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평생 첫 외국여행...순진한 태국 사람들

비행기 속 널브러진 쓰레기 등 보면서 부끄러워

등록 2007.08.21 20:05수정 2007.08.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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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 터에, 외국 여행은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남편의 회갑을 맞아 아들네들이 태국으로 여행 날짜를 잡아놓았다. 육십 평생 처음 있는 일이다.

여행은 나이가 들어도 어린 시절 소풍날 잡아 놓았을 때처럼 설렌다. 기다림 끝에 비행기를 타니, 구름사이를 한 마리의 잠자리가 되어 곡예를 한다. 처음 타는 비행기라서 조금은 겁도 났지만, 신기하고, 즐거웠다.

여행사 안내에 따르니 외국어를 몰라도 불편함은 없었다. 태극 마크가 선명한 아시아나 항공기가 홍콩을 경유해 잠시 비행장에 내렸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행객의 수치스런 면이 눈에 뜨인다. 신문이야, 음식쓰레기야, 기내 출입구가 쓰레기통이 되어 있었다.

본인들 쓰레기는 각자가 정리하면 좋으련만 여기저기 널브러진 쓰레기를 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홍콩 비행장 안에서 쇼핑을 하는데 물건들이 국산보다 품질도 좋지 않으면서 가격이 비싸서 사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기다리는 삼십분이 긴 시간인 듯 지루했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일곱 시간 쯤 걸려 저녁 무렵에야 태국 비행장에 내려 버스로 달려 그랜드 호텔에 여장을 풀고 나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한식, 중식, 일식, 많은 종류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고 한국 사람들 세상이었다. 우리는 육십 평생 처음해보는 외국여행인데 다른 사람들은 외국여행을 이처럼 잘 다니는지 궁금하고 한편으론 부러웠다.

남의 나라 태국인데도 타국에 온 느낌이 들지 않고 한국사람 중심이란 점은 좋았다. 저녁으로 호텔에서 뷔페를 먹는데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덜어다 먹으면 좋으련만 욕심껏 담아서 남기고, 흘리고, 밟고, 아수라장이었다. 보는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음식의 귀중함을 모르는 것을 보고, 더러는 기아로 허덕이며 굶어죽는 사람이 많다던데 타국에서 온 관광객이나 식당 종업원들이 어찌 생각할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여행사 측에서도 돈 버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어느 정도 식사예절을 가르쳐서 여행을 보냈으면 한국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지지는 않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루 밤을 쉬고 나서 여행사 안내에 따라 태국 불교 관광을 나섰다. 우리나라 절 건축양식은 단아하고 깔끔한데 반해 태국 건축양식은 웅장해 벌린 입을 다물어지지 않았다. 드넓은 식물원, 코끼리들의 쇼, 게이들의 화려한 쇼, 소름끼치는 뱀을 애완동물 다루듯 가는 곳마다 신기하고 기이해서 인상에 남았다.

차가 많지 않아서 복잡하지 않았고, 길에 쓰레기가 없이 깨끗한 점이 좋았다.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은 우리가 배워가야 될 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보다 발전이 덜 되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용하고 사람들이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면 견문도 넓히고, 문화도 배우고, 사람 사는 모습을 알 수가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여행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 여행을 다녀와서 중앙일보 독자의 광장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지에서 식사는 먹을 만큼만, 기내는 '내 집 안방처럼 깨끗이'라는 원고를 응모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벌써 십년 전 일이니 지금은 성숙된 시민이 되었겠지 믿어보고 싶었는데 지난봄에 둘째아들이 결혼 십주 년 기념으로 남미 여행을 갔는데 술 취해 떠드는 장소마다 거의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세월이 지나도 추태는 변하지 않았는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
#회갑 #해외여행 #태국 #여행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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