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주범은 햄버거일까? 콜라일까?오마이뉴스 권우성
비참함 때문인지 잠시 아이가 미워 보이기까지 한다는 산후우울증도 찾아왔다. 하지만 그런다고 누가 뚝뚝 떼어가 줄 수도 없는 살이었다. 우선은 내가 바뀌어야 할 것 같았다.
가장 먼저 한일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꼭 모유수유를 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아이가 많이 먹을수록 살이 더 잘 빠질 거라는 기대 때문인지 첫아이를 출산한 새내기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장소불문, 시간불문 아이의 밥시간만은 철저하게 지켰었다.
오죽하면 아무데서나 훌러덩 열어젖히는 아이밥통에 남편이 깔고 앉았던 방석으로 가리고, 덮고 그것도 모자라 흘끔흘끔 시선을 던지는 뭇사람들을 향해 매서운 눈빛화살까지 날렸겠는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아이가 많이 먹어주는 것이 좋았고, 쪽쪽 소리가 나도록 텅텅 비어지는 아이의 밥통이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두 번째로 할 일은 산독을 빼는 일이었다. 산후에는 산독이라는 게 남아 있어, 여차하면 부기가 살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부기를 빼자니 모유를 먹는 아이한테 해가 갈지도 모를 일. 알아보니 출산 후 한달이 지나면 부기에 좋다는 호박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하여 호박을 다섯 덩어리나 내려서 두고두고 먹었더니 확실히 손등을 훑고 지나가는 혈관은 물론이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맛이나 보자는 남편으로부터 호박즙을 사수하는 일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열심히 호박을 먹었다.
세 번째는 다이어트란 어차피 음식과의 전쟁이기에 음식일기를 썼다. 하루 종일 내가 먹은 것을 적기 시작하면서, 안 먹는다고 하면서도 의외로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과자나 빵은 밥 대신 허기를 달랜다는 이유로 무의식중에 먹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살을 축적하는 원동력임을 알게 되었다. 당장에 과자를 끊었다. 대신 심심한 입에 하루 종일 녹차와 보리차를 들이부었다.
마지막으로 이건 나만의 특단의 조치였지만 납량특집영화의 첫 장면처럼 '임산부나 노약자, 혈압이 높으신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물론,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살의 특성을 조금 파악하고 나니 살이란 찔 때는 배에서부터 쪄서 신체의 말단으로 점차 분산되며 빠지고, 역으로 빠질 때는 신체말단에서부터 빠져서 맨 마지막에 배가 빠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여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몸매보정을 위해 착용하는 허리복대를 약간 무리하게 채운 뒤 뱃속이 허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혹 뱃속이 허해서 뭔가를 먹더라도 팽팽하게 조여진 복대 때문에 평소의 반도 섭취하지 못했는데도 포만감이 들면서 답답해져 오니 평소보다 덜 먹고, 활동량은 같으니 살이라고 어찌 안 빠지고 버틸 수 있는가 말이다.
다이어트, 내 몸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이리하여 나는 출산 후 1년동안 복대를 차고, 음식조절을 하면서, 부기를 빼고, 과자를 줄이며 살과의 전쟁을 한 결과 1년만에 20kg을 빼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리고 조금만 더 빼면 아가씨 때로 돌아간다는 기대에 부풀어 다이어트에 재미를 붙일 무렵, 둘째아이의 임신과 출산이 이어지며 이 과정을 복습을 했고, 역시나 같은 결과에 지금은 아가씨 때 몸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줌마치곤 날씬하네"정도의 칭찬은 듣고 있다.
그리고 이런 칭찬보다 더 기쁜 사실은 살이 쪘을 때는 약한 무릎에 무리가 가서 저녁이면 종아리가 퉁퉁 부었었다. 그리고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었다. 몸이 무거우니 움직이는 것 또한 귀찮아서 만사에 의욕이 없었다. 만사에 의욕이 없으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재미가 없었고, 그 사람들이 나를 걱정하며 해주는 "살을 빼야할 텐데"하는 걱정도 야유로 들리기만 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진리였다.
그런데 살을 뺀 지금은 마네킹에 걸려있는 웬만한 옷 정도는 부담 없이 걸칠 수 있다는 외모적 자신감 외에도 무릎이 덜 아프고, 아침에 일어날 때 손발이 덜 붓고, 화장실 가는 것이 즐거우며 종종거리며 움직이는 나의 발걸음이 경쾌해서 기분까지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만은 내 몸에 살에 대한 자유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는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조금 더 무리를 해서 아줌마 몸짱처럼 배에 왕(王)자를 새기고도 싶고, 손바닥만한 비키니도 입어보고 싶다. 하지만 두 번의 피나는 다이어트에 비춰본 결과 다이어트의 진정한 의미는 내 몸을 사랑하는 것이란 걸 알기에 내 신체건강과 딱 어울리는 내 몸을 사랑하고 있다. 진짜 다이어트는 내 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함을 오늘도 살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많은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비만 = 질병'이라고?" 응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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