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을 쓸 때마다 난 윤은혜가 된다"

[인터뷰]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 이정아·장현주 작가

등록 2007.07.31 12:35수정 2007.07.3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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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공유, 윤은혜, 이선균, 채정안. ⓒ mbc

간만에 보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대고 얼굴이 빨개지는 드라마가 나왔다. 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그야말로 제대로 된 '로맨스' 드라마다. 거기다 꽃미남의 파노라마요, 여자들이 꿈꾸는 순정파 남자들의 집결지다. 이러니 보고 있으면 즐겁고 흐뭇하다 못해 저절로 입이 훌렁 뒤집어진다.

그곳에선 은찬을 남자로 아는 한결(공유)과 은찬(윤은혜)이 알콩달콩 투닥투닥 사건 혹은 사랑을 키운다. 거기에 부드러운 남자 한성(이선균)이 얽히고, 유주(채정안)가 얽힌다. '프린스'들도 얽힌다. 하나 같이 상큼하고 사랑스러운 남자들이 우글대는 바람에, '밸런타인데이 종합선물세트' 같은 <커피프린스 1호점>을 쓰는 이정아 작가와 장현주 작가를 만났다. 두 작가가 공동 집필한다.

이 드라마는 원작이 있다. 이선미 작가가 쓴 소설 <커피프린스 1호점>이 원작이다. 그리고 이 이선미 작가가 바로 이정아 작가다. '이정아'는 필명이다. 본명은 이선미다. 드라마 작가 가운데 이선미가 있어 이름을 바꾸었다. 지금 KBS에서 방송 중인 수목드라마 <경성스캔들>도 이선미(이정아) 작가가 쓴 <경성애사>가 원작이다.

이선미 작가는 로맨스 소설계에선 스타다. 1999년에 로맨스 소설 공모에 당선돼 지금껏 로맨스만 썼다. 드라마 대본은 처음이다. 장현주 작가는 작년 MBC 베스트셀러극장 단막극에 당선한 MBC 인턴 작가로 올해 초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에 합류했다.

"김창완 코파기, 너무 리얼... 이윤정 감독은 디테일의 여왕"

- 이윤정 감독님이 작년에 대구까지 내려가서 (원작자인) 이정아 작가님을 설득했다면서?
이정아 "내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닥쳤을 때 하루만 고민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 때도 할 건지 안 할 건지 하루 만에 결정해야겠다고 고민하는데, 내가 지금 나이가 서른일곱이다. 그런데 30을 넘으면 인생에 새로운 게 없잖아. 별로 변하는 게 없을 거 같은데, 이걸 하면 내 인생이 달라질 것 같더라. 그래서 한 거다."

- 이윤정 감독이 뭐라고 하면서 설득했나?
이정아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했다.' 그러셨다. 하하하. 그 말에 홀라당 넘어가서 그냥 한 거다. 그 때 이윤정 감독님을 몰랐다. (이윤정 감독이 만든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은 봤는데 그 감독님이 그 감독님인 줄 몰랐다."

- <커프>는 원작 소설이 있지 않나. 원작의 어떤 부분은 살리고 어떤 부분은 고치나? 원작 소설이 지금 방송하는 드라마랑 조금씩 다르더라.
이정아 "로맨스소설은 그냥 순정만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드라마는 리얼한 인간을 그려야 하는 부분이 있다. 로맨스소설이 땅에 붕 뜬 이야기라면, 그걸 땅에 발붙이는 이야기로 만드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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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을 쓴 이정아 작가(왼쪽)와 장현주 작가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장현주 "이정아 작가님은 알콩달콩한 대사를 잘 쓰신다. 꽁알꽁알하는 느낌의 대사나. 난 약간 덤덤하게 가는 편인데, 감정적으로 내가 30대라면 이정아 작가님 감정은 10대 같다."

이정아 (웃으며) "감정적인 면에서 내가 철이 없는 것 같다."

장현주 "난 드라마가 재밌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사람의 감정이 거짓이 있으면 그게 재미가 없는 거 같다."

