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와 수치를 잘 활용하라

"나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지 못했다" (22)

등록 2007.08.23 21:17수정 2007.08.23 21:1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떤 일을 잘 해내려면 우선 기획부터 완벽해야 한다. 기획단계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효과적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비로소 일이 시작된다.

기획안은 대개 문서나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으로 보고되거나 소개되게 마련인데, 이 작업을 잘 해내는 기획전문가들이 따로 있게 마련이다.

소위 대기업이나 행정기관에는 전략기획실이나 기획조정실 등이 있다. 이들의 역할이 바로 기획안을 만들고 처리하는 기구이다.

기획능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계획 없이 어떤 일이 이뤄질 수 없다. 일의 시작이자 첫 단추인 그 계획이 바로 기획단계이다. 계획은 또한 준비이다.

즉흥적으로 일을 할 수도 있지만, 결과를 담보할 수는 없다. 준비를 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당황하지 않는다.

충분한 준비를 해두면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하고, 키포인트가 되는지를 미리 알게 된다. 그 부분을 빼놓지 않고 강조함으로써 일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또 핵심만 끄집어내 추진함으로써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나는 1997년 말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 지원체제에 들어가고 경제적 대혼란을 겪었을 때, 경제신문의 부국장으로 사회부장직을 맡고 있었다. 기자 출신들로 경제 강연팀을 구성하는 하는 한편 전국을 다니면서 강연을 했다. 나 역시 그 팀원의 한 명으로 100여 차례에 넘는 강연을 기록했다.

어떠한 장소에서의 강연이던, 준비상황에 따라 그 대응능력은 현격하게 차이가 났다. 강연대상을 미리 알고 그에 맞게 준비한 경우에는 모든 것이 순조롭고, 여유로웠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충 준비하고 연단에 섰을 때는 우선 나 자신부터가 안정되지 않았다. 강사의 눈빛이 자신이 없는데 어찌 강연인들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미국의 흑인주권운동가이자 설교가였던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는 매주 일요일의 30분짜리 설교를 위해 15시간씩 준비했다고 한다. 대통령도 대국민 연설을 앞두고 수많은 연습과 준비를 한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이와는 거리가 멀지만.

어떤 자료를 준비할 때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연단에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빔 프로젝트(Beam Projector)나 OHP(Over Head Project), 슬라이드(Slide) 등이 준비될 경우에는 당연히 그런 기기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빔 프로젝트를 이용하려면 사전에 피워 포인트(Power Point) 등으로 원고가 작성돼야 하며, OHP의 경우에도 투명한 필름에다 복사기나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쇄한 시트(Sheet)가 준비돼야 한다.

슬라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비주얼 프리젠테이션의 장점은 정보흡수 능력이 뛰어난 시각적 측면을 이용한다는 점이며, 따라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게 마련이다. 원고내용도 그냥 글로 하는 것보다는 그림이나 도표가 곁들여지는 것이 효과가 더 크다.

그림도 사진을 중심으로 배치할 수 있지만, 만화나 캐릭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도표의 효과는 매우 크다. 도표는 상대방이 깊은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손쉽게 도표 자체를 통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또 비교치와의 정확한 대비가 가능하고, 한눈에 쏙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

강연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도표를 적절히 조합할 수도 있다. 막대그래프와 원그래프, 절선그래프, 산포도 등을 적절히 활용하고, 또 강조하고 싶은 곳에 강한 색감을 주면 훌륭한 자료가 된다.

마찬가지로 숫자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모든 순간들이 경제활동 기간이다. 그럼에도 진작 경제적 상식이나 지식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숨 쉬는 것이나 다름없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히 따지고 보면 숨 쉬는 공기도 결코 공짜가 아니며, 무한재(無限財)가 아니다. 맑고 좋은 공기를 사다 쓰는 판국이다. 어찌됐던 숫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도구이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쓰고 있다.

출근할 때의 버스비도 돈으로 계산되는 숫자이며, 밥값과 커피 값, 월급, 택시비, 물건값 등이 모두 숫자로 나타나고 거래된다. 특히 경제적 성과나 현상을 나타내는 데는 반드시 숫자가 필요하다. 그러한 숫자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반응도 달라진다. 숫자 자체는 어디까지나 진실이다.

"숫자의 비극, 이것이 현대의 비극일는지 모른다. 어렸을 시절 우리는 손가락으로 셈하는 습속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빈약한 계산법을 배우는 순간부터 인간은 그 비극의 문안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은 그 불모의 숫자로 계산되고 비교되고 평가된다."

<인간이 외출한 도시>라는 책에 나오는 글귀이다.

인간이 숫자에 매달려 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숫자는 얼마든지 연출이 가능하다. 단위를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그래프의 길이가 달라진다. 어느 계단부터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길이의 진폭이 커지거나, 짧아진다.

숫자를 바꾸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숫자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담당자의 권리이고, 능력이다.

숫자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그만큼 신뢰도가 높아진다. 우리가 통상적인 대화를 할 때에도 적절한 사례와 함께 숫자로써 뒷받침할 때 한결 신뢰감을 더하게 된다. 뭔가 확실한 듯하고, 명백한 근거를 제시하는 듯한 인상을 갖게 된다.

통계수치를 잘 활용하는 것은 일상생활은 물론 협상이나 대화에서도 중요하다. 평소 필요한 통계수치는 어느 정도 외우고 있어야 하고, 통계의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이 곧 자료를 선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료의 인용도 큰 역할을 한다. 어떤 말을 인용하면서 이야기를 꺼내면 훨씬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자신의 주장보다는 다른 유명인사나 공인된 기관의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면 신뢰성을 그만큼 더 높일 수 있다.

이는 상대방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내가 이 사람에게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풀어주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많은 자료를 정리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는 습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료를 많이 모아두었지만 정작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 필요한 때 쓰지 못한다면 이는 아예 모으지 않음만도 못하다.

자료를 이것저것 아무것이나 모으다 보면 자료를 분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소요되기도 한다. 나름대로 노하우를 토대로 생활 습관화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얼마든지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여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자기가 꼭 필요한 자료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찾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히려 더 낭비적일 때도 많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왕 자료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만 더 보태자. 직장인들이 보고서를 낼 때 보면 대개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원칙에 따라 문장을 작성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아탑 내의 이야기이고, 비즈니스 사회에서는 안티 클라이맥스(Anti Climax)가 유용하다.

결론이 맨 나중에 오는 것이 아니고, 첫머리에 먼저 결론부터 제시하는 방법이다. 그 다음에 시간을 봐가며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맨 나중에 다시 한번 결론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참고자료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크기와 비중이 적절한 가이다. 기본적으로 같은 자료라 할지라도 그래프나 그림 등이 크면 클수록 효과도 커진다.

작은 그림을 여러 개 나열하는 것보다는 한쪽에 한 개씩의 그림이나 그래프를 배치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다. 꼭 한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면 글은 왼쪽, 그림이나 그래프 등의 비주얼한 것은 오른편 위쪽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다.

TV뉴스를 보면 뉴스 내용을 요약한 제목과 해당 그림을 조합한 '어깨걸이(DME)'를 오른쪽 상단에 배치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덧붙이는 글 | 아들과 딸, 그리고 직장 후배들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입니다.

덧붙이는 글 아들과 딸, 그리고 직장 후배들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입니다.
#보고서 #자료 #통계 #숫자 #단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2. 2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3. 3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4. 4 '판도라의 상자' 만지작거리는 교육부... 감당 가능한가
  5. 5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