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 아름다운 묘지 분쟁

양화진 관리권, 다툼이 아니라 기도로 풀어야

등록 2007.08.11 15:30수정 2007.08.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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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지 ⓒ 100주년기념교회


'양화진 선교기념관'을 두고 기독교 100주년기념교회와 외국인 교회인 유니온교회 측이 예배당 공동 사용 문제로 인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며 갈등을 빚고 있다.

두 교회는 지난 2005년부터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양화진 외국인묘지 내 '선교기념관' 건물 내에 위치한 예배당을 함께 사용해왔다.

서울유니온교회는 22년 이상 사용해 온 예배처소에서 퇴거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100주년기념교회측은 이를 극구 부인하며 이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정리하여 교회 홈페이지(www.100church.org)를 통해 적극 해명하고 있다.

양화진은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의 성지

지금의 양화진은 한국 개신교회의 성지다. 하지만 한강을 중심 무대로 삼은 조선왕조에서는 교통과 국방의 요충지였다. 물이 깊어 대규모 선박들이 하역할 수 있어서 제물포로 들어오는 전국 각지의 생산물들이 양화진을 통해 도성과 궁궐로 배분되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양화진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어 영조 30년(1754)에는 군사적 주둔지로서 군진의 설치가 완료되었다.

1886년 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을 응징하고자 프랑스 군함 세 척이 침범했다가 강화도에서 패퇴한 병인양요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원군의 천주교도들에 대한 박해가 더욱 극심해져 대원군이 “서양 오랑캐로 더럽혀진 한강을 서학쟁이(천주교도)들의 피로 씻어라”고 명하면서 1만명이나 순교한 곳으로, 양화진 앞 강물을 천주교도들의 피로 물들였다.

1967년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의 동상과 순교기념관이 세워졌고, 또한 양화진은 갑신정변(1884)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망명했던 개화파의 거두 김옥균이 1894년 조선왕실에 의해 능지처참되어 효시 당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양화진에는 사적 제399호로 지정된 '절두산순교성지'와 '외국인선교사 묘지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의사이며 고종의 주치의였던 헤론이 사망하자 고종의 배려로 묘지공원이 만들어졌다. 절두산이 외세 배척에서 비롯됐다면, 선교사묘지공원은 외국인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 셈이다.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는 17개국 출신 575기의 묘가 있는데, 연세대 설립자인 언더우드 일가, 고종의 밀사로 친서를 들고 헤이그에 가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던 헐버트, 배일(排日)운동에 앞장서며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베델, 배재학당을 세운 아펜젤러 일가 등 한국 근대사의 주요 외국인의 묘소가 줄지어 있다.

외국인 선교사 묘지로서의 양화진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지에 묻힌 분들은 대부분 일제 암흑기 한민족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헌신했던 선교사들이다. 동방의 작은 나라에 복음의 빛을 나누기 위해 생명을 걸고 헌신했던 것이다. 병원과 학교 설립은 물론 신분제와 남존여비 관습의 철폐와 같은 무형의 영향들을 끼치며 한국민과 함께 아파하며 일본의 무단강점에 맞서 독립을 위해 싸웠다.

이들을 통해 뿌려진 복음의 씨앗들이 오늘날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전반에 걸쳐서 많은 열매들을 맺고 있음은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사업협의회’에서는 이러한 양화진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100주년기념교회’를 설립하였고 서울시와 마포구청도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조성하고 외국인 선교사 묘지와 천주교의 양화나루, 잠두봉 사적지를 연결하여 세계에서 보기 드문 신, 구교의 만남의 성지로 조성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아름다운 성지인 양화진 선교사 묘지를 두고 서로가 관리권을 주장하며 법적 분쟁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서로의 주장과 비방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이로 인해 밖에서 지켜보는 기독교인들의 걱정과 일반인들의 비아냥 섞인 비난들을 보게 된다.

이번 분쟁이 한민족의 복음을 위해 헌신하다 양화진 땅에 묻힌 선교사들의 정신을 훼손시키는 일임은 물론, 죽은 자들을 두고 서로 자신이 관리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꼴이 되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싸우기 전에 먼저 기도로 풀어야

기독교에서는 모든 문제를 성경적으로 풀어가기를 권한다. 법적분쟁이나 기타 세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예수님이 실천하신 사랑과 하나님의 말씀에 입각하여 서로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양보하며, ‘주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풀어 가는 것을 바람직한 모습으로 여기고 있다. 어떤 문제든 이것이 먼저여야 할 것이다.

지금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납치사태로 억류되어 있는 21명의 젊은 선교봉사자들이 죽음의 고통 속에 있고 그 가족들은 오직 기도에 매달려 있다. 이번 위기로 한국의 개신교가 교파를 초월하여 함께 기도하여야 한다고 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시점에 터진 교회의 분쟁이라 더욱 안타깝다.

양화진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는 있지만 두 교회 모두 자신들의 편리와 욕심을 버리지 못하여 생기는 일은 아닌지 다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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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기념교회 ⓒ 100주년기념교회

양화진이라는 아름다운 땅에 묻힌 주검들을 서로 관리하고자 하는 주장들이 진정 한국의 빛이 되어준 선교사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서로의 주장만을 요구하며 분쟁으로 치다를 것이 아니라 먼저 기도하고 서로 헌신하며 희생의 정신을 행하는 아름다운 모습들 보인 이후에 그 결과로 하나님의 뜻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닐까.

두 교회는 이번 문제를 가지고 함께 모여 서로의 주장들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묻는 합동기도회라도 열어 보았는지 궁금하다. 만약 서로의 의견만을 주장하는 세상적인 회의만으로 분쟁의 시작이라는 결과를 얻었다면 지금이라도 함께 무릎을 꿇고 하나님의 뜻을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새 소리와 매미 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운 양화진, 100주년기념교회에서 순정한 새벽기도의 은혜를 누리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기도가 부족하고, 기쁨이 적으며, 목전에서 악을 행’하는 모습에 아파하는 주님의 음성이 양화진 선교기념관의 두 교회에 들리기를 기대하며, 주님은 오직 성령의 불꽃이 타오르는 양화진을 원하고 있음은 아닌지.
#양화진 #100주년기념교회 #외국인선교사 묘지 #서울유니온교회 #절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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