이정아 "작가님한테 많이 배웠는데, 은찬이나 한결이가 감정에 겨워 울 때, 우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가 가짜가 아니어야 한다고 하시더라.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제가 그런 부분을 많이 따라간다. 그런데…… 홍사장님(김창완)은 코를 덜 파야 하는데. 하하하."

- 왜? 코만 파나? 고깃집에서 손 닦는 수건으로 발가락 사이사이마다 닦고 그러더라.
장현주 "대본에 쓰긴 했는데 너무 리얼하시다."

- 발 닦던 걸로 이도 벅벅 닦으시더라.
장현주 "하하하. 그렇게까지 해달라고 할 순 없는데, 김창완 선생님이 알아서 하셨다. 네티즌들이, 작가랑 감독이 더러운 거 너무 좋아한다더라. 하하하. 초반에 그런 부분들이 있다. 되게 재밌는 게 단무지로 자장면 그릇까지 싹싹 긁어먹고. 단무지 이렇게 (이빨 자국 모양으로) 오려있는 건, 감독님이 한 거다. 감독님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잘 하신다."

이정아 "디테일의 여왕이다."

장현주 "깜짝깜짝 놀란다."

내가 어찌 생겼건, 무조건 날 사랑해줄 남자에 대한 로망

- 감독님이 이거저거 첨가 많이 하나?
이정아 "많이 한다. 저희가 미처 생각 못 했던 것을 섬세하게 많이 잡아간다. 유주가 한성이하고 장난치는 부분에서 (유주가) 인형 갖고 손가락으로 (한성이 배 위에서) 이렇게 하는 거……. 감독님 아이디어다."

- 그거…… 너무 에로틱한 거 아니었나? (웃음)
이정아 "우리는 그냥 유주랑 한성이가 알콩달콩하게 나오는 장면이 어떤 게 있을까 했다. 그래서 뻔하게 생각하는 거 있잖아. 연인들이 하는 것들. 그런데 감독님은 요런 장면을 조금만 넣으면 어떨까 하시더라. 감독님이 굉장히 아이디어를 많이 준다."

- 혹시 이윤정 감독님이 해봤던 거 아닌가? 감독님이 연애의 달인?(웃음) 이정아 작가님은 로맨스 소설을 많이 쓰셨다.
이정아 "모든 소설의 기본 전제가 로맨스다. 인간이 있는 이상 없어지지 않을 주제라고 생각한다. 로맨스 소설 마니아들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이 다 로맨스라고 생각한다."

- 제인 오스틴은 로맨스 소설의 바이블이지 않나. 그런데 로맨스 소설엔 여자들이 꿈꾸는 모든 게 들어있지 않나?
이정아 "로맨스도 많이 현실에 접근해 가고 있다. 작가들도 소재나 이런 걸 다양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황당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할리퀸 로맨스도 나름대로 그 사람들 생활이다. 외국 여성들의 생활하고 이상이 같이 있다. 내가 국내 (로맨스 소설 작가) 1호인데, 시작한 지 8~9년밖에 안 됐다. 그런데 이제 정착이 돼간다."

장현주 "난 사실 로맨스 소설을 (얼굴 붉어지며) 이번에 처음 봤다. 약간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재밌더라. 또 깜짝 놀랐다. 책에 적나라한 남녀간의 스킨십이라든가 감정이 깊이 들어간다. 끝까지 간다."

