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입구의 황소상.하승창
시간이 흐르는 물 같다더니, 멀기만 해 보였던 1년이란 시간이 그야말로 눈 깜박하는 사이에 다 지나가고 있다. 이제 귀국하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더구나 뉴욕에서 보내는 시간은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보고서 제출 마감시한에 쫓겨 이번 주 내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가 그래도 마지막으로 어디 한 군데는 더 가보고 싶어서 희영씨와 정연씨를 불러내었다.
1년여의 뉴욕 생활 마지막에 찾아 가려고 마음먹은 곳은 월스트리트(Wall street)였다. 2000년 유엔에서 밀레니엄 포럼이 열릴 때 뉴욕에 와보고 이번 방문으로 뉴욕은 두 번째이다. 처음 뉴욕에 와서 월스트리트를 찾았을 때는 휴일이어서 월가의 금융가는 다 문을 닫고 있을 때였다.
사실 지난 번 이민자의 날 행사가 월스트리트 앞의 배터리 파크에서 열려서 가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행렬을 따라 가며 사진 찍다 보니 '다음에 오지'하는 생각에 미루어 두었는데, 결국 미국 생활 막바지에 가게 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라는 이름의 배경?
월스트리트는 맨하탄 끝이니 전철로 제법 가야 한다. 집에서 가다 보면 중간에 한 번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월가가 가까워 오니까 전철 안의 풍경이 바뀐다. 이 무더위에 긴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 월스트리트 역에서 내린다.
이 곳은 '월'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배경은 식민지 소유권 분쟁이었다. 이곳에 살던 인디언들을 다 쫓아내고 초기 맨하탄을 지배했던 네덜란드가 영국과의 식민지 소유권을 둘러싸고 싸움을 벌이면서 이 곳에 거대한 목책을 건설한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들이 인디언을 쫓아내고 학살했던 그 장소에 있는 인디언 박물관 앞에서 월 스트리트 쪽으로 걷다 보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황소상이 하나 등장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황소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어서 황소만 온전히 찍기가 어려울 정도.
이 황소는 왜 여기 서 있을까? 황소 상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입간판이 하나 서 있다. 주식 투자에서 황소는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을 의미하고, 곰은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을 의미한단다.
희영씨는 케인즈의 일반경제이론에 주식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을 "황소같다"고 하는 표현이 나오는데 거기서 따온 것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담아서 만든 상징물인 셈이다.
돈으로 돈을 버는 '세계화의 첨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