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랜덤하우스코리아
청계천 복원사업은 건설사 CEO 출신 이명박에겐 정치권력 상승의 '절호의 기회'였다.
이명박의 저서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는 자신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루어 낸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한 일종의 '프로젝트 성공보고서'이다. 이 책은 현대건설이라는 굴지의 건설회사 CEO 출신으로서 일반 직장인들에겐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주역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이명박의 또 다른 성공신화를 보여주고 있다.
21세기를 맞이해 환경이 큰 이슈이자 전지구적인 아젠다로 등장한 시기에 발맞추어 그가 추진한 청계천 복원사업은 사업 초기 많은 반대와 우려 속에서도 결국 1년여의 짧은 기획, 정지작업 단계와 2년에 걸친 실제 복원공사를 통해 결국 성공작으로 국내외적인 인정을 받는다.
청계천 복원사업과 같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복잡한 토목, 건설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반대를 무릅쓴 '강한 추진력'과 토목건설 업무에 대한 '업무관리능력', 인재의 적절한 활용과 권한위임에 따른 '리더십' 등 건설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이력이 가장 강력한 바탕이 되었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만약,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민석씨가 추진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보기엔 복원사업이 성공했어도 그 완성기간은 상당히 길었을 것이다. 1년간의 사전기획, 정지작업과 2년여 실제공사기간만으로 복원사업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건설회사 CEO로서의 안목과 업무장악능력, 공사관리 경험이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이 책 머리부분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다.
"고가를 철거함으로써 생기는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시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새 삶의 방식을 찾아 주는 것까지가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의 책무. 이왕이면 나는 이 땅에 배어 있는 개발시대의 흔적을 다 걷어 내고 싶었다.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회로 만들어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고 문화를 즐기면서 쾌적한 환경에 살게 하고 싶었다.
'서울시장이 되자!'
이것이 현실적인 목표였다. 국회의원이나 구청장 신분으로는 그런 거대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 청계천은 지리적으로 단일 지역구가 아니다. 최소한 서울시장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이명박씨가 처음 청계천 복원을 떠올리게 된 것은, 1년간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에 관한 연구차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객원 연구원 생활 중에 참가한 한 세미나에서 '21세기는 환경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미국 학자들의 확신에 따라 미국 보스턴의 빅딕(Big Dig)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기로 작정한 때부터이다. 책의 내용으로만 본다면 이명박씨는 마치 '숙명처럼' 청계천 복원사업을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서울시장 후보로서 당선권 이슈가 될 만한 아젠다를 찾기 위해 1년간 미국 객원 연구원 시절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러다가 한 세미나장에서 보스턴 빅딕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건설사 CEO로서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력에서 가장 자신있는 아젠다를 발견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