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비판적 지지'의 망령과 이젠 작별할 때

등록 2007.08.04 16:27수정 2007.08.0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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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더 이상 민주개혁세력이 아니라 자본독재세력의 한 축일 뿐이다

범여권 대선후보들이 광주정신을 계승하는 민주개혁세력임을 확인받기 위해 너도 나도 5.18 광주 대학살을 다룬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광주에서 보고 있다고 한다.

10년 동안 자신들이 민주개혁세력이라고 민중들에게 사기 친 것도 모자라 다시 광주정신을 운운하면서 27년 전 광주시민들의 희생을 정권창출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개혁세력이라고 자칭하는 그들은 군부독재 후예세력 대신에 10년 동안 이 나라를 집권했고 민주와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현재 그들의 민주와 개혁은 온데간데없고 끔찍한 신자유주의만 살아 있다.

그들은 사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공공부문을 붕괴시킬 한미FTA 협정을 체결했다. 그리고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60%를 넘었지만 비정규직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월 80만원 받는 이랜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비정규직 확산법도 만들었다. 이랜드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민중의 생존권 투쟁에는 무자비하지만 기업들엔 관대했다.

그들은 군부독재시대를 마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군부독재시대의 총칼 대신에 천민자본과 온갖 악법으로 민중들을 탄압하는 자본독재시대를 열고 말았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화려한 집권을 다시 꿈꿀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화려한 휴가에 나오는 27년 전 광주시민들의 희생에는 아파할지 몰라도 2007년 대한민국을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피와 눈물에는 더 이상 아파하지 않는 자본독재세력의 한 축일 뿐이다.

비판적 지지가 아닌 오직 진보적 지지에만 희망이 있고 내일이 있다

군부독재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 민주개혁세력을 지지해야 한다는 비판적 지지가 수십 년 동안 횡횡했다. 하지만 그 비판적 지지의 결과는 어떤가?

김대중 정권은 신자유주의를 전면적으로 도입했고 노무현 정권은 그 신자유주의의 완결인 한미FTA 협정을 체결했다.

비판적 지지를 통해서 민중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는가? 앞으로 지금보다 더 개선될 것 같은가?

그들이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복지국가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를 역사상 처음으로 이루어 냈다면 비판적 지지가 심하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개혁세력들은 군부독재세력의 후예들과 손을 잡고 이 나라를 자본독재국가로 만들어 버렸다.

잃어버린 10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나 억울하다.

자본독재사회를 반대한다면 이제는 민주개혁세력의 판타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는 비판적 지지가 아닌 오직 진보적 지지에만 희망이 있고 내일이 있다.

광주정신은 2007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서민들의 피와 눈물에 아파하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광주정신을 계승하는 민주개혁세력이고 싶다면 27년 전 광주시민들의 희생에 아파하는 것을 넘어서 이랜드 노동자들을 비롯한 2007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서민들의 피와 눈물에 아파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광주정신의 참뜻을 모르면서, <화려한 휴가>를 보고 광주묘역에 참배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그건 자기기만이고 위선일 뿐이다.

다시 한 번 아래의 5.18 묘비문을 읽고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이 묘비문과 같은 심정을 가슴속에 수도 없이 새기며 사는 대한민국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민주개혁세력들은 역사와 민중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화려한 집권을 꿈꿀 때가 아니란 말이다.

아래 묘비문은 필자가 직접 몇 년 전에 광주묘역을 참배하고 적어온 글입니다.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니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속에 살아 갈지어니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갈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니》

《아빠가 이곳에 오신 뒤로 매일 엄마가 울어요. 우리도 아빠가 보고 싶어요
우리 아빠가 훌륭한 아빠란 것도 이제 알았어요. 아빠가 광주민주화운동 투사란 것도
이제 알았어요. 자랑스러운 우리 아빠의 아들, 딸 씩씩하게 자랄께요. 아빠 편히 잠드세요》

《아빠, 내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돌아가셨지만 제 가슴속에는 언제나 아빠가 계세요.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는 딸로 자랄께요. 아빠 사랑해요. 》

《사랑하는 아들 ○○야 아들아 아들아 보고싶은 내 아들아. 오랫동안 기다렸지
이 땅에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날, 기쁜 소식 전하려 기다렸지만 언제일런지 모르겠구나.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날, 엄마는 너의 곁으로 소식 전하러 가마.
보고 싶은 아들 ○○야 그 날이 올 때까지 기다려라. 》

《왜 우리는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가. 대답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당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고장을 지키고
우리 부모, 형제를 지키고 자식을 위해 총을 들었던 것입니다.》

《새벽이 와도 동트지 않는 거리, 오직 빛으로 한줄기 빛으로 총칼에 짓밟힌 청춘을 태우고 태워 여기 잠들었으니 우리가 그대의 삶을 짧고 슬프다고만 하지만
침묵하는 양심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준 그대는
비바람 몰아쳐도 꺾이지 않는 피의 푸른 숲이었나니
그대가 그렇게도 원하던 참세상 이제 열리었으니
이제는 여기 산자락에 편히 잠드소서. 》

《불의의 시대에 태어나 몸도 집안도 돌보지 않고
민주와 통일을 위해 살다가신 님이시여
무등의 땅, 정의의 품에 고이 잠드소서...》

《소박하지 않는 삶을 소박하게 살다가 아쉽게도 간 사람
당신 떠난 빈자리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꽃 한송이 피리라.》

《붉은 피같이 쏟아져 내리는 저기 저 무등의 빛
당신이 그리도 외치던 5월의 민주화가 세상의 모든 이들로부터 빛이 납니다.
당신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아름다운 그대들이 부르다간
5월의 노래는 무등 저편 세상의 모든이들이 부르고 있습니다
5월 무등의, 민중의 아들로 무거운 짐 벗고 편히 잠드시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레디앙, 경향신문 등에 보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레디앙, 경향신문 등에 보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판적 지지 #화려한 휴가 #광주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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