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7월 28일, 넷째날은 좀 멀리갔다. 바로 강화의 선원사지 연꽃단지. 오늘도 역시 지하철 타고 나갔다. 왕십리역에서 2호선 바꿔타고 신촌에서 내려 강화가는 버스를 탔다. 거금 3400원 썼다. 지금까지 지하철과 시내버스로만 돌아다녀서 한번에 내는 차비가 2000원을 넘긴 적이 없었다.
강화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물으니 대문리로 가라고 했다. 버스 시간은 1시간 뒤였다. 그냥 대충의 방향을 어림잡고 논둑길을 따라 걸었다. 가다가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께 물으니 방향을 짚어준다.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갈 뻔 했다. 그렇게 가다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으면 사진찍다를 반복하며 걸어서 그곳까지 갔다.
도착하니 홍련 300송이가 나를 반겨준다. 잎을 하나 펼 때마다 빛이 점점 더 조도를 높이며 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난 연꽃을 찍을 때면 꽃을 중심으로 조금씩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꽃을 찬찬히 살펴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 한 순간, 꽃이 내게 보여주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반짝거리며 내 눈에 잡힌다.
나는 때로 그 자리에서 몸을 낮추거나 세우기도 한다. 난 어느 각도에서나 아름다운 꽃은 별로 보질 못했다. 눈앞에 두고도 세밀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찾을 수 있는 게 꽃의 아름다움인지도 모른다.
돌아올 때 버스 시간을 물으니 토요일이라 7시가 넘어야 있다고 한다. 두 시간이나 남았다.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름길이 있을 것 같아 길가에 앉아있던 동네 사람에게 물었다.
"저기 교회 뒤에 산길이 있는데 그 길로 넘어가서 다리를 건넌 뒤 쭉 가면 된다."
간단명료한 설명이었지만 나는 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했으면 전혀 몰랐을 그 낭만적인 비밀의 길을 따라 버스 정류장까지 갈 수 있었다. 신촌에서 내리니 그곳에도 2500원짜리 해장국이 있었다. 그것으로 저녁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