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연꽃이 되어라

지리산 겁외사에서 성철 큰 스님의 참 가르침을 생각하다

등록 2007.08.04 16:30수정 2007.08.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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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겁외사 앞 새로 만든 연못에는 하얀 연꽃이 맑은 향기를 내뿜고 있다. ⓒ 정근영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덧없다. 영원한 진리는 시공을 벗어나 존재한다.

겁외사, 시공을 초월한 진리를 보여주는 절인가. 한국 불교의 큰 봉우리를 이룬 성철 큰 스님.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210번지, 그의 생가터에 겁외사는 서 있다.

겁외사는 2001년 3월, 2년 6개월의 공사 끝에 완공하였다. 국고 16억원과 문도, 신도 등의 성금을 합쳐 총 56억 원이 들었다. 영주 소년이 출가하여 성철스님이 되자 실망한 그의 부친은 인근 마을로 이사를 가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성철스님은 출가한 이후 단 한 번도 생가에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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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외사엔 일주문이 없다. 누각의 돌기둥이 문이 되었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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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은 소박하게 사셨지만 겁외사는 화려한 절집이다. ⓒ 정근영

이제 성철스님 사후에 그의 생가가 복원되고 기념관과 절이 세워졌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출가하여 부처를 이룬 성철 스님의 성령이 시공을 벗어나 영원히 머무르는 집이 되었다.

겁외사는 생가와 기념관, 절의 구조로 짜였다. 생가는 그의 아버지 이상언 옹이 살았던 사랑채, 그의 어머니가 살았던 안채 등이 복원되어 있고 전시관은 기대, 수행, 이해, 깨달음의 4개의 전시 공간으로 그의 유품이 정리되어 있다. 40년 넘게 입은 누더기 가사 장삼은 무소유로 살아온 성철스님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2007년 8월 3일 태풍이 올 것이란 예보는 빗나갔다. 덕분에 동문들과 지리산 청소년 수련원을 다녀오는 길에 겁외사에 들리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굵은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삼복 무더위 속에서 법우처럼 다가왔다.

그 시간 성철스님의 기념관 포영당 안에 들어가 성철스님의 체취를 맡았다. 부처님은 번민을 버림으로써 탐욕심, 이기심, 분노, 적대감, 편견 등 마음속의 노폐물 찌꺼기를 버림으로써 열반의 길로 가도록 가르쳤다. 하지만 오늘날 불교 신자들은 탐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삼천 배에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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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의 삶의 체취를 맡게 되는 기념관(포영당) 안 모습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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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안 벽 그림 ⓒ 정근영

성철스님의 가르침은 오로지 삼천배에 있는 듯, 성철스님을 따르는 자랑스럽게 삼천배를 입에 담는다. 삼천번 절해서 탐욕심을 키웠다면 그것은 무소유로 살아온 성철스님의 뜻과는 천길만길 먼 거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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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입은 스님의 누더기 가사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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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개의 구슬은 시방세계를 뜻하는 것일까. 단주 사이로 삼문이 보인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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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과 목탁, 그것은 부처의 목소리니라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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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의 부조상 ⓒ 정근영

겁외사 바로 앞에 연못이 만들어져 붉은 연꽃, 하얀 연꽃이 맑은 향기를 내뿜고 있다. 영산회상에서 설법하든 석가모니가 연꽃을 높이 들자 제자들은 그 뜻을 몰랐지만 카샤파만이 그 뜻을 알고 빙그레 웃었다고 한다.

그것은 이심전심의 미소였고 염화시중의 미소였다. 오탁악세를 상징하는 더러운 연못, 그 연못 가운데 맑은 연꽃은 더욱 빛이 난다. 봄이면 가는 곳마다 벚꽃이 길을 밝히고 이제 여름이 되면 맑은 연꽃이 마음을 맑혀준다.

1600년 한국 불교 역사에서 이 나라 큰 스님을 기리는 절집은 흔하지 않다. 여기 겁외사가 있어 한국 불교의 연꽃 송이가 된 성철스님의 향기가 빛난다. 무소유로 살아온 성철스님의 가르침은 탐진치 삼독심을 버리는 데 있지 않을까. 연못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꽃 향기를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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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외사 앞 연못, 연꽃이 한창이다. ⓒ 정근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dharmanet.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www.dharmanet.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남 산청 #겁외사 #성철 #삼천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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