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 유니온신학대 교수는 이제 한국교회의 선교 방식을 성찰할 때라고 말했다. 미끼 던지듯 돕고 결국 개종을 요구하는 선교가 아니라 대가를 바라지 않고 후원해야 한다는 것이다.뉴스앤조이 주재일
탈레반에 억류된 이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려했던 현경 교수(유니온신학대)는 실망하고 있었다. 어머니들과 만나 현지에 가서 잘 설득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지 몇 시간 만에 피랍자 가족 측으로부터 몇 가지 사정상 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8일 자신의 아랍 세계 여행을 지원한 이들에게 자신의 활동을 보고하기 위해 서울 내수동 정갤러리를 방문한 현경 교수는 가족들의 거절에 아쉬워했다. 현경 교수는 인질의 어머니들과 함께 현장으로 날아가 한국인을 납치한 파슈툰족의 어머니들과 만날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현지의 NGO활동가, 종교 지도자, 부족장, 아랍 방송 <알자지라> 관계자들과 미리 연락해 둔 상태였다.
"한국 정부가 군사행동을 배제한 채 피랍자들을 구출하려고 노력한 점을 지지한다. 그러나 공식 테이블의 협상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의 감성,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노력을 한편에서 기울여야 한다. 나는 탈레반의 감성 코드, 특히 어머니 코드에 눈물로 호소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가족들이 안 가겠다고 하니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길 바란다."
"미끼 던지는 선교는 이제 그만"
현경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초까지 아랍 세계 15개 국가를 순례했다. 그는 스페인·모로코·이집트·시리아·레바논·터키·이란·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이슬람 평화 순례'에서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특히 파키스탄에서 한 달 넘게 머물면서 여러 인사들과 교제를 한 것은 이번 납치 사건에 자신의 여행이 귀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나님이 예비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의 국제적인 인맥과 경험을 쓸 기회가 무산될 처지에 놓였지만.
현경 교수는 아랍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하나님을 믿는 개신교 신학자로써 낯 뜨거운 경험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개신교인들이 아랍인들에게 너무 무지해서 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아랍인들은 개신교인에게 분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랍 사람들은 개신교인들이 와서 고아원을 짓고, 공장도 세우면서 처음엔 정말 자선 활동하고 사업하듯이 살지만 나중엔 개종을 강요한다고 말했다. 한국 선교사들이 참 좋은 분들이고, 그들에게 매우 감동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여러 계층의 인사들을 두루 만났는데, 어떻게 하나 같이 개신교 선교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뿐인지…."
아랍 사람들의 분노를 직접 목격했지만 선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면 한 순간이라도 선교를 멈춰선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선교를 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경 교수는 이번 납치 사건을 계기로 한국 개신교 안에서 선교 신학을 검토하는 운동이 벌어지기를 희망했다. 신학자와 목회자는 물론, 선교사를 비롯한 현장 활동가 등이 모여 한국 개신교가 벌인 선교가 건전했는지 성찰하고, 우리 시대에 어떤 선교를 해야 하는지 모색하자는 것이다.
현경 교수가 생각하는 바른 선교란 교리적으로 접근해 어떻게 하면 구원을 받는지 알려주는 등 개종을 강요하는 게 아니다. 그는 삶을 통해 감동을 주는 것이 진짜 선교라고 했다. 개신교인들의 삶을 보고 주변에서 감동을 받아 '어떻게 하면 나도 그렇게 살 수 있느냐'고 묻는 정도로 향기를 날려 스스로 다가오게 해야지, 병 주고 약 주는 식으로 협박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 선교를 해야 한다. 분쟁 지역도 가고, 지진이나 폭풍해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도 가야 한다. 가서 우리가 가진 것 나눠주어야 한다. 다만 우월한 자의 위치에서 배타성을 가지고 미끼 주듯이 돕지는 말자. 아무 보수를 바라지 않는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자.
한국교회의 선교가 성장하려면 미끼로 주는 구제가 아니라 개종을 비롯한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고 그저 예수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가난한 나라에 돈 보내고 음식 보내고 약품 보내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기왕 사랑을 주려면 멋있게 건네야지, 미끼 던지듯 후원하는 건 예수가 보여준 삶이 아니다."
"종교다원주의 받아들여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