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과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8월 6일(미 현지시각) 캠프데이비드 미국대통령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백악관 홈페이지
정작 우리(한국민)의 관심사인 인질 문제에 대해서 두 나라 정상은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그것에 관해 물은 기자도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연히 두 정상의 기자회견을 다룬 메인 기사에서 한국인 인질사태를 단 한 줄이라도 보도한 미국 언론도 없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그렇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중동과 유럽 언론은 그나마 조금은 달랐다.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인터넷 영어판 기사에서 "두 정상은 탈레반에 납치된 21명의 한국인 인질들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인터넷판 기사에서 카르자이 아프간 정상이 "탈레반은 이미 패배한 세력으로 아프간 정부에게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미국과 아프간 두 정상이 인질과의 맞교환 협상은 결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고든 존드로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 보도함으로써 한국인 인질 사태가 이번 두 정상회담을 계기로 '파국'을 맞을 수 있음을 은연중 암시했다.
<로이터>도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부시와 카르자이 두 정상이 탈레반과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아프간 정상회담은 한국인 인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돼 왔다. 그 결과는 한국 정부와 한국인 피랍자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나타났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바이다. 하지만, 인질 석방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 정부나 피랍자들로서는 '좋은 단서'라고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알자지라>가 "아마도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가 아니라 미국에서 훨씬 높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확고한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서였는지 "탈레반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이런 허장성세에 탈레반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의 허장성세 때문에 한국 정부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다. 피랍자들의 안전 또한 더욱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기자회견장에 한국 기자는 없었나?
그런 점에서 오늘(7일) 이 소식을 전하는 외신 보도나 국내 언론 보도에서 주목되는 점은 한국인 인질 사태에 대해 두 정상이 단 한마디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정상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이전에 한 회견 내용에서도 그렇지만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도 그랬다. 기자들의 질문 자체가 없었으니, 두 정상은 번거롭게 이에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바로 그 점에서 안타깝다. 왜 한국 언론의 기자들은 이 두 정상에 한국인들의 최대의 관심사인 한국인 인질 사태에 대해 묻지 않은 것일까?
그 답은 아마도 그 자리에 한국인 기자들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두 정상의 기자회견은 미 메릴랜드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있었다. 오늘 아침 한국 신문들의 기사는 모두 '워싱턴'에서 보낸 것으로 돼 있다. 캠프 데이비드까지 취재를 간 기자는 없었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