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단일화, 짬뽕보다 곰탕이 낫다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시대정신 추출 못 하면 빛 좋은 개살구일뿐

등록 2007.08.08 10:18수정 2007.08.0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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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근태 전 의장 주선으로 열린 대선예비주자 6인 연석회의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는 이해찬ㆍ한명숙 전 총리.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언론의 진단이 엇갈린다. 한명숙 전 총리의 친노 후보 단일화 제안이 성사될 지에 대한 진단이다.

<한겨레>는 이해찬·유시민 의원 모두 "긍정 반응"을 보였다며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이해찬·유시민 의원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며 "동상이몽"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불발에 그친 것"으로 규정했다.

의아하다. 세 신문이 전한 이해찬·유시민 의원 측의 코멘트는 같다. 이해찬 의원 측은 "정통성 있는 평화민주개혁세력이 당선될 수 있는 단일화 방안을 지지한다"고 했고, 유시민 의원 측은 "대통합과 국민경선 과정에서 정당하고 필요한 협력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열린 자세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세 신문은 해석을 달리한다. 왜일까?

말은 같은데 해석은 세 갈래... 변수는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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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장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유시민 의원 때문이다. 이해찬 의원 측은 "지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해석을 달리할 여지가 없다. 반면, 유시민 의원의 말은 지극히 원론적이고, 그만큼 유동성이 풍부하다. 그래서 세 신문은 유시민 의원의 발언을 제각각 해석한다. 꿈 따로 해몽 따로다.

판정할 일이 아니다. '될까'는 지켜보면 답이 나온다. 지금 짚을 건 '돼야 하는 건가'다.

결론부터 말하자. 되는 게 낫다. 그래야 국민의 눈이 편해진다.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범여권 인사가 줄잡아 20명이다. 제각각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며 꼭 자기여야 하는 이유를 늘어놓지만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20명의 인사가 내놓은 20개의 노선과 20개의 비전이 어떻게 다른지를 가늠하는 일조차 벅차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많은 갈래를 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다수의 전망이 일치한다. '대통합 민주신당'의 경선이 결국에는 비노 대 친노 구도로 짜일 것이라고 한다. 실제가 그렇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비노 진영의 세를 형성하고 있고, 이해찬·유시민·한명숙 의원이 친노 진영의 울타리를 치고 있다.

흐름이 이렇다면 촉진할 필요가 있다. 비노 대 친노 구도를 명징하게 드러내 국민의 판단을 돕는 게 낫다.

그럴 이유가 있다. 범여권 인사들이 스스로 했던 얘기다. 시대정신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후보가 앞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각각 평화, 민주, 번영, 선진 등등의 수사를 내놨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시대정신이란 말이 쏙 들어가 버렸고 그 자리에 공학과 인물론이 들어섰다.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돼야 승부가 쉽다든지, 범여권 주자 중 누구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는 등의 주장이 횡행한다.

잘못된 주장이라고 몰아칠 일은 아니다. 대선은 승부다. 승부에 전략과 전술을 동원하는 건 자연스럽다. 인물의 흠결을 들춰 자격을 검증하는 것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당위다.

통합하는 게 낫지만... 반한나라당 구도 당위성부터 제시해야

문제는 전제다. 반한나라당 전략을 운위하려면 먼저 반한나라당 구도의 당위성을 제시해야 한다. 특정 인물을 비토하려면 비토의 근거를 공유해야 한다. 그게 바로 범여권 인사들이 유행가 가사처럼 읊조렸던 '시대정신'이다.

시대정신은 창작하는 게 아니라 추출하는 것이다. 과거에서 계승과 혁신 과제를 추출해야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비노 대 친노 구도는 바로 이런 시대정신을 다듬는 숫돌이다. 비노 대 친노 구도가 날카롭게 짜여야 답이 나온다. 참여정부의 무엇을 혁신하고 무엇을 계승할 것인지가 분명해진다.

친노 후보 단일화가 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친노가 한목소리를 내면 비노 또한 합창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야 노선투쟁이 본격화하고, 범여권 주자들이 읊조렸던 시대정신이 명품인지 짝퉁인지가 가려진다.

분열을 우려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생산적인 노선투쟁을 흡수·용해하지 못하는 정당은 오래가지 못한다. 맹목적인 대통합 구호에 눌려 대통합의 시대적 이유를 공유하지 않으면 또 다른 분당사태를 잉태할 수 있다.

이왕 불을 지필 것이라면 짬뽕 국물보다는 곰탕 국물을 우려내는 게 낫다.
#친노 단일화 #한명숙 #이해찬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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