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독자들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2007 Yes 24 문학기행' 체험 취재

등록 2007.08.15 14:33수정 2007.08.15 14:37
0
원고료로 응원
기자가 예스24가 주최한 문학캠프에 참여해 12일부터 14일까지 전라북도 고창과 전라남도 화순, 순천 등지를 돌아보는 돌아보는 동안 취재진이 관광버스 1대를 다 쓸 정도로 커다란 관심을 이끌었고 신문에는 연일 관련 기사가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신문은 자본주의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즉 뉴스의 초점은 한결같이 뉴스메이커인 두 스타작가에게 집중되었고, 정작 행사의 취지나 내용에 관한 보도는 찾을 수 없었다. 기자는 행사의 실무를 총괄한 도서1팀의 최세라 팀장과 행사에 참여한 여러 독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번 문학캠프의 면모를 살펴보았다.


a

올해는 한국관광공사와 전라남도의 후원으로 질 높은 문화적 체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관광적 요소가 문학적 요소를 잠식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8월 12일 중흥 골드스파 & 리조트, 전라남도 국립국악단 공연모습 ⓒ 오승주

한국문학의 중흥과 한국문학 마케팅의 중흥(?)

이번 행사에 초청된 황석영 작가는 올해가 한국문학의 중흥이라고 말했다. 신예부터 원로에 이르기까지 높은 수준의 작품을 계속 쏟아내고 있는 모습을 근거로 한 말인데, 이들 덕분에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 등의 한국문학 마케팅도 더불어 중흥기를 맞고 있다.

소설가 김훈은 벌써 독자들과 함께 남한산성을 다녀갔고, 소설가 신경숙 역시 경복궁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펜사인회는 기본이고 선상 낭독회나 지방강연 등 문학이 자본과 함께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기세가 제법 매섭다.

이번 문학캠프도 이러한 흐름의 한 줄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예스24는 이번 문학 캠프에 앞서 자체 온라인 투표를 통해서‘우리 시대의 대표작가’(올해 황석영씨), ‘장차 한국을 대표할 차세대 우리 작가’(올해 은희경 씨)를 선정하는 등 대대적인 세몰이를 통해 하나의 캠페인을 성립시켰다.

올해는 4회째로 한국관광공사와 전라남도가 주최와 후원 등의 형태로 참여한 것은 그만큼 이번 행사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반증한다. 이번 행사의 실무를 총괄한 도서1팀 최세라 팀장은 "온라인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그에 대한 후속작업으로 대규모 지원을 통해 문화의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예스24의 자긍심"이라고 말했다.

문학캠프, 문화캠프, 문화관광(?) 네 정체를 밝혀라!

예스24의 이번 캠프는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전통적으로 예스24 문학캠프는 한 곳에 머무르면서 독자와 작가 간의 스킨십을 강조하는 형태였다. 작품 속의 현장에 찾아가는 것은 물론, 그 현장이 어떻게 작품 속에 담기게 되었는지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독자는 책에서 읽었던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다르다. 일단 규모가 2배 가까이로 커졌고, 많은 기업과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행사의 기획과 비용부담, 진행 등 총괄적인 책임은 예스24가 맡았고, 한국관광공사는 전라남도와 예스24의 연결 역할을 했다.

전라남도를 통해 독자들은 이틀 동안 전남 국립국악단의 다양하고 질 높은 전통공연을 경험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해설사를 지원하였고, 입장료와 주차비 등을 지원했다. 지역 특산물이나 기념품, 각종 자료는 관광공사가 맡았다. 관광공사는 예스24와 공동으로 기획회의를 갖는 등 이번 캠프가 '관광'의 성격을 갖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행전문회사인 (주)웹투어는 패키지 일정을 맡았고, 가이드를 지원하였다. (주)창비는 은희경 작가와 황석영 작가의 섭외와 에스코트를 맡았고, 참여독자들에게 작가들의 최신작을 각각 1권씩 지원하였다.

이렇게 많은 기업과 단체가 참여해 볼거리가 많아지고 참여독자들이 가져갈 선물도 두둑해졌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문학캠프의 취지가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많이 있었다.

작년에 신경숙 작가와의 문학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는 예스24 아이디 '롤러코스터'씨는 "신경숙 작가와 밥도 함께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은 추억이었는데, 이번 행사 때는 그런 점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a

담양 소쇄원에서 캠프 참여 독자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오승주

예스24 측은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간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었지만 그것이 캠프의 '문학적 특징'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취약점을 우려해 예스24측은 문화해설사들에게 관련 문학작품과 자료집을 전달하고 되도록 문학작품과 연관되는 설명을 하도록 요청했고, 웹투어의 가이드 역시 문학적 조예가 있는 자원으로 선정했지만 문학캠프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설명회나 사전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전개하지는 않았다.

