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선' '미신당' '잡탕정당'이라지만
올해 대선, '시민사회'가 희망의 근거

[주장] '대통합민주신당' 한계만큼이나 가능성도 많다

등록 2007.08.03 15:13수정 2007.08.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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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을 놓고 범여권이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어떤 것인지, 정대화(상지대 교수)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이 글을 보내와 전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a 지난 7월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에서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된 정균환 전 의원, 오충일 목사, 김상희 전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한길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정대철 전 의원, 김호진 교수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에서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된 정균환 전 의원, 오충일 목사, 김상희 전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한길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정대철 전 의원, 김호진 교수가 꽃다발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9세기 유명한 정치평론가의 말을 빌어 표현하면, 대선을 맞은 2007년도 한국정치의 하늘에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너무도 긴 이름의 유령이다. 이름이 너무 길어서 정체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중정당의 이름치고는 너무 길다. 그래서인지 누구는 '괴물'이라고 하고 누구는 '유령선'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미신당'이라고 하고 언론에서는 '잡탕정당'이라거나 비전도 정책도 준비되지 않은 '날림공사'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 모두 맞는 말이다. 어쩌면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의 초고속 창당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것은 본질적인 주제가 아니다. 대선이라는 전시상황에서, 그것도 패색 짙은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는 전장에서 군복에 줄잡고 군화에 광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의 본질은 이 정당으로 마지막 전투를 치를 수 있느냐,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그럴 만큼의 전투력과 내공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절반 지분의 힘' 냉소적 반응도 있지만...

신당은 과거 경험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지난 20년간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지켰던 시민사회가 정당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정당이 창준위 단계에서 정치권 제 정파와 통합을 했다. 당연히 '수혈론'이니 '들러리'니 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적어도 과거의 시각에서 보면 그렇다.


둘째,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국회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통합민주당 당적을 보유한 채 참여한 김한길 그룹을 포함하면 84명 중 80명이 열린우리당 출신이니 열린우리당의 분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셋째, 통합 민주당에서 나와 결합한 국회의원들이 신당 안에서 별개의 두 파를 형성하고 있다. 하나는 통합민주당 대통합파, 또 하나는 김한길 그룹. 모두 통합민주당 출신인데 정파를 두 개로 셈하는 이상한 셈법이다. 그러나 대통합파는 민주당이 본류이고 김한길 그룹은 열린우리당에서 분사해나간 것이니 다르기는 하다.


넷째, 손학규 전 지사를 지지하는 선진평화연대(선평련)가 정파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범여권의 수많은 예비후보 중 누구도 신당에 정파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선평련에게만 특별참정권이 허용되었다. 선평련 조직이 통합신당에 통째로 참여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더구나 정치권에 할당된 중앙위원 지분의 1/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우리 정치사에서 최초로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공동으로 창당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수혈'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단순한 '들러리'로 전락할 것 같지도 않다. 상당히 주체적으로 참여한 셈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나라 안팎 어디에서도 이런 사례는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지금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가진 절반의 의사결정권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공동으로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신당의 중앙위원회를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1대1 공동으로 구성한 것이다.

정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를 동수로 구성했다는 것은 시민사회가 정당의 의사결정권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동수 구성의 의미는 어느 편도 다른 편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결국 가장 민주적인 합의제 방식으로 정당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국회의원 한 명 가지고 있지 못한 시민사회가 창준위 결성 시점에서 국회의원 84명을 보유한 정치권과 동수로 중앙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사실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이것은 낡은 정치, 구태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치적 조건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즉 미래창조연대가 주장하는 새정치의 조건이 마련되었으며, 새정치를 바탕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이 조건을 통합협상 과정에서 확보한 것인데, 이로 인해서 '지분논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분논쟁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지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새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싸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왜 싸웠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시민사회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시민사회가 의결권의 절반을 차지해도 정치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형식적 동수를 실질적인 동수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라는 부정적인 의견 때문이다.

이 판단은 옳다. 시민사회의 정치적 동원력이 높지 않은데다가 수십년간 구축돼 온 정치권의 토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자기 몫의 절반을 시민사회에 파격적으로 양도했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치권이 먼저 바뀐 다음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방법은 없다. 이 경우에는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실상 모든 변화는 '투쟁의 산물'이지 하늘에서 선물처럼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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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모양내기'에 그칠 수 있는 취약한 거점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불과 넉달 보름 남은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싸울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구축했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열린우리당의 분열로 범여권이 지리멸렬해지면서 대선에 대한 패배주의가 만연했던 것이 엊그제인데, 늦었지만 열린우리당 아닌 다른 제3지대에서 개혁진영을 묶어 한나라당과 싸울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 거점은 매우 취약하다. 대선승리를 기대하기에는 '한없이' 취약한 거점이다.

