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땅콩건포도쿠키

감정을 전하는 데 서투신 분들, 한 번 시도해 보세요

등록 2007.08.22 09:25수정 2007.08.22 09:5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영인
이 쿠키는 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어요. 블로그 이벤트로 보낸 적도 있고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준적도 있어요.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어색함을 깨는데 이용하기도 했네요. 이렇게 선물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투른 저도 이 방법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처음 선물로 활용하게 된 건 친구의 결혼 때문이었어요. 사정이 생겨서 참석은 못하지만 축하해주고 싶었거든요. 어떤 걸 선물할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비싸고 좋은 걸 살 능력도 안 되고, 그렇다고 어설픈걸 보내봐야 짐이나 될 거고.

여기저기 뒤지다보니 홈베이킹을 하는 사람들은 선물로 직접 만든 빵을 보내더군요. 다른 선물들보다 반응도 좋다고 하고요. 이거다 싶었어요.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보내야 온전하게 친구 손에 들어갈까. 가다가 부서지거나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다른 분들은 뭘 어떻게 해서 보내시는지 인터넷을 꼼꼼히 뒤져봤어요. 주로 수분이 적은 과자를 상자에 잘 포장한 후에 그걸 버블 랩으로 꽁꽁 싸더군요. 혹시 상할까봐 아이스 팩을 넣는 분도 있고요. 혹시 남은 공간에는 신문지를 채우면 받은 사람이 풀어볼 때까지 내용물이 망가지지 않는데요. 포장을 잘해서 택배로 보내면 하루 후에는 도착한다고 하더군요.

친구 결혼 선물로 처음 만들게 된 '땅콩건포도쿠키'

선물은 동생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을 때 맛있게 먹어줬던 땅콩건포도쿠키로 결정했어요. 평균적인 입맛을 가진 아이들이니까 그대로 만들면 친구도 잘 먹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제가 먹을 게 아니라 그런지 이것저것 신경이 많이 쓰이더군요. 재로손질에도 정성이 더 들어갔어요.


땅콩은 부셔놓은걸 쓰면 편하지만 알 땅콩보다 고소한 맛이 떨어져요. 귀찮아도 볶은 알 땅콩의 껍질을 하나하나 까서 비닐에 넣고 조각을 냈어요.

건포도는 럼주를 자작하게 부어서 불린 다음 물기를 빼줬어요. 그냥 넣으면 주변 반죽의 수분을 뺏어서 건포도 있는 부분만 뻑뻑해지거든요. 럼주가 없으면 아무 양주에나 불리셔도 되요. 혹시 술을 넣는 게 껄끄러우시면 물이나 두유에 불리셔도 되요. 럼주를 쓰면 맛과 향이 조금 더 좋아져서 넣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어요.


어떻게 보면 일부러 수선을 떨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정성을 들인 만큼 제 마음도 잘 전달이 되겠죠. 선물에서 가장 중요한건 결국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니까요.

그렇게 공을 들여서인지 다행히 친구가 매우 좋아했어요. 그날 이후로 많은걸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굳이 말하거나 표현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내 맘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각 없이 행동한 경우도 많았죠. 그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고, 상처도 많이 준 듯해요. 의가 상한 친구도 있으니까요.

그때는 왜 그러는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 거 같아요. 사람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어떻게 그 마음을 드러낼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누가 어떻게 알겠어요? 설령 상대방이 내 맘을 안다고 해도 표현할 때와 안할 때의 느낌은 확실히 달라요.

앞으로는 내 진심을 예쁘게 잘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처음에는 서투르고 어색하겠지만 차차 나아지겠죠. 시작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재료
제빵용쌀가루 140g, 생콩가루 15g, 전분 7g, 바닐라 설탕 8g, 흑설탕 1큰술, 베이킹 파우더 1/2작은술, 소금 1/4작은술, 땅콩 30g,건포도 45g,두유 130ml, 꿀 1큰술, 포도씨유 1큰술 2작은술, 럼주 적당양.

만드는 법

자세한 과정 사진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1. 오목한 그릇에 건포도를 담고 잠길 만큼 럼주를 부운 후 20분 이상 불려주세요.
2. 껍질을 깐 땅콩을 봉지에 넣고 잘 부셔주세요.
3. 모든 가루들을 한데 모아서 곱게 채쳐줍니다. 흑설탕은 그냥 넣어주세요.
4. 두유에 꿀과 포도씨유를 넣고 잘 섞어주세요.
5. 두유혼합물을 쌀가루에 넣고 반쯤 섞다가 체에 밭쳐 물기를 뺀 건포도를 넣어주세요.
조금 더 섞은 다음에 다진 땅콩을 넣고 마저 섞어주세요.
6. 숟가락이나 아이스크림 스쿠프로 조금씩 떠서 팬에 올린 다음에 숟가락에 물을 묻혀서 반죽을 넓게 펴주세요. 180℃로 예열된 오븐에서 13~15분 정도 구운 후에 식힘 망에서 식히면 완성이에요.

Tip. 땅콩은 봉지에 넣고 부수는 게 나중에 청소할 때 편해요. 그냥 부수게 되면 조각이 이리저리 튀어서 청소할 때 눈물나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www.mediamob.co.kr/pinkmania,http://blog.naver.com/marientaiji
, http://slynn.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www.mediamob.co.kr/pinkmania,http://blog.naver.com/marientaiji
, http://slynn.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선물 #땅콩건포도쿠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5. 5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