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 탈레반 군사작전 '레드라인' 그었나

국무부 "테러 세력에 양보없다"... 탈레반 "인질살해 일시중단" 전략 변화

등록 2007.08.01 10:27수정 2007.08.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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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22일 오후(현지시간)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이 합동으로 한국인 구출작전에 돌입했다며 병력이 이동하는 장면을 독점 방영했다. 이 장면은 22일 오전 아프가니스탄 카불∼칸다하르간 도로상 납치 추정지역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이 방송은 설명했다.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22일 오후(현지시간)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이 합동으로 한국인 구출작전에 돌입했다며 병력이 이동하는 장면을 독점 방영했다. 이 장면은 22일 오전 아프가니스탄 카불∼칸다하르간 도로상 납치 추정지역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이 방송은 설명했다. ⓒ 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 한국인 인질 석방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31일 '테러세력에게 양보없다'는 원칙을 재천명하고 나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20여년 간에 걸친 미국의 정책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런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 탈레반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간 국무부가 매코맥 대변인을 통해 배형규 목사가 살해된 직후 "쓰라린 손실임을 알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 입장표명을 극도로 자제해온 것에 비하면 엄청난 태도 변화다.

물론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동맹국 한국의 입장을 감안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테러와의 전쟁'을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 이번 입장 정리는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a 25일 아프가니스탄 경찰 차량이 가즈니주의 탈레반에게 살해된 한국인 인질이 발견된 장소에 도착하여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5일 아프가니스탄 경찰 차량이 가즈니주의 탈레반에게 살해된 한국인 인질이 발견된 장소에 도착하여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AP 연합뉴스

어찌 됐건 지난 19일 한국인 납치사건이 발생한 이후부터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 공격적인 표현을 꺼렸던 미국이 이처럼 강력한 의지 표명을 하고 나서자 벌써부터 인질협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케이시 부대변인이 "이번 인질 추가 살해 사태는 탈레반의 사악함(viciousness)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비난한 것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최악의 경우 군사력 동원 카드도 여러 옵션들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선 "인질들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군사작전에 극력 반대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 미국이 일단 협상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

실제 미 당국은 탈레반 측이 새로 제출한 탈레반 수감자 석방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 또한 최악의 경우 탈레반 무장세력에 대한 기습 군사작전에 돌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탈레반 무장세력이 조직원 석방을 요구하며 한국인 인질들을 계속 살해하는데도 마냥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일각에선 심지어 부시 행정부가 탈레반의 향후 극단적 행동 가능성에 대비, '레드 라인(red line, 금지선)'을 그어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31일 "또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전혀 무관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물론 현재로선 한미 당국이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미 한국인질 2명을 살해한 탈레반이 추가 살해에 나서는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속수무책 당하고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게 중론이다. 따라서 군사적 옵션 채택 여부는 전적으로 탈레반의 향후 행동에 달린 것으로 봐야 한다.

a <알 자지라> 방송이 방영한 한국 인질 모습.

<알 자지라> 방송이 방영한 한국 인질 모습.

그렇다면 '레드 라인'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일까. 전문가와 소식통들마다 조금씩 의견 차이는 있지만 여성 인질을 살해하는 것이 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시각이 일치한다.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을 어기면서까지 여성 인질들 살해에 나선다면 그것은 탈레반이 협상엔 전혀 마음이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 여성 인질을 한 명이라도 살해하기 시작하면 나머지 인질 모두를 죽일 수 있다는 도발적 신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한미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그런 분석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인 여성 인질의 살해가 협상을 통한 해결의 한계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탈레반 무장세력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과 아프간 정부군의 합동 군사작전 가능성을 읽은 것인지 "전략을 수정했다"면서 한국인 인질들 살해를 일시 중단할 수 있으며, 여성 인질들의 석방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 CBS방송이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cb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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