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제기되고 있는 '미국역할론'에 김대중 전 대통령도 힘을 실었다.
김 전 대통령은 2일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의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아프간 피랍 한국인 21명의 안전과 구출을 위해 협력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들은 이날 각국의 주한 대사관에 전달됐다.
김 전 대통령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테러분자들의 만행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규탄한다"면서 "미국과 아프칸 두 나라의 협력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어 피납자 가족과 우리 국민이 안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서 "지금 긴급한 문제는 인질로 잡혀 있는 한국인 21명의 안전과 구출이며, 이번 문제에 대해서 평화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를 취하실 것으로 믿는다"면서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노무현 정부의 피랍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을 지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부시 대통령에게 "지금이야말로 한미동맹의 우방으로서 피납된 한국인의 석방을 위해서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이야말로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과 각하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깊어지게 하고, 우리의 동맹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하의 현명한 판단과 용단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시대통령의 현명한 판단과 용단 바란다"
"미국이 '테러단체와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고집하지 말고 이번 피랍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주장이 커져가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도 분명하게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피랍장기화 국면에서 '미국역할론'이 더욱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 전 대통령은 다른 노벨평화상 수상자들과 함께 피랍사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동교동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면서 "이 모임에서 아프간 피랍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도록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는 노벨상 수상자와 수상단체들의 모임으로 로마에 본부가 있으며, 매년 정기모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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