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과 채송화

낮추며 사는 즐거움

등록 2007.08.23 18:04수정 2007.08.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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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서 나왔어요…."
"얼마나 돼?"
"준비한 것에서 조금 부족해요."
"그래?"
"어떻게 해요?"
"방법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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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 정기상

아내의 걱정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등록금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미리부터 준비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학원 등록금은 만만하지 않았다. 아이의 학비를 부모로서 당연히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남들은 돈도 참 잘 버는데, 허덕이는 나 자신이 무능한 것 같아 고통스럽다.

"빌리는 수밖에…."
"그래야겠지?"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어쩔 수 없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내의 표정도 가라앉는다. 펑펑 쓰는 것도 아니다. 근검절약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날마다 부족하기만 현실이 난감한 것이다. 그래도 빌릴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돈을 빌릴 수조차 없었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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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 정기상

"이 꽃 좀 보세요."

집사람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채송화다. 땅바닥에 딱 달라붙어 자라고 있는 모습이 나를 닮아 있다.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드물어졌다. 그래서 더욱 더 반가웠다. 꽃이 기분을 바꿔준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이잖아요."
"뭐가?"
"등록금을 마련할 수는 있잖아요."
"빚이잖아."
"절약하면 돼요."

기분을 업그레이드시켜주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는 아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감정이 추슬러졌다. 힘들기는 하지만 해결 방법이 있다는 것이 그러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채송화의 모습을 바라보니, 낮추며 사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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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즐거움 ⓒ 정기상

아이가 아무 이상 없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이 행복이 아니겠는가. 물질적으로 풍족하다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위안이 된다. 낮은 곳으로 향하면서 고운 꽃을 피워내고 있는 채송화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장수에서 촬영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장수에서 촬영
#채송화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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