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석방, 우리정부 능력에 한계"
다급해진 정부, 미국에 협조 메시지

청와대 대변인 성명... "원칙적 입장 유연하게 적용해달라"

등록 2007.07.31 17:12수정 2007.08.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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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들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파랍자가족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랍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했다. 고혈압으로 휠체어를 탄 채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지영씨의 어머니 김경택씨가 "아프간으로 가는 비자 특급으로 내줄 수 없나요. 이렇게 하나 둘씩 죽어가는데 바라보면서 있을 수는 없잖아요."라며 울부짓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들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파랍자가족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랍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했다. 고혈압으로 휠체어를 탄 채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지영씨의 어머니 김경택씨가 "아프간으로 가는 비자 특급으로 내줄 수 없나요. 이렇게 하나 둘씩 죽어가는데 바라보면서 있을 수는 없잖아요."라며 울부짓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31일 저녁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아프간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31일 저녁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아프간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청와대는 아프간 피랍자중 심성민씨가 추가로 피살된 것과 관련해, 탈레반을 규탄하고 이후 대책을 담은 정부성명을 발표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아프간내 추가 희생자 발생에 대한 정부성명'에서 "아프간에서 피랍된 우리 국민 중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했다"면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납치단체는 우리 국민들의 석방조건으로 수감자 석방과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서 "우리가 아프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또 "우리는 인질문제 해결과정에서 국제사회가 견지해온 원칙적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많은 소중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이러한 원칙적 입장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인도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국제사회가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군사작전 반대 원칙은 변함없다"


천 대변인은 끝으로 "남은 분들의 안전과 조속한 석방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가능한 모든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것"이라면서 "그러나 정부는 또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우리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책임을 묻겠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군사작전에 반대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정치외교적 활동을 의미한다고 해석해 달라"고 덧붙였다.


a 미국의 아프간공습으로 무너진 카불소재 주택가에서 망연자실해 하는 시민.

미국의 아프간공습으로 무너진 카불소재 주택가에서 망연자실해 하는 시민. ⓒ 연합뉴스

이번 정부 성명은 요약하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성명에서 "납치단체는 우리 국민들의 석방조건으로 수감자 석방과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혀, 이번 사태 발생이후 처음으로 피랍단체의 요구가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맞교환'이라는 것을 공식확인했다. 이것이 문제를 푸는 핵심고리라는 것이다.

정부가 성명에서 '인질문제 해결과정에서 국제사회가 견지해온 원칙적 입장을 잘 알고 있으나, 이러한 원칙적 입장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인도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호소한 것은 이와 연결된다.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권한'에 대해 청와대는 "미국이 아프간 정부를 세웠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미국의 권한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으나, 아프간 정부의 영향력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시 무게는 미국에 쏠릴 수밖에 없다.

'탈레반 수감자'석방에 대한 미국의 입장변화 촉구

결국 정부는 '테러범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태도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아프간 정부와의 협력노력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프간 정부가 많은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이탈리아 기자 납치 때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한 전례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천호선 대변인은 "탈레반 수감자 석방문제에 대해 아프간 정부의 권한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아프간 정부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특사 파견 등 아프간 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사태해결 방식이 실패한 게 아니냐' '대응방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아직 실패하지 않았으며,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답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천 대변인은 "우리 국민의 안전확보가 사태 해결을 위한 모든 원칙에서 가장 우선한다"고도 말했다.

