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DJ와 <화려한 휴가> 봤습니다
김대중의 눈물 "광주시민 자랑스럽다"

[함께 만드는 뉴스 - 현장 문자중계] 불켜진 극장, DJ는 손수건을 쥐고 있었다

등록 2007.08.09 10:00수정 2007.08.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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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독자가 참여해 완성해나가는 '팬 픽션(fan fiction)' 형식의 '함께 만드는 뉴스'를 선보입니다. '함께 만드는 뉴스'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는 주제나 사안에 대해 기자가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에 대해 독자들이 직접 주인공 또는 조언자의 입장에 서서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후 독자들이 남긴 의견을 반영하면서 최종적으로 기사를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주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려한 휴가> 영화 관람'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a 9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동원 전 국정원장,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 등과 함께 서울 망원동 식당 개성면옥에서 음식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9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동원 전 국정원장,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 등과 함께 서울 망원동 식당 개성면옥에서 음식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형숙 기자의 문자 현장중계 2 :점심 식사]

12시 50분: <화려한 휴가> 본 DJ, 소주 한 잔 하다


12시30분경에 일행은 망원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 도착했습니다. 메뉴가 재미있네요. 함흥냉면과 평양만두.

식사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옆 테이블의 박지원 비서실장을 불렀습니다. "오늘은 소주 한 잔씩 하지."

일행들 소주잔에 다 술이 채워지자 DJ 본인도 한 잔을 했습니다. 옆의 주치의 선생님이 이러네요. "참 이례적입니다. 소주 하시는 것은…."

1시 30분: DJ가 꼽은 <화려한 휴가>의 명장면은?

a 김대중 전 대통령이 9일 오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뒤 극장을 나서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9일 오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뒤 극장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 전 대통령은 오후 1시 30분경 자리를 떴습니다.


김 전 대통령 내외는 임동원·한승헌·손숙 등 국민의 정부 시절 인사들과 같은 테이블에 있어서 식사 도중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경호원들이 엄호하고 있어 접근이 어려웠지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화려한 휴가>를 제작한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에게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구성하면 이렇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 봤으면 좋겠어요. 관객이 얼마나 들었습니까?"(DJ)
"400만 조금 넘었습니다."(유인택)
"얼마나 더 들겠습니까?(DJ)
"700만~800만 정도 예상합니다."(유인택)
"좀더 노력해서 1000만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DJ)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으셨습니까?"(유인택)
"마지막 결혼식은 명장면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좋았습니다"(DJ)

[꼭 답해주세요] "전두환을 용서한 후 후회한 적은 없나요?"

아, 관심을 표명해준 독자들께 죄송합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여러분이 올려준 질문을 뽑아 '디밀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의 정치인이면 예고 없는 인터뷰, 짧은 코멘트라도 받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른 언론사의 기자들도 식사를 끝내고 짧게 영화평이라도 해달라는 언질을 줄기차게 비서진에게 전달했지만, 박지원 비서실장까지 나서 김 전 대통령에게 직접 의향을 물었지만 "오늘은 더 이상 안되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식사를 마치고 승용차에 오르는 김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오마이뉴스> 독자들이 요구한 질문지를 전달하려했지만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았습니다. 이병기 인턴기자가 광화문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댓글에 달린 질문 3개를 프린트해서 망원동 식당까지 달려왔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사실, 독자들의 던진 질문 중에는 저도 꼭 묻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어젯밤, DJ를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잠을 좀 설쳤습니다. 확 떠오른 것이 독자 cyhhs님이 던진 것과 같은 "전두환을 용서한 후 후회한 적이 없는지" 바로 그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동교동에 위치한 '김대중도서관' 사무실에서 마지막 신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현장 취재를 마치고 찾아볼 자료 하나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김대중도서관에는 영상 자료들을 많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DJ가 1987년 9월 8일, 16년만에 광주를 방문해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러 걸어가는 내내 대성통곡을 하던 장면입니다.

5.18 당시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스스로 이렇게 기록하고 있네요.

"5월 17일 밤 체포되어 중앙정보부 지하실에서 7월 15일까지 악몽 같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나는 광주에 관해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7월 10일 보안사령부의 고위관부가 찾아와서 넘어준 신문을 보고서야 비로소…(중략) 이 신문을 본 후 나는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의식을 잃다시피 해서 의사의 긴급치료를 받고야 겨우 회복을 했다는 것입니다.…(중략) 그들은 당초 나를 내란죄로 몰면서 반드시 사형에 처하라고 갖은 조작을 꾸몄습니다.

그러면서 일밤 나를 찾아온 보안사 간부는 자기네와 타협할 것을 요청하면서 타협하면 살고 거부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고 강조하였던 것입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그 때 나는 너무 지쳤고 죽음이 두렵기도 하여 그들에게 협력할 수는 없지만 인권이나 민주운동으로부터 영원히 손을 뗀다는 조건으로 유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신문을 통해 광주의거를 알게 된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당신들의 영혼을 배반할 수 없다 생각하여…(하략)"


그런데 왜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죄로 무기징역이 선고된 전두환씨를 대통령이 되시면서 사면해 주셨나요? 오늘은 실패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꼭 얻어내겠습니다. 독자들의 '질문'이 바로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박형숙 기자의 문자 현장중계 : 영화감상]

10시 1분: 10분 전 도착, 일반인과 함께 감상


영화시작 10분 전에 도착. 일반인들과 함께 영화감상.

