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확트인 전망.하승창
그런데 이 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도대체 폴 게티라는 사람이 얼마나 부자이기에 이걸 다 기부할 수 있었을까? 혹 자치단체가 시민들을 위해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미술관의 안내 자료를 보면 이 미술관은 전적으로 폴게티 트러스트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폴게티 트러스트는 미술관 뿐 아니라 연구소, 재단 등 여러 산하기관을 두고 있기도 하다. 결국 폴 게티의 기부금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는 미술관인 셈이다.
폴 게티는 미국 대공황이후 미국 최고의 부자였다. 지금은 사라진 게티 석유 회사를 설립한 사람이고 석유 사업으로 돈을 벌어 5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 명단의 첫 머리를 장식한 사람이기도 하다. 지독한 구두쇠로 알려져 있고, 자기 재산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기도 해서 자신이 사들인 미술품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악덕기업가이기도 하고 방탕한 사생활로 5번이나 결혼했지만 가족들과의 불화도 심해서 아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살아생전 '악명의 대명사'... 죽어서 이미지를 바꾸는 사람
나는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플레이보이지에 연재하고 책으로 출판된 '부자가 되는 법'은 유명하다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모든 사람들이 매도할 때 매수하라.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매수할 때까지 보유하라. 이것이 바로 성공투자의 비결이다"라는 말이 이 책에 나오는 구절인 모양이다. 실제 그는 투자의 천재라고도 알려져 있을 정도로 돈 버는 데는 뛰어났지만 1976년 그가 죽을 때까지 그에 대한 세간의 평은 방탕하고 비정하며 악덕한 기업가였다.
그런 그가 죽으면서 사회에 기부한 막대한 기부금이 오늘의 게티 미술관의 설립과 운영의 기초가 되었고, 많은 사람이 공짜로 그가 남긴 미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돈을 벌어들이는 과정도 탐욕스럽고, 그렇게 벌어들인 재산에 대한 집착도 강한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자신의 혈육들에게 독점적으로 재산을 사용하도록 상속하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한국적 상황. 이런 비정상적인 모습을 접하다가 이렇게 사후에라도 부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실제로 그렇지 않겠는가? 폴 게티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인터넷에서 뒤져 보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폴 게티라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돈을 기부했구나,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대단한 사람인 모양이다, 이런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개는 폴게티 미술관을 다녀가는 현재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폴게티를 악독한 기업가로 기억하기 보다는 공짜로 좋은 작품들을 감상하게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제공해 준 사람으로 기억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나로서는 그가 악독한 자본가로 돈을 벌어들인 과정에 대한 갑작스런 반성이 막대한 기부금으로 나타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정이야 어떻든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사회의 재산으로 남기면서 악명의 대명사일지도 모르는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어 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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