천 대변인은 "정부 대책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부가 노력했음에도 두 분의 생명을 잃은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하지만 정부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오늘 이후 엄중한 상황에 따라 대처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탈레반 정부와의 직접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과는 필요한 협력을 다각적으로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a 고 심성민씨가 활동하던 샘물교회 장애인들을 위한 예배학교 '사랑부' 조혜숙씨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피랍가족대책본부에서 21명 피랍자들의 석방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고 심성민씨가 활동하던 샘물교회 장애인들을 위한 예배학교 '사랑부' 조혜숙씨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피랍가족대책본부에서 21명 피랍자들의 석방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지난 23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카불에서 기자회견중 모함마드 자히르 샤 전(前) 국왕의 타계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3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카불에서 기자회견중 모함마드 자히르 샤 전(前) 국왕의 타계를 발표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다음은 천 대변인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 정부성명에 또 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군사작전도 포함되는 것인가.
"우리 국민의 안전확보가 사태 해결을 위한 모든 원칙에서 가장 우선한다. 군사작전에 반대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대화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테러범과는 협상하지 않는다' 것이 미국의 대테러 원칙이다. 미국은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은 무엇인가
"정부성명에 현재 입장 명료하게 표현돼 있다. 수감자 석방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요구로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프간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아프간 정부의 어려움 이해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기대한다.

국제사회가 견지하는 입장이 있지만, 인도적 관점에서 유연한 적용을 관련 당사자들에게 촉구하는 내용 포함돼 있다. 미국과는 필요한 수준에서 모든 외교군사 정부 등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 '아프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특사 파견했기 때문에 더 수단이 없다는 것인가. 또 국제사회 협력을 위한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아프간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수감자 문제는, 아프간 정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협력은 공식 비공식으로 외교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과는 필요한 수준에서 협력하고 있다"

- 미국 정부가 피랍자 석방에 도움을 주지 않고 있는데, 독자적 협상 추진 의지 없나. 정부태도가 안일한 것 아닌가. 아프간에서 조기철군여론 나오고 있는데.
"미국이 이 문제 해결할 수 있는 독자적 권한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 관리하고 있고 무장단체들과 직접 대면하고 있다. 다만 미국도 관련당사국이기 때문에 협조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미국이 의도적으로 협조를 안했다거나 그간의 협력을 낮게 평가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직접협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 첫 피살 상황과 변함이 없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적극적인 노력을 안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국들의 사정 고려해 일일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 국내언론의 현지 취재는 언제쯤 허용할 것인가.
"언론 입장 이해하나 현실적인인 어려움이 있다. 현장 상황은 굉장히 엄중하다. 그동안 피랍사건의 대상의 상당수가 언론인이었다. 상황을 좀 더 보겠다."

- 정치권 일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과는 필요한 협력을 다각적으로 하고 있다."

-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희생이 났다. 정부 대책이 미흡한 것 아닌가. 그동안의 협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정부가 노력했음에도 두 분의 생명을 잃은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오늘 이후 엄중한 상황에 따라 대처방식 차이가 있을 수 있다."

a 배형규 목사에 이어 심성민씨가 아프간 탈레반에 의해 추가 살해된 31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아프간사태 평화해결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두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배형규 목사에 이어 심성민씨가 아프간 탈레반에 의해 추가 살해된 31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아프간사태 평화해결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두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오늘 성명에서 '책임 묻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나.
"현재로서는 정치적 외교적 활동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주면 좋겠다."

- 수감자 석방과 맞교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아프간 정부에 있다고 했는데, 그동안 아프간 정부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나.
"아프간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현실과 원칙사이에서 고충을 겪고 있다. 최대한 협조 해왔다고 생각한다"

- 특사 파견 이후에도 피살 사건이 났는데, 아프간 정부 설득에 주력한 것과는 다른 방식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 실패했다고 할 수 없다. 사안이 워낙 복잡한 것이었기 때문에 빠른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명발표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아직 저희는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 탈레반이 내일 오후 4시 30분으로 또 시한을 정했는데, 충분히 공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런 상황 돌파할 수 있는 논의가 있는지.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막 보도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

- 탈레반에 대해 우호적인 정부들이 있는데 이들과 접촉하고 있는지.
"이미 해왔다."

- 이후 백종천 특사의 활동계획을 밝혀 달라.
"필요하면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 만날 것이다. 현지 종합대책본부와 유기적으로 논의하면서, 고위급 인사 접촉에 주력한다.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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