10시 2분: 유인택 "눈물없이 보실수 있을지"

유인택 대표 마중 나와 "가슴 아픈 이야기라서 눈물없이 온전하게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보시라."

10시 3분: 김대중 "좋은 영화 만들어줘서 고맙다"

디제이, 유인택에 "좋은 영화 만들어줘서 고맙다" 답함

10시 18분: 아직은 평화 그리고 웃음

아직까지 영화는 평화롭다. 민우·신애 야유회 풍경. 관객들은 연신 웃음.

a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 기획시대

10시 30분: 계엄군 폭력 시작... 긴장감

광주극장 이주일 영화상영 중 극장 안으로 최루가스 들어와 계엄군의 무자비 폭력 시작. 관객들 웃음 사라지고 긴장감 감돌아.

10시 43분 : 여성관객들 신음 소리

여성관객들 간헐적인 신음... 민우, 빤스바람으로 탈출 성공.

11시 00분 : 디제이 양옆에 앉은 사람은?

디제이 양옆은 한승헌, 손숙... 동생 죽음 장면 곳곳서 코훌쩍

11시 16분 : 김대중도서관장, 연신 눈물 훔쳐

놀란 신애, 멍하게 "모든 것 꿈이었으면"
내 옆자리는 김대중도서관 관장. 계속 손으로 눈물 훔쳐.

11시 42분 : "50년 뒤에 만나요"... 나도 또 웁니다

계엄군 강경진압, 시민군 속수무책. 관객들 한숨소리... 나도 또 웁니다
터널속 민우, 신애에게 목걸이 주며 인사 "50년 뒤에 만나요"

a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 기획시대

11시 53분 : 도청, 마지막 밤의 살육... 디제이 잠시 눈 감다

드뎌 마지막 도청 밤... 무차별 살육 상황.
디제이 엉덩이 뒤로 당겨 자세 추스르며 눈 한 번 잠시 감았다 떠.

12시 10분: 손수건 쥔 DJ, 부부 모두 눈물 흘리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환히 들어왔다. 디제이를 보니 손에 손수건을 쥐고 있었다.

여사님께 물었다.

"눈물 흘리셨죠?"
"그럼요."
"대통령님도 흘리셨나요?"
"(고개 끄덕끄덕하며) 네."

12시 14분 : 김대중 "감동적이고 훌륭한 영화"

영화관 나오며 김대중 전대통령 평:

"감동적이고 훌륭한 영화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광주의 이름없는 민초들이 희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광주시민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로 자랑스럽다."

12시 14분 : 김대중 "그 시대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5·18정신 이어졌으면"

이어지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평.

"5·18항쟁정신은 민주주의 정신이요, 평화의 정신이다. 또 화해와 질서의 정신이다. 이번 기회에 이런 5·18정신이 전국적으로, 특히 그 시대를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전해져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이상 영화관 현장중계입니다. 저 이제 김대중 전 대통령님 일행과 점심식사 갑니다.
댓글에 달아준 여러분의 질문은 식사 때 전해드리겠습니다.

답 꼭 받겠습니다. 계속 지켜봐주세요.

a 김대중 전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하기 위해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CGV 극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하기 위해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CGV 극장에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독자 여러분, 영화 <화려한 휴가> 보셨는지요? 저도 며칠 전에 봤습니다. 내내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그런데 지금 오전 10시부터 또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합니다. 9일 오전 10시, 장소는 서울 상암동 CGV 극장입니다.

누가 함께 보냐고요? '동교동' 비서진들과 'DJ 대북 라인' 핵심 인사들이 함께 합니다.

7년 전, 대통령 특사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과 박지원 당시 문화부장관이 동행합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의장(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한승헌 전 감사원장,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손숙 전 환경부 장관 등 'DJ 내각'도 함께 합니다. 동교동 사람들의 '화려한 외출'인 셈입니다.

<오마이뉴스> 기자인 저는 어제 동교동에서 취재하다가 이 소식을 듣고 "제발 저도 끼워주세요" 했습니다. 영광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해마다 '말복'이면 비서실과 경호실 직원들과 '삼계탕' 오찬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영화 감상이라는 메뉴가 추가됐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립니다. DJ는 광주가 낳은 대통령입니다.

정치권에선 <화려한 휴가> 신드롬이라고까지 회자되는 상황이지요.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이 영화를 감상한 뒤 "광주정신의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80년 광주'에 갇혀선 안 된다"는 발언은 논란거리가 됐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광주사태"라고 말했다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오찬 장소는 인근 냉면집입니다. 냉면은 북쪽의 대표음식이죠.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소식이 알려진 뒤 바로 이튿날, 김 전 대통령의 흥미로운 행보입니다. 동교동측에선 "개봉 전에 이미 잡힌 일정"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습니다. 최경환 비서관은 "2차 남북정상회담과 상관 없는 일정"이라며 "1차 남북정상회담 주역들이 영화나 보자고 해서 만들어진 행사"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보는 영화. 여러분 제가 부러운가요? 저만 함께 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보답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에게 DJ의 <화려한 휴가> 감상 전 과정을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혹 <화려한 휴가> 보는 DJ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 있나요? 독자의견에 올려주세요. 영화 끝난 후 꼭 그 질문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만약 제가 영화보다가 중간에 화장실에라도 갈 기회가 있으면 현장 분위기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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