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가슴 아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사모정이기원
버스가 강원도를 벗어날 무렵부터 비가 다시 내렸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단양에 들어서니 폭우로 변해버렸다. "이렇게 많이 오면 산성 답사가 어렵지 않겠냐?"며 황재연 선생님이 걱정했다. 일단 온달산성 입구에 가서 상황을 봐서 결정하자고 했다. 길 따라 흐르는 남한강 물이 짙은 황토색으로 변해 우당탕탕 흘러내리고 있었다.
온달산성이 가까워질 무렵 빗줄기가 약해졌다. 다행이다 싶었다. 답사 끝날 때가지만 잘 참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드디어 도착. 버스가 주차하고 아이들과 함께 내렸다. 가는 빗줄기가 우산 없이도 갈만한 정도였다. 그래도 우산 잘 챙겨 가자고 했다. 언제 다시 쏟아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라가는 길이 꽤 가팔라. 비가 와서 많이 미끄러우니 뛰지 말고 조심해서 올라가."
황재연 선생님이 앞장서 아이들을 이끌고 나는 구자훈 선생님과 함께 맨 뒤에 따라갔다. 더러는 우산 쓰고, 더러는 펴지도 않은 우산 들고, 아이들은 끼리끼리 옹기종기 산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산성 입구에는 드라마 연개소문 촬영장 세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주로 당나라 성이 많이 보였다. 드라마 세트장이지만 성에 대한 기본적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벽돌로 쌓은 당나라 성의 특징과 해자의 모습 등을 설명해주고 온달산성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산성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빗물에 젖은 데다 진흙까지 묻어 훨씬 미끄러웠다.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숨을 헐떡이며 뒤처지는 녀석들이 생겼다. 미끄러운 길 서두르다보면 다칠 수도 있어 천천히 올라가도 된다며 안심시키며 데리고 올라갔다.
비지땀 흘리며 낑낑대는 녀석들 데리고 오르다보니 내 입에서도 단내가 났다. 빗줄기도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오르는 거 포기하고 주저앉아 쉬었으면 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녀석들도 있었다. 운동화도 아닌 샌들 신고 온 녀석들은 더 힘들어했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철퍼덕 주저앉아 쉴 형편도 못되었다. 어디나 골고루 빗물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