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으로 엮어나간 시낭송회

치매 요양시설에서 열린 시낭송회

등록 2007.08.13 10:54수정 2007.08.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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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1일 (토) 오후 3시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중랑노인전문요양원에서는 감동이 흐르는 뜻 깊은 자리가 있었다. 치매나 중풍을 앓고 있어 가족들과 지내기 어려운 시설 노인을 위한 시낭송회가 열린 것이다.


'정숙영의 시를 읽어주는 여자'라는 타이틀로 3월부터 시작된 이 동아리 프로그램은 월2회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모여 과거에 좋아하던 시도 읽고 메말라 가는 정서를 시를 통해 치유하는 모임인데 여름방학을 맞아 시인들의 도움으로 시낭송회까지 개최하게 된 것이다.

a 85세 어르신의 시낭송

85세 어르신의 시낭송 ⓒ 신춘문예사

중랑노인전문요양원(서울시 중랑구 망우1동 227번지, 원장 장용철)은 서울시 거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중풍 등 중증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165명이 생활하는 무료전문요양시설이다.

이곳에 입소하는 대부분의 어르신은 돌봐줄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부양능력이 안 돼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어르신들은 질병에 대한 걱정과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에 더 무기력해 지기도 한다.

그런 어르신들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노년기에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가족(요양원 직원, 자원봉사자)을 만나 새 생활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요양원의 운영 목적이다.

a 요양원 어르신을 위해 낭송 봉사중인 시인

요양원 어르신을 위해 낭송 봉사중인 시인 ⓒ 신춘문예사시울림시낭송회

시설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르신들이 무기력해지기 쉽다. 직원들 또한 처음에는 봉사정신과 사명감으로 업무에 임하지만, 질병이 있는 노인들을 오랫동안 돌보게 되면서 체력이 소진되어 자신도 모르게 대상 노인들을 기계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중랑노인전문요양원에서 동아리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된 것은 입소 어르신들은 과거 시설입소 전 취미생활 영위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직원은 케어업무 이외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어르신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어르신들을 잘 보살피도록 마음을 가다듬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요양원 어르신들은 비록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증상으로 인해 가끔 집에 간다고 엉뚱한 말씀을 하시기도 하나 매월 2회 시를 읽는 시간에는 과거에 외우던 시도 읽어보고 눈물도 흘리면서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고 요양원에서의 생활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한다.


a 바이올린 연주로 시낭송회의 분위기를 돋우워 준 중학생 봉사자

바이올린 연주로 시낭송회의 분위기를 돋우워 준 중학생 봉사자 ⓒ 시울림시낭송회

시 낭송회는 그동안 어르신들끼리만 모여 시를 읽었으나 ‘신춘문예사 詩人으로 구성된 시울림시낭송회’ 회원들에게 자원봉사를 의뢰하자 흔쾌히 봉사에 동참하신 詩人 회원들과 요양원 어르신들이 돌아가면서 시를 읽고 음악을 들으며 감정이 교감되는 시간이 되었다.

시낭송회 참석한 홍종화 시인은 자작시 ‘어머님, 망초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혔고, 3층에 생활하는 최영희 어르신(남, 85세)은 평소 좋아하던 ‘정현종 시인의 모두가 꽃봉우리인 것을’ 이라는 시를 또박 또박 읽으며 삶의 회한에 젖어 눈시울을 붉혔다.

시낭송회에 참석한 요양원 어르신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읽어 내려가던 시의 감동은 오래도록 가슴 가슴에 남아 부모와 자식이 세대와 세대가 함께한 사랑의 울림이 되어 세상을 밝혔다.
#치매노인 #무료요양원 #정서적 안정 #시낭송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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