첫째,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공동창당이라는 구호는 모양내기에 그칠지도 모른다. 창준위원장과 중앙위원은 1대1 공동으로 구성했지만 정당의 나머지 구성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저항이 매우 심하다. 상임중앙위원회는 구성조차 하지 않았고, 집행기구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2대1로 구성했으며, 지방조직은 더욱 불균등해질 것이다. 창당 후에는 이러한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구성비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창당에 대한 정치권의 소극적인 자세다. 이들은 정파간 대통합에만 관심있을 뿐 새정치를 한다든지 국민을 감동시킨다든지 하는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다.

시민사회가 필요한 이유는 모양내기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들러리감이기 때문이지 시민사회와 함께 변화를 시도하고 좋은 정치를 한다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일부 정치인을 제외하고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다. 나는 이 대목에서 열린우리당이 실패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둘째, 내용없고 목표없는 정치를 벗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통합과정에서 한미FTA 문제로 상당한 입씨름을 했지만 접근이 쉽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를 다루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몰정치적 현실이 과연 통합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비단 FTA뿐만 아니라 지역 소외·농촌 황폐화·비정규직·환경·교육·저출산 등 어느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 앞에서 통합신당은 '국회의원 배지의 통합'을 넘어 '국민 통합'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국회의원 숫자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좋은 정치는 국회의원 숫자로 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선거 또한 국회의원 숫자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셋째, 대통합이 이루어지고 내용을 채운다고 해도 인물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범여권 잠재후보가 15명 가까이 되지만 국민을 감동시킬만한 후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짧은 기간 폭풍처럼 국민들의 잠자는 열정을 흔들어 깨울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시민사회 정책 과감히 반영하고, 문국현 '경선' 참여해야

이 세 가지 문제에 변화가 없다면 결국 좋은 후보도 없고, 정책도 알맹이도 없는 잡탕정당이, 시민사회의 가면을 쓰고 모양만 내다가 주저앉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다음 세 가지 과제를 꼭 실천해야 한다.

첫째 과제,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정당의 권한을 시민사회에 대폭 양도해야 한다. 정당의 문호를 국민들에게 활짝 열어젖히라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대단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대선승리가 가능하고 정치권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국면에서 선거운동을 담당할 정치권이 시민사회의 참여를 거리낄 이유가 없다. 시민사회를 위축시키고 소극적인 상황으로 몰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정치권에게 돌아간다.

둘째 과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정책을 가감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경직된 정치권만으로는 변화가 불가능하고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어려우니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바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못하는 것을 시민사회가 나서서 감당하겠다는 것이니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낯선 정책들을 받아들이는 만큼 승리에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셋째 과제, 문국현 사장을 반드시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 문 사장의 경쟁력과 효용성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문 사장이 정치권 후보들과 공존할 경우 대선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 사장은 본인의 경력과 특성상 낡은 정치판에서 치러지는 경선에 참여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문 사장도 참여할 수 있는 새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다.

언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으면서 통합신당을 만들었고, 이제 창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민사회가 미래창조연대를 만들어 범여권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작으나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고, 통합신당을 만들어 한나라당과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갖추었다는 사실에 안도해도 좋을 것이다.

5년전 대선에서 '노사모'가 대선의 키워드였다면, 올해 대선에서는 '시민사회'가 키워드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범여권의 분열과 대선후보의 취약성으로 인해 시민사회의 참여는 아직도 미미하기 이를 데 없다.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다.

결국 희망은 시민사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 특히 시민사회의 참여를 수혈이나 들러리로 생각하는 관점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정치의 변화없이 오직 대통합만 이루어지면 된다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형식논리가 수혈과 들러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 분열한 집단이 단순통합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이하기 그지없는 생각이다. 국민들의 생각과 판단을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선국면에서 통합신당이라는 최소한의 틀거리를 마련했다는 사실은 대선승리의 중요한 가능성이지만 내용이 턱없이 부실하다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대 이 한계를 정치권이 해결하기는 어렵다.

결국 시민사회만이 희망이다. 미래구상과 미래창조연대를 통해 첫번째 참여를 시도했고 통합을 이루었으니, 통합 이후의 내용 채우기와 국민참여를 위해 시민사회가 다시 한 번 나서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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