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 입은 내 파란 다마스

불량 도장의 보상수리를 받고나서

등록 2007.08.21 08:21수정 2007.08.2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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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도에 다마스 벤을 중고로 구입하였다. 대우자동차의 2003년식의 화물용 경승합차였다. 중고차이긴 해도 짐 싣는 공간이 넓고 차값도 저렴한 데다 상태도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몇 해 동안 잘 타고 다녔는데, 언제부터인지 차체에 작은 허물이 벗겨진 것을 발견하였다. 돌이 튀었나 보다고 여겼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벗겨진 부분이 늘어나더니 여기저기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말라붙은 꺼풀이 벗겨지듯이 도료 부분이 저절로 벗겨지고, 안의 철판 차체가 드러났다. 처음에는 내가 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나 보다고 여겼다. 차값이 저렴하니 도장 칠도 잘 벗겨지는가 보다고 그냥 타는 데까지 타고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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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이전의 상태 ⓒ 이형덕

그런데 우연히 길에서 칠이 벗겨진 다른 다마스 차를 보게 되었다. 내 차의 상태와 너무나 유사하여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뒤로 길가에 세워둔 다마스를 유심히 살펴 보니, 유독 청색의 다마스 차만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허물이 벗겨지듯 여기저기 도장 부분이 벗겨지는 현상은 거의 같았다.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은 도장의 문제라고 여겨졌다. 다른 색의 동종 차량에는 그런 현상이 없는 걸로 보아서, 이것은 청색 도료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일정 기간에 생산된 다마스 차량의 도장 공정의 하자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다마스의 제작사인 GM대우 홈페이지에 민원 질의를 했다. 청색 다마스 차량의 도장 불량에 대한 문제를 회사가 인지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그에 대한 조치와 대책은 어떠한지를 물었는데, 내게 메일로 알려온 답변은 지극히 통상적인 내용이었다.

인근 지역 정비업소에 찾아가 상태를 상의하기 바란다는 답변이었다. 내 질의의 요점은 단순히 내 개인 차량의 하자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해당 차량 전체의 결함 여부와 인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는데, 회사는 내 차에 국한한 조치 사항만 일러 주었다.

차일피일 다른 일로 시기를 놓치다가 날이 갈수록 차의 상태가 더욱 나빠져서 남 보기에 민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올 7월경에 남양주 화도읍 소재의 GM대우 정비업소에 전화로 정비 가능 여부를 물었다. 작업반장으로 짐작되는 분의 말로는, 일단 차를 가져와서 이상이 있으면 수리 해주겠다는 말이었다. 해당 차량의 도장불량이 리콜 사항이냐고 묻자, “리콜은 차량 전체의 문제에 해당하지만, 이것은 일부 차량의 문제이므로 아니다”고 답변하였다.

8월경에 차를 가져갔더니 접수를 하라고 했다. 접수를 하면서, 전체적으로 다시 도장을 해 주는가를 묻자, 작업담당자는 “현재 벗겨진 부분만 다 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것은 도장 불량의 문제인데 해당 부분만 해 주었다가 다른 부분이 또 벗겨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것은 그때 가서 회사의 지시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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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후의 상태 ⓒ 이형덕

사흘 정도 소요된다고 하여 차를 맡기고 오니, 하루 만에 다 수리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일단 겉보기에는 말끔히 도장이 되어 있었다. 다만 이 도장이 또다시 벗겨질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으며, 이번에 보상 수리에서 제외된, 아직 벗겨지지 않은 부분의 도장이 앞으로 벗겨질지에 대해서도 안심할 수 없었다.

차의 보상 수리를 받고나오며 예상보다 빠른 무상 수리에 고마움을 느껴 인사를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사실 이 문제는 내가 고마워 할 일이 아니라, 회사 측이 내게 사과를 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상당 기간이 경과한 차량임에도, 즉각적인 무상 보상 수리를 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도장 불량의 원인을 공개하여 공식적인 리콜을 하지 않고, 극히 개인적으로 ‘알아서 찾아오는 차만 조용히 수리해 주는 점’은 마땅치 않게 느껴졌다.

게다가 늘 쓰는 차를 정비소에 하루건, 사흘이건 맡겨두는 불편함이나, 중고로 매도를 할 경우 재도장으로 인해 차량 값이 깎이는 것에 대한 사과나 조치가 없는 것도 불만스러운 일이다.

지금도 길에서 볼썽사납게 차체의 도장이 벗겨진 청색 다마스를 볼 때마다, 이런 보상 수리를 알지 못하고 있는 차주가 안타까워 알려 주고 싶은 마음에 기사를 쓰게 되었다. 다만 이런 알림을 내가 할 것이 아니라, 해당 차량의 제작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유심히 살핀 바에 따르면, 청색 차량의 도장이 벗겨지는 현상은 GM대우의 다마스 뿐이 아니라, 해당 차종의 동급 차량에 해당하는 타사 차량도 일부 목격한 바 있다. 해당 차량도 역시 청색의 도장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남양주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추후 '남양주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마스 #도장 #GM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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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면 광대울에서, 텃밭을 일구며 틈이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http://sig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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