- 야하더라는 얘기?
장현주 "하하하. 돌려 말하려고 했는데. (웃음) 재밌었다. 되게. 시간도 빨리 가고. 아.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정아 "몰라도 된다. 로맨스 소설 몰라도 드라마 잘 쓰신다. 꼭 알아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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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남장을 한 은찬(윤은혜·왼쪽)과 한결(공유). ⓒ mbc

- 그런데 요즘 로맨스 그린 멜로드라마가 나오는 족족 망했잖나? <커프>는 오랜만에 20대 30대 여자들이 보는 로맨스다. 20, 30대 여자들을 사로잡았다. 여자들 속에 있던 것을 딱 건드렸단 건데, 그게 뭘까? 꽃미남들이 우르르 등장해줘서인가? (웃음)
이정아 "원작 소설 쓸 때 좋았던 부분이, 이 남자가 나를, 내가 어떤 모습이건 간에 사랑한다는 거였다. 내가 남자인데도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한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사랑이 외모를 떠난 거다. 물론 윤은혜가 너무 예뻐서 남장을 해도……."

- 그 예쁜 윤은혜를 남자로 보다니, 미친 거 같다.
이정아 "하하하. 그런 걸 떠나서, 외모나 성격이나 인격도 초월하고 이 모든 걸 떠나서 정신적으로 마음으로 날 사랑하는 사람, 나한테 올인 하는 사람, 이런 것에 대한 '로망' 같다."

- 정말 그건 뭇 여자들의 로망 아니냐? 여자라면 어쨌든 예뻐야 하고 그런데, 예쁘지 않아도 나를,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해줄 남자라? 흐흠…….
이정아 "그게 삼순이의 로맨스하고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은찬이 같은 이런 여성도 남자가 사랑한다는 게 여성의 로망이라면, 그런 부분에서 비슷하다."

- 그런 것도 되지 않을까?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성이란 게 있다.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청순하고 여성스럽고. 그런데 은찬이 같이 남자 같은 애를 누가 그리 사랑하겠나 싶은데 사랑받는다.
이정아 "한결이 은찬을 일단 남자라고 알고 있으니까, 그런 환상 같다. 이 사람이 무조건 사랑한다. 이 사람 그대로."

- 한결이한텐 그런 거잖아. 알고 보니 여자였네? 은찬이 남자인 줄 알고, 은찬에 대한 마음 때문에 고민하고, 정신과에 가고 그러잖아?
장현주 "그런 거 같다. 그래도 좋은 것에 대한 진정성 있잖나? 물론 윤은혜는 여자로 보인다. 까발리고 시작한 부분이 있다. 감독님이 얘가 멀쩡한 남자애가, 여자 좋아하던 멀쩡한 남자애가 갑자기 남자애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그게 코미디로 보이는 게 아니고 애가 정말 사랑하고 있고, 애도 사랑을 몰랐는데 사랑에 대해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고민 많이 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아마도 다르게 보일 요소 같다."

- 원작이랑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단 이야긴가?
장현주 "하하. 그거 교육받고 왔다. 모른다. 어찌될지."

- 한결이랑 은찬이 사이에 묘하게 한성이가 껴있다. 은찬이랑 셋이 삼각관계인데, 과연 누구랑 될까. 묘하게 궁금하다. 물론 한결이랑 되겠지만.
이정아 "사람들이 누가 누구랑 사랑하고 이런 이야기들이 되게 엔딩으로 가는 도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이 인터뷰하시면서 한 말이 그런 게 있더라. '사랑해, 라고 말하기까지 사랑의 감정을 보여줄 것이다.' 한성이 하고 맺어지고 한결이랑 맺어지건, 민엽이하고 맺어지던 하림이랑 맺어지던 사랑이 변덕치는 부분 있잖아. 거기에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공유 보고 딱 찍었다! 한결 이미지랑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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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 극본을 쓴 이정아 작가(오른쪽)와 장현주 작가(왼쪽). 이정아 작가는 이 드라마 원작 소설을 쓴 소설가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커프>도 재밌는 게 로맨스도 로맨스지만, 소소한 에피소드다. 일상적인 게 숨어있다. 그런 게 어디서 나오나? 다 본인 이야기는 아닐 텐데?
장현주 "예를 들어 민엽이는 술 먹으면 뽀뽀를 한다. 실은 여자인 은찬 입장에선 너무 기가 막힌 거다. 홍 사장님(김창완)은 콧구멍 후비고 그런 게 그들 입장에선 굉장히 자연스러운 거고 자연스럽게 써진다. 워낙에 (이정아 작가를 흘깃 쳐다보며) 작가님이 좋아한다. 저희도 쓰면서 막 책상 밑에 기어들어가서 웃고 그런다. 이불 뒤집어쓰고 그런다. 너무 웃어가지고. 이 상황에서 민엽이가 어떻게 하는지, 자기네들이 스스로 움직인다."