아이디 'red7370'을 쓰는 참여독자는 "일정이 빽빽해서 소화하기가 너무 힘들었고, 관광하는 느낌이 강했다. 문학캠프라면 일정을 느슨하게 하는 한이 있어도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독자들은 빽빽한 일정과 관광을 문제삼으며 '문학'을 요구한 반면, 예스24측은 '질 높은 체험'에 방점을 찍었다. 최세라 팀장은 "신경숙 작가 문학캠프 때는 '한 곳에만 머무르는 점이 좋지 않다'는 독자들의 비판이 있었다. 이러한 점 등을 반영해 이번에는 수상작가들의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전라도 일대를 돌아다니는 콘셉트를 잡았다"고 전제한 후 문학과 문화는 애초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문화'와 '관광'적 요소를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많은 단체와 기업이 참여함으로써 기획의 취지가 산만하게 분산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나의 캠프에 관광공사의 색채와 예스24의 색채, 관광회사의 색채를 담아내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간' 측면이 없지 않았다.

선발방식과 참여자 구성

먹을 것 많은 잔칫집에는 좋은 손님이 많다. 때문에 참여인원의 구성과 선발방식은 캠프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그런 의미로 예스24가 기존의 임의 추첨 방식을 버리고 사연 심사 방식으로 바꾼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번 행사에는 1,050명의 신청자 중 최종적으로 156명이 선정되었다.

작년까지는 20~30대가 절대적인 분포를 보였으나 올해는 20~30대 80%, 초중등학생과 그 가족이 고르게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최연소 참여자는 97년생이며, 최장수 참여자는 40년대생으로 대체로 고른 연령분포를 보였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따뜻한 사연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임의 추천 방식에 비해서 참여자들의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성과를 거뒀다. 예스24측이 소개한 사연 중에는 국어선생님이나 등단을 준비하는 예비작가, 의미 있는 휴가를 보내고 싶은 가족, 이번에 엄마와 꼭 여행을 하고 싶다던 딸내미, 은희경 작가 카페의 회원들, 예스24 독서도우미 클럽 회원들 다채로운 구성을 보였다.

특히 사회복지법인 행복공학재단의 백남극 사무국장(지체장애 4급)은 자체 프로그램의 사전 답사를 위해 참여를 요청했고 예스24는 이를 받아들였다. 지역분포 역시 대부분 수도권 참여자가 주를 이뤘지만, 전남에서 펼쳐진 행사답게 지방에서 합류한 참여자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상당한 규모로 치러진 문학캠프답게 '사회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마이너쿼터가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장애우나 소년소녀가장,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약자가 질 높은 문화 프로그램을 향유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의 가치 역시 돋보이지 않았을까? 이런 부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a

이번 행사는 가족이나 학생, 지방 참여자 등 다양한 참여자 분포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전라남도 국립극악단의 진행에 맞춰 진도아리랑을 배우고 있는 참여자들 ⓒ 오승주

그밖에 행사 이모저모

이밖에도 행사를 주최한 예스24의 여러 가지 사연과 취지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도서1팀 최세라 팀장과 인터뷰하였다.

- 친정에서 세간살이 다 끌고 온 거 아니냐?(웃음)
"업무에 마비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끌고올 것은 다 끌고왔다. 이번에 참여한 예스24측 스탭은 11명인데, 문학담당자와 전 문학담당자, 여행과 지리 담당자 등 MD 3명과 경영지원팀 인력, 도서사업지원파트장, 영화사업팀에서 고루고루 데려 왔다.

- 이번 행사의 취지는 무엇인가?
"우리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높여보자는 생각에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독자들의 문학 취향이 영미권 문학에서 일본 문학으로 전이되었는데, 상대적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껴 네티즌을 대상으로 '우리 시대의 최고 작가'를 선정하는 등 '우리문학 우리작가 관심갖기'라는 대대적인 캠페인의 일환이 바로 '2007 예스24 문학캠프'라고 할 수 있다."

- 문학캠프이지만 '관광'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은 하나의 실험이었다. 머무르면 다양한 곳에 가봤으면 하고, 다양한 곳으로 다니다 보면 머물러 생각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 반응을 극복하기 위해 은희경 작가의 고향인 고창에서 일정을 시작하고 하루에 한 번은 문학 속 장소로 가고, 가이드나 해설사 분들께 취지를 전달하고 문학성을 살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런 장치가 잘 작동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관광이라는 느낌을 감안해 보성 차밭 등 관광지는 제외했다.

