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경선 승복', 승리보다 빛났다

[고태진 칼럼] '지독했던' 한나라당 경선에 아름다운 대미를 장식

등록 2007.08.20 18:35수정 2007.08.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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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제17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가 득표 2위를 차지한 박근혜 후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있다.

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제17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가 득표 2위를 차지한 박근혜 후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이명박 후보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고 드디어 끝났다. 경선이 시작된 후 줄곧 여론조사 결과상 이명박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었기 때문에, 막판 '도곡동 땅'이나 '위증교사 의혹'에 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변은 결국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양 후보 간에 벌어진 격렬한 대립 양상으로 인해 과연 경선 후보 확정 후 패배한 쪽에서 순순히 승복할 것인지, 또한 이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정권 교체'라는 한나라당의 절대 목표를 위해 협조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동안 두 후보 진영에서 상대 후보의 검증을 둘러싸고 주고받은 고소·고발 건이나 양 캠프 간에 주고받은 독설들을 보면 서로 같이 갈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사생결단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이렇게 지독한 경선은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생결단의 지독한 경선 치른 한나라당

하지만 적어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 오늘은 '바람직한 경선'이었다고 할 만하다. 그 '바람직한 경선'을 만든 사람은 '아름다운 패배자'인 박근혜 후보다. 그간 한나라당의 경선 과정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지독하였지만, 박근혜 후보의 깨끗한 승복으로 바람직하게 막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박근혜 후보는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한나라당 당원들을 향해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 가자고 말했다. 그야말로 깨끗한 승복이다. 박근혜가 아름답게 보인 순간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당내 경선이든 국가적 선거든 간에 패배한 후보가 깨끗이 승복하고 화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인제 후보가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해서 대통령 선거에 독자 출마하였다가 3위를 하기도 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무려 3번의 불복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이인제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결과에 불복하였고, 정몽준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하고 승복하는 듯했지만 결국 대선 전날 노무현 지지를 철회하였다. 세 번째로 한나라당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지 못하고 재개표까지 요구하여 관철시켰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불복의 전통'은 정치세력 간의 극단적 대결만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복과 화합의 바람직한 정치 문화를 열어갈 모습을 조심스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어느 때보다 극단적인 대립과 네거티브 속에서 치러진 '지독한 경선'이었기에 박근혜의 '아름다운 승복'은 더욱 빛난다.


'아름다운 승복', 정치권 전통 되길

물론 박근혜 후보의 승복과 백의종군을 향한 다짐이 오늘 하루의 말만이 아니라, 앞으로 대선 과정과 그 이후의 정치 행위에서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경선 결과 발표장에서 승복과 백의종군을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막상 앞으로의 정치 행위에서 진정한 승복과 화합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뛰어넘어야 아름다운 패자로 남을 것이며, 더 큰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원칙과 상식을 내세운 박근혜 후보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승복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원칙과 상식을 말만이 아닌 앞으로의 정치 행위에서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도 '지독했던' 경선 과정은 지워버리고, 승자로서 화합 정신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측근 의원의 지역구에 이명박 후보의 측근 비례대표 후보가 이사해서 구설수에 오른다든지, 박근혜 측근 의원에 대해 '살생부'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승자가 화합을 깨뜨리고 패자의 불복을 유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민주노동당도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을 시작하였고, 대통합민주신당도 대선 후보 경선을 시작한다고 한다. 물론 올 연말에는 본선인 대통령 선거가 있다. 앞으로의 모든 선거에서도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이라는 박근혜의 '아름다운 끝과 시작'이 모든 정치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패배한 박근혜의 '아름다운 승복'은 우리 정치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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