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가 마취를 받을 때

[닥터메신저] 단국대학교 마취통증의학과 이관우 교수

등록 2007.08.21 14:45수정 2007.08.28 15:02
0
원고료로 응원
살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위기에 닥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문제로 수술이나 치료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건강 관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혈압 관리 역시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국대학교 마취통증의학과 이관우 교수의 글에 따르면, 평소 혈압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혈압이 수술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평소 고혈압이 아닌 사람이 수술을 위해 입원한 후에 고혈압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을" 정도고 수술 전 미리 주의를 하더라도 "수술 중에 병태 생리학적 자극이 가해지면 혈압이 위험수위 이상으로 상승하는 고혈압 환자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평소 고혈압에 대해 무관심했던 사람의 경우에는 수술이 더욱 까다로워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경우에 이 교수는 "혈압 상승이 대단히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게 되어 마취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라며 "특이 양상의 하나로 노련하고 경험 많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대응이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수술과 마취 중에 짧은 기간이라도 혈압이 심하게 상승되면 뇌출혈, 대동맥박리, 심근경색, 수술 부위 과다 출혈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혈압 관리가 뜻밖의 위기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다음은 이관우 교수의 '고혈압 환자가 마취를 받을 때'란 글 전문이다.

고혈압 환자가 마취를 받을 때

급한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에 오는 환자들 중에 수술실에 와서 고혈압 증세를 보이는 분들이 더러 있다. 특히 평상시에 고혈압으로 치료를 받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수술실에 오면 혈압이 더욱 오르게 된다.

a

ⓒ www.dkuh.co.kr

어떤 사람은 아주 긴장하여 심하면 수술을 받을 수 없을 지경이 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사람들은 수술실에 오기 전에 특별한 치료를 요하게 된다. 요즈음은 고령 인구의 시대라 수술실에 오는 환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수술 중의 고혈압 문제가 더욱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는 특히 수술 전후의 고혈압으로 인하여 심장 이상이나 뇌혈관 이상의 합병증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혈압은 중년기 이후에 아주 흔한 내과적 질환으로, 평상시에도 혈관의 압력이 병적으로 높아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고혈압 환자가 수술을 결정하면 반드시 마취통증의학과에 사전 연락을 하여 수술 중에 고혈압에 대비한 마취를 해야 한다.

물론 마취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내과의사로부터 그동안 받아오던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수술이 예정된 전날 밤에는 경구로 복용하던 항고혈압 약제를 주사용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

평상시에는 고혈압이 아닌 사람이 수술을 위해서 입원한 후 고혈압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수술실에 오기 전에 미리 내과의사와 상의하여 혈압이 약물로 조절되는 것을 확인한 후 마취계획을 잡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을 연기하고 혈압 치료를 먼저 한 후 수술 계획을 잡아야 할 정도로 예상치 못하게 심한 고혈압 환자도 있다. 마취를 위한 혈압의 적정치는 평소 정상혈압이었던 경우에는 수축기 140mmHg, 이완기 90mmHg이고, 평소 고혈압의 치료를 받던 사람의 경우에는 수축기 160mmHg, 이완기 100mmHg 이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또한 고혈압 환자는 수술실에 들어오기 전에 적당량의 진정제를 투여하여 심리적인 자극을 받지 않도록 전 투약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의를 하더라도 수술 중에 병태 생리학적 자극이 가해지면 혈압이 위험수위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고혈압 무관심이 더 큰 위험 초래

특히 고혈압의 치료가 적절치 못한 환자의 경우에는 그 혈압의 상승이 대단히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게 되어 마취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내과 의사가 알 수 없는 마취와 수술 반응의 특이한 양상의 하나로서 노련하고 경험 많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대응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심하면 '고혈압성 위기(hypertensive crisis)'라는 급한 상황으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이는 평상시 환자의 혈압에서 수축기 혈압이 30∼50mmHg, 이완기 혈압이 10∼20mmHg 이상 상승될 때로 정의되고 있다.

수술실 밖에서의 고혈압과 수술실에서의 고혈압이 질적으로 다른 것이 바로 이러한 응급 고혈압 현상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혈압 환자는 내과의사 뿐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치밀한 혈압관리에 의해서 수술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수술과 마취 중에 짧은 기간이라도 혈압이 심하게 상승되면 뇌출혈, 대동맥박리, 심근경색, 수술 부위 과다 출혈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마취 중의 과도한 혈압 상승은 가장 신속히 진단되고 조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또한 고혈압에 대해 지나친 약물 대응으로 말미암아 역으로 저혈압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고혈압 못지 않게 위험한 상황을 의미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최근에 여러 병원의 수술실 관련 의료 사고의 통계를 살펴보면, 의외로 수술 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환자들에게서 수술 전후에 심장 및 뇌혈관 장애의 발생빈도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수술 기술뿐만 아니라 마취 기술도 고도의 발전을 이뤘기 때문에 문제를 잘 파악하고 사전에 준비를 하면 부작용이나 의료 사고를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고혈압으로 약물을 복용하던 환자는 수술을 받기 전에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에게 반드시 고혈압 증세와 사용하던 약물의 종류를 이야기해줘야 한다. 아무리 심한 고혈압이라 하더라도 미리 알고 대응하면 위험을 극복할 길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자료협조 : 단국대학교 병원


[3Q 3A] 이관우 교수 "마취 중 혈압 불안정 사례 많아"

Q1. 수술 중에 가해지는 병태 생리학적 자극이란 무엇인가?
"기관 쪽으로 인공 호흡기를 집어넣는다든가, 동맥 혈관 안으로 주사기를 집어 넣어 혈압을 측정하는 등의 상황을 말한다. 이런 자극에 정상 환자의 혈압이 오르내리는 범위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런데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혈압이 굉장히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를 말한 것이다."

Q2. 수술이 예정된 전날 밤에는 경구(입)로 복용하던 항고혈압 약제를 주사용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는?
"보통 수술 12시간 전에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게 한다. 이유는 전신 마취했을 때 (음식물 등을 먹었을 경우) 잘못하면 위액을 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액이 기관지로 들어가면 아주 치명적 손상을 준다. 그런데 고혈압 환자의 경우는 늘 먹던 약이 있지 않나. 수술 때문에 약을 끊을 수는 없으니, 주사용 약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Q3. 수술 중 고혈압으로 인한 위험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
"마취 중에 혈압이 아주 불안정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아무래도 마취라는 것이 전혀 새로운 환경 아닌가. 제일 위험한 것이 뇌에 있는 혈관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뇌출혈이 생긴다든지 또는 심근 경색이나 협심증이 올 수도 있다. 고혈압 환자는 수술 중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통계로도 마취 부작용 중에 고혈압이 차지하는 비율이 10∼20%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 이정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