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읍내에 이렇게 멋진 거리가 있다니!"

[빗속여행 3일의 기록 ②] 전남 무안읍 중앙로의 멋진 조명과 공원의 정자

등록 2007.08.14 18:02수정 2007.08.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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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꽃봉오리처럼 아름다운 거리의 조명등

꽃봉오리처럼 아름다운 거리의 조명등 ⓒ 이승철


a 조명등을 밝힌 무안읍 중앙로 거리풍경

조명등을 밝힌 무안읍 중앙로 거리풍경 ⓒ 이승철


"세발낙지라면 목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이 무안이 최고래."

영광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다시 빗속을 뚫고 남쪽으로 달렸다. 비는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도로는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국도를 택했다. 국도도 요즘은 거의 고속도로 수준으로 상태가 매우 좋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는 비가 내릴 때면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창문을 열고 달렸다. 이건 순전히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나 때문이었다. 나는 체질이 현대인의 체질이 아니어서인지 에어컨 바람을 직접 맞으면 견디지 못한다.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후덥지근한 날씨는 사실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나를 배려해주는 일행들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길은 영광에서 광주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무안으로 향했다. 길 도사로 통하는 일행이 운전하는 승용차가 앞장을 서서 달린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달리다가 무안이 가까운 거리표시가 된 이정표가 나타나자 역시 길 도사 친구가 무안을 그냥 지나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목포에서는 홍어회를 먹고 무안에서는 반드시 세발낙지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제안대로 세발낙지를 맛보기 위해 무안 읍내에서 일단 차를 세웠다.

짧게 끝난 연꽃 축제 구경

"아직 시간이 이른데 연꽃구경하고 가면 안 될까요? 오면서 보니까 백련축제를 한다는 안내판이 보이던데."


우리 일행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친구의 부인이 이곳으로 오는 길에서 연꽃축제 안내판을 보았던 모양이다.

"그래요, 우리 연꽃 축제 보러 가요."


이번에는 다른 친구의 부인도 거들고 나온다. 연꽃 구경은 사실 남자들에게는 별로 매력이 없었다. 그러나 부인들이 가보자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근처 가게에 들러 연꽃축제장 가는 길을 물으니 길을 가르쳐 주며 잠깐 가면 된다고 한다.

a 연못에 드리운 정자의 그림자가 멋있지 않습니까?

연못에 드리운 정자의 그림자가 멋있지 않습니까? ⓒ 이승철

a 연못을 가로지른 다리풍경

연못을 가로지른 다리풍경 ⓒ 이승철


읍내를 벗어나자 녹음이 우거진 산뿐만 아니라 곡식들이 자라는 논과 밭도 짙푸른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연꽃축제 안내판은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잠깐 달리면 가는 거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상당히 먼 거리였다.

연꽃축제장 입구에는 안내하는 청년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들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며 바라본 연꽃축제장은 굉장히 넓은 면적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연꽃들은 대부분 지고 무성한 잎들만 넓은 호수를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드문드문 피어있는 꽃들도 모두 하얀색이어서 단조롭기만 했다.

"조금 일찍 왔었어야 하는 건데 너무 늦었네요. 그냥 휘휘 둘러보고 나갑시다."

부인들이 오히려 실망이 더 큰 모양이었다. 여성들이어서 연못 가득 피어있는 화려한 연꽃을 예상하고 왔는데 연잎만 무성할 뿐 이미 대부분 꽃이 져버린 모습이 별로 볼품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낙지는 비싸야 제 맛?

그렇게 연꽃축제 구경은 아주 짧은 시간으로 끝내고 다시 무안읍으로 향했다. 읍내에 도착하자 그 사이 오후의 햇살이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여행 첫 밤은 무안읍내에서 묵기로 하고 근처의 모텔에 짐을 풀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밖으로 나와 낙지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낙지 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아주 작은 낙지 한 마리에 6천 원씩이라고 한다. 철이 지났기 때문에 낙지는 많이 잡히지 않고 휴가철이어서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운전대를 잡고 오느라고 술이 고팠던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 앉는다. 비싸면 조금 적게 먹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a 푸른색으로 빛나는 가로등

푸른색으로 빛나는 가로등 ⓒ 이승철

a 하얀색으로 변하고 있는 가로등

하얀색으로 변하고 있는 가로등 ⓒ 이승철


"캬! 이거, 낙지 맛이 정말 좋긴 좋구먼."

