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전두환> 없이 '일해공원'만 남는다면...

화려한 휴가, 인간에 대한 예의

등록 2007.07.31 19:20수정 2007.07.3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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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만화 전두환 1, 2권

만화 전두환 1, 2권 ⓒ 시대의 창

<만화 박정희 1·2>에 이어 나온 백무현의 <만화 전두환 1·2>는 그가 밝혔던 대로 '전두환의 역사'와 맞짱을 뜬 작품이다. 박정희는 이미 죽은 인물이지만 전두환은 아직 살아 있는 인물이다. 박정희의 휘하에 있던 인물은 대부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전두환 휘하의 인물들은 대부분 살아 있다.

<만화 박정희>에 비하면 전두환의 살아온 여정이 조금은 미비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전두환의 민주주의 찬탈과정과 폭압적인 집권 기간을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그렸다. 12·12쿠데타는 '국가'와 '국민' '민주주의' '군인의 사명'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권력을 찬탈하기 위하여 '군'을 '사적 이익'의 도구로 사용했음을 잘 그리고 있다. 하지만 육군참모총장이 감금되고 체포되었는데 육군참모차장과 수경사령관, 군사령관들의 무기력한 대응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군 수뇌부의 대응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통한의 역사'는 '서울역 회군'이었다. 전두환 일당은 분명 학생들의 시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때 서울대학교 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대중운동을 이끌 만한 준비가 안 돼 있고 공수부대가 효창운동장에 집결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므로 일단 자진 해산합시다."(1권 본문 74쪽 인용)

오욕의 결정이었고, 통한의 결정이었다. 그때 청와대로 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는 15년 이상을 퇴보하지 않았을 것이고, 전두환 일당의 군부 폭압 정권은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5·18민중항쟁의 참혹함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이 각인이 전두환 폭압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역사를 우리의 눈과 귀에 되새김질하는 일은 중단해서는 안 된다.

<만화 전두환>이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한 이들이 누구인지 자세히 전해주고 있다. "29만원" "좋아, 아주 좋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무엇을 하였는지 알아야 한다. '12·12쿠데타,' '5·18,' '녹화사업,' '삼청교육대' 따위 수없이 민주헌정을 파괴한 전두환이다.


이 전두환을 아직도 "조국을 누란의 위기에서 구한 대통령"이라고 외치는 자들이 있다. 이는 세뇌로 인한 결과들이다. 이를 누가 했을까? '언론'이다. 백과사전에는 "군인 겸 정치가, 신군부가 12·12 군사 정변을 일으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81년 1월 창당된 민주정의당 총재가 되어 2월 개정된 새 헌법에 따라 제12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재임 기간 중 물가 안정, 서울 올림픽 유치, 무역 흑자 등을 이루었으나, 군부독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1권 본문 6쪽 인용)

전두환을 독재자, 쿠데타 주역, 광주학살의 원흉이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역사가 조금 더 진행된 후, 이런 백과사전류만 남고, <만화 전두환>과 같은 자료가 없다면 훗날의 역사는 전두환을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좋아, 아주 좋아~"라는 유행어를 남긴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고, "전 재산 29만원"인 자가 외국을 제집처럼 나다니고, "일해공원"이 합천군의 공원 이름으로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는 온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으며 우리는 이 땅에 다시는 민주주의 헌정을 파괴하는 독재정권이 세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작은 발걸음이 <만화 전두환>이다.

덧붙이는 글 | <만화 전두환> 1·2 백무현 글·그림 ㅣ 시대의 창

덧붙이는 글 <만화 전두환> 1·2 백무현 글·그림 ㅣ 시대의 창

만화 전두환 1~2 세트 - 전2권 - 2판

백무현 글.그림,
시대의창, 2016


#만화 전두환 #백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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