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오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열린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32주기 추모제에서 고 우홍선씨 부인 강순희씨가 사형장을 둘러보다 오열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또, 지난 4월 여덟 분이 사형 당하신 서대문 사형장 터에서 열린 32주기 추모제에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라고 하는 법무부 장관이 추도사를 유족들의 고통을 위로한다고 해 놓고는 '소멸시효완성'을 끝까지 주장한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 재판부도 판결문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해야하는 피고 대한민국이, 구차하게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주장을 내세워 그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하게 국가의 비겁한 태도를 꾸짖었다. 재판장의 충고처럼 정부가 먼저 유족들을 위로하고, 그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앞장서는 일에 나서는 것이 옳은 모습이 아닌가?
정부는 유족들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일흔이 훌쩍 넘은 유족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전국 곳곳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재판을 방청하러 오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서 빨리 '항소 포기'를 선언하고, 하루라도 빨리 유족들의 긴 기다림을 끝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당시 이 사건의 조작에 깊이 관여했던 주요 인사들에게 국가가 직접 '구상권' 등을 청구하여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책임져야할 이들이 분명히 있는데, 또다시 국민들에게 그 부담을 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인혁당 선생들이 평생 가슴속에 담고 사신 평화통일과 이 땅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이 분들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중대한 작업이 우리들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제 군사독재정권은 없지만, 자본과 권력은 여전히 민중의 편이 아니다.
이 땅은 아직도 둘로 갈라져 있고, 강대국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한반도를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과 한미 FTA 체결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 민중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에게 착취당하고 차별당하는 노동자들, 명분 없는 전쟁에 국가가 동참한 이유로, 멀리 이국땅에서 안타깝게 죽어간 이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인혁당 열사들 살아있다면 민중의 편에 섰을 것
인혁당 여덟 분의 열사들이 살아계셨더라면, 분명 민중들의 편에 서서 사셨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우리가 이 분들의 정신을 진정으로 계승하는 것은 추모식을 성대하게 치르고, 이분들의 이름을 딴 기념사업회 따위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분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현실사회에서 여전히 억압받고, 차별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일에 함께 하는 것이, 열사들이 우리들에게 바라는 진정한 정신계승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17인의 형사재심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남아있다. 이분들 역시 모진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피를 토하며 옥살이를 견디어 내신 분들이다. 이미 연로하시어,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셨으니, 법원은 이분들의 재심을 개시하고, 사법적 명예회복을 이루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현재 인혁당 재건위 사건 외에도 권위주의정권시절 발생한 수많은 조작 간첩 사건들에 대한 재심이 청구되었고, 그 중 일부는 재판 중에 있다. 이 사건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역시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 사법부와 검찰은 더 이상 이분들께 죄 짓지 말아야한다. 괜한 시간 끌기나 억지스러운 주장으로 진실을 은폐하는 일에 동참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당부한다.
이번 판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그대로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