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그 영화 <디워>

등록 2007.08.05 10:41수정 2007.08.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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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워>를 둘러싸고 대한민국이 뜨겁다. CG효과가 좋았다는 평이 있는 반면 스토리라인과 급작스러운 이야기 전개가 문제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영구아트무비의 전작 <용가리>에 비해 <디워>의 CG 기술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또한 심형래 감독의 눈물겨운 영화 제작이야기는 감동할 만하다. 한 인간의 집념 어린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는 곳곳에 깔려 있는 민족주의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 때문이다.

이 영화 끝에는 아리랑이 주제가로 나온다. 물론 <디워>는 우리 전통 이야기인 이무기와 용을 소재로 다루었다. 그렇기 때문에 엔딩 곡으로 아리랑을 삽입했다는 심 감독의 의견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에는 아리랑이 닮고 있는 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보통 영화 주제가라면 그 영화가 추구하는 정서를 담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주제가를 들으면서 우리 민족에 대한 자부심에 느꼈다는 평을 달아놓는다. 영화 끝 말미에 굳이 아리랑을 삽입한 심 감독. 아리랑을 들으면서 관객들은 우리 민족이 만든 영화라는 자부심으로 극장을 나온다. 영화 평론가나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 모두 이 영화의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에는 동감한다.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 영화. 이 영화의 단점을 민족주의라는 정서에 호소한 것으로 극복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영구아트무비 측은 "우리 영화사상 최초로 미국에서 1500개 상영관을 확보했다. CG도 이전 우리 영화에 비교해보았을 때 '자체 기술'로 제작한 영화치고는 수준급이다"라고 자평한다. 영화를 관람할 예정이거나 이미 관람한 사람들은 '자체 기술'이라는 말에 현혹된다. 관객들의 이러한 내면에는 이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영구아트무비이고 이번 제작에 500억이나 들어갔는데 도와줘야겠다는 생각. 이 생각이 내재되어 있다. 이들은 결국 영화관으로 향한다. 영화를 영화라는 상품이 아닌 애국심이라는 가치로 판매하는 셈이다. 영구아트무비측의 뛰어난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애국심에 호소해 1970~80년대 보여줬던 '국산품 애용운동'을 다시 보는 듯하다.

영화 <디워>를 둘러싼 논쟁을 원인 분석 없이 그저 관조하고 경마 저널리즘으로 일관하는 우리 언론도 문제다. 이 논쟁의 핵심은 민족주의 대 자본주의다. 지난 2005년 황우석 사태 당시에도 민족주의 대 진실보도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의 사기행위가 사실로 밝혀지기 직전 우리 언론은 경마 경주를 중계하는 장내 아나운서 마냥 현상 전달에만 주목했다. 영화 <디워>를 비판한 글을 본인 블로그에 올린 이송희일 감독 기사들도 현상에만 주목할 뿐 원인 분석이 전혀 없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언론의 역할을 사회의 '공론장'으로 보았다. 즉 언론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분석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언론은 독자들을 잘 낚을 수 있는 소식이라는 상품만 판매하는 한 기업체에 불과해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영화 <디워>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에는 민족주의가 깔려있다. 영화의 성공을 영화가 아닌 민족이라는 실체에 호소하는 형국이다. 프로축구팀이 국가대표팀에 비해 인기가 없는 이유도 축구를 축구 자체가 아닌 민족주의와 결부시켜 보기 때문이다.


매년 민족주의를 내재한 가치와 그 이외의 가치간 논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다. 일반 대중들이 민족주의라는 가치에 감흥을 받지 않는다면 이런 논쟁이나 상품도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에 언제쯤 우리 대중들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 해법은 나도 모른다.
#디워 #심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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