- 요즘 문학체험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이번 행사가 다른 문학체험과 차별성을 갖는 점은 무엇인가?
"우선 예스24가 주도해서 진행한다는 점이며, 단편적인 문학기행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학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마련된 대대적인 캠페인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자체적으로 테마를 널리 알리고 150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 2박3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은 예스24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바로 그런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거 아닌가. 거대자본이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공격적 마케팅을 추진하면 영세 출판사나 신예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질 수 있고 문화의 양극화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이 행사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판매를 다 가져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본의 아니게 '창비'라는 대형 출판사의 두 책과 맞물렸고, 선정된 작가들 역시 올해 출판물을 낸 작가들이지만 그것은 '독자의 선택'이다. 그리고 우리가 작은 행사를 하지 않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출판사가 제안한 프로그램 역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예스24는 기본적으로 형평성에 치우치지 않으려 하고 작가와 작품이 괜찮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

이번 행사의 실무를 총괄한 도서1팀의 최세라 팀장. 아기가 보고 싶어 끙끙 앓았다던 그의 사연이 애처로웠다.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오승주

- 전반적으로 참여자와의 스킨십이 불만이라는 지적이 많다. 작가-독자의 스킨십, 스탭-독자의 스킨십, 독자 간의 스킨십이 그것이다.
"그것은 직원들도 매우 안타까워한 부분이다. 저 역시 스탭의 차량에서 행사를 소화하다 보니 독자들을 만나 대화할 기회가 적었고, 직원들 역시 빽빽한 일정이나 안전사고 등으로 긴장한 상태라 참여독자들과의 소통이나 모니터링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작년 신경숙 작가와의 스킨십을 아쉬워한 독자들도 많았는데, 작가의 스케줄이 만만찮아 그런 점을 만족시키지 못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 고객과의 접점을 찾는 부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데 그 점이 아쉽다."

- 이번 프로그램 중에 관광은 좀 즐겼나? 만약 여행을 간다면 다시 오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신경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관광지가 관광지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순천만에서 탁 트인 풍경과 신비한 안개를 느끼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날 담양 소쇄원을 설명해준 해설사(문화유산해설사 오영순 씨) 분의 맛깔나는 해설을 들으며 소개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곳이 얼마나 다르게 보일 수 있는가를 깨달았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며 시집까지 펴낸 분이었는데 명함도 받고 시집도 찾아보겠노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순천만'을 얻었고, '좋은 해설사' 한 분을 얻고 간다."

- 작가들을 모실 때 반응은 어떤가?
"작가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독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황석영 작가 강연회 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권터 그라스'가 조용한 마을에서 아주머니 15명 가량을 모시고 낭독회를 하고 있더라는 후문을 소개하며 수준 높은 대규모의 독자를 만나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다른 작가들도 이와 같다. 스케줄만 맞는다면 언제든 이런 기회를 갖고 싶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 예스24의 '한국문학 관심갖기' 캠페인 중 남은 일정은 어떻게 되나?
"어린이 독후감 대회가 7월부터 2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있고, 11월에는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이때 20위까지의 수상자를 가릴 계획이다."

- 이번 행사를 진행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개인적인 감회를 묻는다면?
"행사팀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1년 내내 캠프 준비를 한다고 할 수 있다. 책은 책대로 팔고 틈이 나면 행사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돌아가서 자체 평가할 생각을 하면 막막하지만 정리를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리고 6개월 된 아기가 있는데 밤마다 떠올라 너무 힘들었다. 딸을 잊기 위해(?) 정신 없이 일에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 휴가는 다녀왔나?
"일이 많이 밀려서 휴가를 허락해줄지는 모르겠다."

문학체험 프로그램으로서 규모와 기획을 자랑하는 2007 예스24 문학기행은 독자들에게 한여름밤의 즐거운 기억을 제공했다. 하지만 커다란 행사일수록 세심한 배려와 관찰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회를 거듭함에 따라 새로운 기획을 추가하고 실험을 계속하는 예스24의 노력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준비하는 주최자와 향유하는 독자들이 서로 만족하는 접점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표시한다. 독자들은 그들의 엄청난 고생과 고민을 알고 있을까. 한여름 동안 독자들은 행복했을까? 그밤 독자들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황석영 #은희경 #예스24 문학캠프 #예스24 #한국관광공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나의 60대에는 그 무엇보다 이걸 원한다
  4. 4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5. 5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