족들, "장기화될 가능성 염두에 두고 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샘물청년의료봉사단이 피랍된지 10일째를 맞은 28일 오전 9시 30분. 분당 정자동 분당타운의 피랍가족대책본부는 고요했다. 최종협상이 전날(27일) 오후 4시 30분에서 '무기한' 연장되면서 가족들은 대부분 귀가했다.
전날 귀가하던 가족 중 일부는 다른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또한 계속 눈물을 보이던 어머니들 중 일부는 현기증을 호소하는 등 지쳐 보였다. 본부에는 5명 정도만이 남아 밤을 지샜다.
이날 오전 10시께 다시 모이기 시작한 가족들은 전날과 달리 많이 안정된 모습이었다. 10여명의 가족들 앞에는 조간신문이 놓여있었지만, 들춰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가족들은 서로 낮은 목소리로 담소를 나누거나 일부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차성민 피랍가족 모임대표는 담담한 표정으로 가족들의 심경을 밝혔다. 차 대표는 "대통령 특사가 파견되고 협상이 무기한 연장되는 등 상황이 많이 나아져 희망이 생긴다"며 "가족들도 억류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차 대표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들리지만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실제로 가족들이 모든 것(외신보도)에 반응한다면 탈레반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움직이는 것밖에 안 된다, 답답하지만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돌아가신 배형규 목사의 가족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도 쳐다보는 것도 힘들다"며 "아무래도 유해가 병원에 도착한 뒤 피랍자 가족들이 빈소를 방문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 | 피랍가족들 "이슬람 세력 향한 원망 자제해달라" | | | |
| | ▲ 차성민 피랍가족 대표 | ⓒ오마이뉴스 이경태 |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억류된 22명 피랍자의 가족들은 국내 이슬람 세력에 대한 부정적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피랍가족 모임은 28일 오후 3시께 성남시 분당타운 피랍가족 모임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이슬람 사원들에 협박전화를 거는 등 위협행위를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차성민 피랍가족 모임 대표 "이번 사태의 책임이 다른 분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가족들을 더 아프고 힘들게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에 있는 이슬람권 분들을 원망하고, 심지어 불안과 상처를 안겨주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차 대표는 "국내 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원망을 품은 사람들이 이슬람 사원에 전화를 걸어 협박까지 한다고 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배경을 밝혔다.
차 대표는 "하루에도 몇번씩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는 가족들에게 이슬람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종교 관계자 분들이 많은 위로를 해주신 바 있다"며 "이렇게 종교를 뛰어넘는 사랑에 가족들이 얼마나 큰 힘을 얻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피랍자들과 가족들은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 사태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상처를 입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사랑을 안고 아프간을 찾았던 저 곳의 23명처럼, 가족들도 진심으로 이슬람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편 피랍사태 직후 서울 이슬람교 중앙회 사무실에는 "사원을 폭파하겠다", "돼지피를 뿌리겠다"는 등의 협박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국은 사원 앞에 경찰을 배치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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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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