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적응 안 돼? 공항병원 가봐

지하1층 인천공항 의료센터... 비행 관련 시차클리닉도 인기

등록 2007.08.14 09:31수정 2007.08.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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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여행을 위해 공항을 찾은 직장인 이보람씨. 출국 수속을 마친 후 급히 먹은 샌드위치가 잘못 됐던 걸까 배가 살살 아파온다. 진정되기를 기다렸지만 보람씨의 손과 발은 점점 차가워지고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항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119를 부를까, 약국에 가 약을 사먹을까 온갖 생각이 보람씨의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무엇이 최선일까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보람씨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천국제공항 지하 1층에 가면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의료센터가 있다. 그러나 유학생 이아무개(22)씨는 "1년에도 서너 번씩 공항에 오지만 병원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할 만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공항 내 의료센터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2001년 개원해 올해로 벌써 6년째를 맞은 인하대학교 공항의료센터(이하 의료센터)는 지하 1층 5번 게이트에 위치해 있다.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은 지난 6일 오후 1시 의료센터에 직접 찾아가보았다.


병원 내부에는 시급한 응급환자는 보이지 않았다. 침상 옆에서 얼음찜질을 하고 있던 영종도 주민 김아무개씨와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벌에 쏘여 치료받으러 왔다는 그는 "영종도에도 병원이 있지만 이 곳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며 "공항 내 병원은 처음 이용하는데 특별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 실장 신호철 전문의를 만나 공항 내 병원의 특징과 의사로서 에피소드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신호철 실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a 여름 성수기를 맞아 공항이용객이 급증하면서 공항 내 병원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 신호철 전문의

여름 성수기를 맞아 공항이용객이 급증하면서 공항 내 병원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 신호철 전문의 ⓒ 황승민

-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에 대해 소개해 달라.
"인천국제공항 내에 자리하여 항공응급의료와 일반의료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센터는 치과를 포함한 전문의 3명, 24시간 당직의사 2명, 간호사 6명, 행정직원 3명, 응급구조사 2명, 병리사, 물리치료사 등 24명의 직원이 있다. 이들은 원활히 의료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세계 어느 국제공항에 있는 의료센터 중에서도 훌륭한 여건과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 병원을 찾는 고객은 주로 누구인가.
"1년에 약 5만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70%는 인천국제공항 상주직원이고, 30%는 영종도 주민 및 여행객이다. 점점 승객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 일반병원과 다른 공항내 병원의 특징은.
"공항병원은 승객의 '안전여행'을 가장 중요시한다. 평소 심장질환·호흡기질환·고혈압·당뇨 등의 증상이 있는 승객은 탑승 자체가 심혈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탑승 후 생기는 사망자의 50%는 심장질환자일 정도다."

외국인 승객들, 보디랭귀지로 대화해 진료하기도

- 공항병원으로 특별히 차별성을 갖고 있는 진료 내용은.
"인천국제공항 내 여행자를 위한 의료서비스는 크게 여행자 클리닉·시차 클리닉으로 나뉜다. 여행자 클리닉은 말라리아 예방 등 안전여행을 위한 의료서비스이고, 시차 클리닉은 일반 관광객보다 비즈니스로 잦은 해외출장을 하는 승객을 위한 의료서비스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상담 및 약물처방을 실시하고 있다."

- 급하게 복용약을 가지고 오지 못하는 환자분은 어떻게 하나。
"환자 중 의료센터에서 약을 요구하는 분이 있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 등 비행기를 타는데 위험한 지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평소 먹던 약을 가져오지 못했을 경우 평소 다니던 병원에 연락하여 처방전을 받아 약을 준비해준다."

- 기억에 남는 사연은.
"활주로 공사 인부로 일하던 직원이 쓰러져 실려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신속한 응급조치로 재빠르게 수술해 회복되었다. 그 분이 두 발로 건강히 걸어와 선생님 덕분이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을 때 정말 기뻤다"

- 가슴 아픈 사연은.
"중국에서 밀입국한 분이 비행기가 착륙 후 하차준비를 미처 다 하지 못한 사이 비행기 바깥으로 뛰어내린 사건이 있었다. 양쪽 다리가 골절되어 호송되었으나 밀입국자였기 때문에 입국이 거부되고 깁스만 간신히 한 후 본국에 강제 송환되었다. 그 일이 자꾸 생각나고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된다."

- 진료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는.
"공항 특성상 외국인 승객이 많다. 보통은 영어진료를 하지만 특히 중국인들은 진료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서로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될 때는 통역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가이드를 통해 진료한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밀입국자 등 강제 출국 대상자가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그 중 아프리카 콩고 출신의 한 환자를 진료하게 되었다.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지만 보디랭귀지로 치료했다. (당시의 상황을 동작을 통해 재연하며) 환자가 표현하길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해 몸이 안 좋아져 식은땀이 나고 으슬으슬 춥다, 엉덩이에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의사표현을 해 처방을 한 적이 있다."

"불시착 화물기 비상대기 순간에 아찔"

- 일반 병원의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소소한 행복을 많이 느낀다. 환자분들이 (책상 옆에 있던 비행기 안에서 나눠준 과자를 들어보이며) 작은 선물을 자주 준다. 승객분이 과자나 초콜릿·사탕 등 작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을 줄 때마다 고맙고 진료실 안에 진열해 놓기도 한다."

- 일반병원 의사가 할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은.
"공항 내 의사는 환자 중심의 의료행위를 한다. 공항에서는 검색대를 넘는 순간 대한민국을 벗어나 국외로 나간 것이 되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이 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환자를 대신해 의사가 직접 출장을 가 진료를 하기도 했다."

- 일을 하면서 위험한 적은 없었나.
"화물기 1대가 불시착해 추락할 것이라는 사건이 있었다. 불시착이 예상되는 지역에 많은 차량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대기했다. 나는 맨 마지막 지휘본부 차량 옆 앰뷸런스에서 사건추이를 지켜보며 응급상황을 준비했다. 다행이 화물기는 무사히 착륙했지만 순간적으로 집에 있을 가족 생각이 났다. 이처럼 공항 내 테러위기 고조로 위험상항이 발생할 때 공항 내 의사로서 책임이 막중하다."

- 공항병원 의사로 특별히 보람을 느낄 때는.
"상주직원이 진료를 받고 건강해져 이것이 곧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할 때이다. 또 공항에서 응급상황 발생시 초기에 적절한 처방을 하여 잘 해결돼서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이 곳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이 서비스평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듯 의료서비스도 이를 지향하며 이용객들이 여행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첨부파일
con302_376760_1[1].wmv

덧붙이는 글 | 김미정, 황승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미정, 황승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입니다.
#인천국제공항 #인하대학교 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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