- 글이 재밌으려면 내가 재밌어야 하고, 내가 재밌으려면 내가 재밌는 생활을 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대본 쓴다고 노트북만 보고 있으면 재미없지 않나?
이정아 "캐릭터에 빠지면 재밌다. 내가 윤은혜가 되는 거다. 내가 고은찬이라고 하고 막 생각하고 쓰는 거다. 하하하하."

장현주 "옆에서 보면 작가님이 쓰면서 얼굴이 빨개진다. 보면 느껴진다. 고은찬 어떡해? 하하하."

이정아 "내가 머리까지 잘랐잖나. 윤은혜 머리 한다고(웃음). 캐릭터에 빠지면 되게 재밌다. 내가 민엽이도 됐다가 홍사장 아저씨도 됐다가 그런다. 6회 방송할 때, 방송에서 한결이가 은찬이더러 '한 번만 안아보자' 그러잖나. 은찬이에 대한 자기 마음을 확인해 보려고. 그거 쓰면서도 너무 떨리는 거야. 앞으로도 좋은 게 많이 나올 거다."

- 물론 은찬이랑 한결이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커프'엔 다양한 꽃미남들 캐릭터들이 나오잖아? 솔직히 어떤 인물이 제일 맘에 드나?
이정아 "다들 개성 있다. 처음에 한결 누구로 할 건가 할 때 공유 물망에 오른 거 보고 딱 찍었다. 한결이랑 공유 이미지랑 딱 맞다고 생각했다. 느낌이 그냥 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선균씨는 두 말할 것도 없었다. 민엽인 너무 귀엽고, 선기는 그냥 그림이 되는 친구라서 너무 멋있다. 하림이는 리딩을 하러 왔는데, 반했잖아. 목소리가 너무 좋다."

- 흐흠. 남자들에 대한 로망이라면? 한결(공유) 같은 남자?
이정아 "이들 장점만 다 뽑은 남자. 한결이는 겉은 쌀쌀한데 속은 따뜻하다. 거기에 한성이의 자상함, 민엽이의 순박함, 하림이의 그 친근함, 선기는 그냥 로망, 후후후. 선기도 되게 순정파다."

- 안 그래도 전에 얼핏 나오던데, 선기는 무슨 여자 친구 찾아 일본에서 온 거더라. 여기 나오는 남자들은 하나 같이 다 순정파다. 민엽이도 은찬 여동생을 향한 순정파고, 한결도 유주한테 그랬고, 하림이는 아직 나오진 않지만 뭔가 있는 거 같고.
이정아 "하림이도 있다. 다 있다. 각자 캐릭터에 다 로망이 있는 거 같다. 로맨스 소설 남자주인공한텐 여자들이 찾는 게 있다. 내가 그리는 남자 주인공들이 대부분 다 그렇다."

- 그러면서 여자들에게 꿈과 희망과 대리만족을 주는 거 아닌가?
이정아 "다른 작가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남들을 위해 쓴다기보다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쓴다. 그러니까 이런 남자가 이런 여자하고 사랑을 하면 어떤 그림이 될까. 내가 더 궁금한 거다. 거기에 독자들이 공감하고 대리로 느껴지면 감사한 거고."

- 로맨스 소설이나 극본 쓰는 거 말고 두 분, 꿈과 희망은 뭔가?
이정아 "늘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 50대 때도, 80대 때도,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다."

장현주 "내가 작가 일을 하는 게 너무 감사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도 너무 감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평생 하고 싶다."
#커피프린스 1호점 #이정아 #장현주 #윤은혜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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