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에서 개인 파라솔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해수욕장 관리위원회 사람들과 (파라솔 임대업자)와 실랑이를 벌이신 적이 있으신가요?
휴가를 망치는 것이 싫어 돈을 주고 파라솔을 빌리고서는 "이런 불법이 버젓이 판치는 엉터리 같은 대한민국"을 벗어나 이민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
열심히 세금을 내고 있는 당신은 언제든지 아이들과 함께 국유지인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쉴 권리가 있을까요 ?
아닙니다.
당신이 여름 휴가철에 어떤 해수욕장이나 갈 수 있는 것은 당신이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찾아간 해수욕장의 관리위원회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당신의 출입을 허락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해수욕장 관리위원회의 관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당신은 몇 만원의 돈이 아깝다고 감히 개인 파라솔을 칠 수 있나요?
일전에 모 TV방송국에서 해수욕장에 개인이 파라솔을 치는 것이 합법적이라는 내용을 방송한 적이 있다구요? 저도 그 방송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설치하는 파라솔이 왜 합법적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더군요.
해수욕장은 국유지가 맞습니다. 그래서 누구가 특별한 제한이 없이 해수욕장 백사장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해수욕장이 개장하고 있지 않을 때에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백사장은 더 이상 '누구라도 이용가능한 곳'이 아니라 '해수욕장운영위원회'가 독점적, 배타적 이용할 수 있는 '그들의 땅'이 됩니다.
국유지인 해수욕장(해변)은 공유수면관리청(지방해양수산청장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하여 관리됩니다. 그런데 해수욕장운영위원회가 공유수면관리법 제5조에 따라서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신청하고, 관리청에서 이 신청서가 통과되면 해수욕장 개장기간 중에는 백사장을 배타적으로 점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점·사용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해수욕장운영위원회'는 수면관리청에 사용료를 납부 합니다.
따라서 개인파라솔을 고집하는 당신을 백사장에서 합법적으로 추방할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억울하신가요?
만일 당신이 부자라면 그렇게 억울해 하실 것 없습니다. 내년에는 강릉 경포해수욕장의 백사장을 점용하여 아무도 없는 그 넓은 백사장에서 당신의 아이들만 뛰어노는 모습을 보실 수 있으니까요. 물론 강릉시청에서 당신의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승인한다면 말이지요.
공유수면 관리법의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공유수면의 보전·이용 및 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공유수면의 적절한 보호와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해수욕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를 빼앗으면서 사익을 추구하는 해수욕장 관리위원회에게 백사장을 점용하여 여름 한철 돈벌이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게 되는 건가요 ?
해양수산부의 담당 공무원에 따르면 공유수면 점·사용허가은 일반 시민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승인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야만 공유수면 관리법의 목적에 부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장 관리위원회는 백사장의 거의 전부를 점용하면서 법을 잘 모르는 무지한 일반시민들에게 공유수면 관리법의 지엄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억울하신가요? 그래도 일단 참으세요. 공유수면 관리법이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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