이곳 낙지를 꼭 먹고 가겠다고 우겼던 친구가 초고추장을 잔뜩 찍은 산 낙지를 통째로 입안에 우겨넣고 우물거리며 하는 말이었다.

"본래 값이 비싸면 맛도 더 좋은 법이야."

그러나 여성들과 몇몇 친구들은 산 낙지를 그냥 먹지 못해 끓는 물에 살짝 익혀서 먹는다. 그래도 정말 값비싼 낙지여서인지 맛도 유별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친김에 근처에서 저녁까지 먹고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가자 멋진 공원이 나타났다. 공원 곳곳에는 몇 개의 조각 작품도 세워져 있고 공원 한쪽에는 노인들을 위한 게이트볼 경기장도 만들어져 있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특히 작은 연못을 가로질러 건너는 다리 앞에 세워져 있는 2층 정자가 연못 물속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서 있는 풍경이 정말 일품이다. 연못을 가로지른 다리는 석재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만들어 세운 지가 오래지 않아 고풍스런 멋은 없었지만 모양은 상당히 멋이 있었다.

2층 정자도 세운 지 오래된 건물은 아니었다. 역시 석조 건물로 묵직한 느낌을 주었지만 바로 옆의 작은 연못과 어우러진 모습이 조화를 이루어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게이트볼장에서는 노인 몇 사람이 경기를 하고 있었다.

"자!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상당히 피곤한걸."

하루종일 운전대를 잡았던 친구가 세발낙지를 먹으며 마신 술기운이 가시자 피로가 몰려오는 모양이었다. 일행들도 잠깐 현지 노인들과 어울려 함께 게이트볼 연습을 하다가 모텔로 향했다.

a 붉은색으로 빛나는 가로등

붉은색으로 빛나는 가로등 ⓒ 이승철

a 푸른색으로 변하고 있는 중

푸른색으로 변하고 있는 중 ⓒ 이승철


중앙로를 장식한 화려한 가로등

"우와! 이게 뭐야? 이 작은 읍내에 이렇게 멋진 거리가 있다니."

공원을 나서 모텔로 가기 위해 거리로 들어선 일행들이 탄성을 질렀다. 바로 앞에 일직선으로 뻗은 거리 양쪽에 늘어선 가로등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로등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조명등이 아니었다.

뭐랄까. 크고 둥그런 전구들이 마치 풍선처럼 숭얼숭얼 열려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조명등들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빨강, 파랑, 노랑, 주황색 등 다양한 색으로 변하기까지 하여 황홀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서 거리는 온통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 거리가 무안읍의 한복판에 곧게 뻗은 350m의 중앙로였다.

우리 일행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 동안 지나던 사람들도 너도나도 사진 찍기에 바쁜 모습이다. 카메라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은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몇 사람에게 물으니 그들도 모두 외지인들이었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 이런 거리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멋있는데요."

30세 전후로 보이는 여성들 두 명은 우리들보다 더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이곳이 초행인 여행자 들이었다.

"멋있기는 한데, 이런 작은 도시에서 이건 너무 심한 전력낭비 아닌지 모르겠네요."

대전에서 왔다는 50대 부부가 사진을 찍으면서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역시 아름답고 멋있다고 느끼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a 푸른색과 하얀으로 빛나는 가로등

푸른색과 하얀으로 빛나는 가로등 ⓒ 이승철


a 친절 캠페인이 나오는 거리 입구의 전광판

친절 캠페인이 나오는 거리 입구의 전광판 ⓒ 이승철

이 중앙로 거리에는 이런 LED 경관조명등이 30여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공원 쪽 입구의 도로를 가로지르는 전광판에 "친절은 가장 큰 재산입니다"라는 글씨가 다른 캠페인성 문자와 함께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도 보기가 좋았다. 무안읍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이번 남도여행에서 얻은 예상 밖의 수확이었다.
#무안 #세발낙지 #조명등 #연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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